목회자료/목회

"목사는 CEO가 아니다"

맑은샘77 2006. 9. 27. 20:53
김한옥, "목사는 CEO가 아니다"
실천신학대학원 특별강연, "젊은 목회자여, '성공 신화' 꿈꾸지 마라"

   
 
  ▲ 용두동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는 김한옥 목사. (사진제공 용두동교회)  
 
"목회하면서 갈 길이 멀 때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 없었습니다. 그 때는 앞만 보고 뛰어가기 바빴는데, 이제 남아 있는 길이 짧으니 돌아볼 여유가 생깁니다. 단거리 선수들은 골라인에 도착할 때가 되서야 다른 이들이 어디쯤 오나 돌아보는데, 제가 지금 단거리 선수와 같은 처지입니다."

은퇴를 이태 앞둔 노(老) 목사가 후배 젊은 목사들에게 목회자의 리더십과 성품에 대한 특강을 하기 위해 9월 18일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은준관·경기 이천시 신둔면 인후리 9번지) 강단에 섰다. 감독이 되지는 않았지만 감리교에서는 ‘감독’ 받고 싶은 어른으로 꼽히는 김한옥 목사(용두동교회)가 들려주는 목회 이야기에 20여 명의 후배들은 심각했다가 웃다가를 반복했다.

괴짜 노 목사의 잔소리

김 목사는 조금 먼저 경험한 사람이 하는 이야기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 하는 정도로 가볍게 받아들이라고 운을 땠다. 그렇지만 그에게서 나오는 말은 한국교회의 곪은 상처를 도려내는 예리함이 있었다. 특히 김 목사는 청중이 원하는 말을 하기 싫어하고 형식과 격식, 자리에 메이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탓에 어디 가나 듣는 이들을 불편하게 한다.

최근에는 주요 교단 개혁그룹 모임인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수련회에서 "개혁은 얼른 실패하고 쉽게 내버려야 한다"고 설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김 목사의 지론은 "개혁하는 사람은 계속 자신의 실패를 고백해야 한다. 세상을 계속 변하는데, 오직 자신만 유일무이한 개혁 세력이라고 여기면 곤란하다. 자신은 머물면서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오늘 개혁을 부르짖고 내일은 깨끗하게 포기할 수 있어야 개혁적인 사람이다"는 것.

"시간 단축한 성공 바라지 마라"

김 목사는 이날 젊은 목사들을 만나서는 "젊은 목사들이 앞에서는 대형 교회를 비판하고 속으로는 대형 교회 목사가 되기를 흠모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사람들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인을 비판하지만, 기회만 주어진다면 자신도 그 길을 가려 한다"며, "갑자기 교회가 커지는 것을 비판하는 목사들도 사실은 그렇게 되기를 꿈꾼다"고 말했다.

가난한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무에서 유를 창조해 성공했다는 "성공 신화"를 세상이 흠모하듯이 교회도 똑같이 바란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정주영과 김우중의 성공 신화는 조용기, 김선도, 김삼환 목사의 신화와 다를 게 없다"며 "가난과 실패를 딛고 갑자기 성공한 사업가들처럼 어느날 은혜 받고 위대한 교회를 이루는 목사 이야기가 유행하고, 아직도 젊은 목사들이 그런 허황된 신화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한국교회는 과거와 단절하고 시간을 단축하면서 성공 신화를 만들어간 사람을 부러워하고 차츰차츰 단계를 밟으며 만들어가는 길에 대해서는 어느 세월에 하느냐는 태도를 취한다. 김 목사는 이제는 그렇게라도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길조차 닫힌 시대인데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목회가 청빙하는 데 영어 실력 묻는 게 한국교회 수준"

김 목사는 목회자를 대하는 교회의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을 댔다. 김 목사는 교회가 목회자를 청빙하는 광고를 보면 목회자를 어떤 수준으로 대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광고 문구는 "목회자를 모신다"지만, 실제로는 사원 채용하듯이 목회자의 영어 실력과 학력 등을 따진다.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목회자라고 생각하면 토플 점수를 요구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김 목사는 "그렇게라도 해서 잘 되면 좋겠다. 모여드는 신청자들 가치는 한없이 떨어지고 교회는 최저 가격으로 최고의 두뇌를 스카웃하려 안간힘을 쓴다"며 "목회 지도력에 대한 기준이 서있지 않고 연구도 미비해 사원 채용하는 기준으로 목회자를 뽑는 일이 널리 퍼졌다"고 말했다.

신학의 다른 분야에 비해 목회자의 리더십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다보니, 목회자의 지도력에 대한 평가를 다른 분야의 기준을 가지고 평가한다고 김 목사는 주장했다. 주로 경영학에서 경영자의 지도력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목회자를 평가한다. 김 목사는 "교인 가운데 경영자나 단체장쯤 하는 사람은 당당하게 목회 리더십을 비판한다. 그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의 최고위층, CEO의 역할을 목회자를 평가하는 잣대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교인이 목회자에게 경영자이기를 요구하면 뭐라 반론을 펴기 귀찮았다고 말했다. 어느 날은 목회자의 리더십이 기업의 경영자와 다르니 평가와 기준이 달라야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요즘 경영학은 사람을 다루는 기술을 배우는 건데 목회도 똑같이 사람을 상대하는 일 아니냐는 반론이 날아왔다. 그는 이렇게 말하는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도 평행선만 달릴 것 같아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정답은 없지만, 나는 이렇게…"

김 목사는 목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경영자에게 필요한 덕목을 목회자에게 그대로 요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목회자에게 요구되는 지도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정립하지 않은 것도 풀어야 할 숙제로 제시했다.

그렇지만 김 목사도 명쾌한 해답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길이 있다. 나를 보는 사람이 수천 명이다. 내 길을 따르겠다는 사람도 있고, 내가 사는 모습을 싫어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내 품성대로 살았을 뿐이다. 그렇지만 인간됨만으로 목회 리더십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목사의 말을 들어보면, 그의 담임목사로서 생활양식은 다른 이들과 차이가 있고, 외형을 통해 권위를 세우려는 태도를 거부하는데도 목회자로서 존경받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2500명에 이르는 교인이 모이는 교회를 목회하지만 그 흔한 담임목사실이 없다. 그는 소그룹교육실이나 회의실로 사용하는 공간을 사용한다. 사무원 책상과 똑같은 걸 쓴다. 그런데 주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과 같이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저 목사는 인정받지 못 하는구나" 하더라는 것이다.

김 목사는 "소나타를 타는 것도 충분히 편한데, 후배들이 야단이다. 빨리 업그레이드를 시켜놔야 후배들이 대접받을 텐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을 책망한 것이다. 내가 후배들 복지에 지장을 주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주일 점심 때도 다른 교인들과 마찬가지로 줄을 서서 먹는다. 예배 후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다보면 늘 자기 앞에 300~400명이 줄을 선다. 어떤 교인은 송구스러워 하고, "참 거북하네" 하는 분위기도 감돈다. 그렇지만 김 목사는 그렇게 줄 서서 배식 받는 게 편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는 교인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김 목사는 "내가 이렇게 산다고 리더십에 흠이 가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뭐라고 말해도 이제와 고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못 느낀다. 철학이나 확고한 신념이 부족하다고 말해도 어쩔 수 없다. 대놓고 주장할 수 있는 신학적인 근거 없이 그저 사람이 좋아서, 겸손해서 그렇겠지 하고 생각해도 좋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09-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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