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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2일 오후 7시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1997년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진행된 심리실험을 그대로 재현해봤다.
이날 경기는 프로농구 인천전자랜드와 서울SK 전. 하프타임 때 이벤트 사회자 한세이(26)씨가 관중들에게 문제를 냈다.
"지능 측정 이벤트입니다! 전광판 동영상을 보세요. 흰 옷 입은 사람 3명과 검은 옷 입은 사람 3명이 뒤섞여 각자 자기네끼리 패스를 주고받습니다. 흰 옷 입은 사람들끼리 몇 번 패스하는지 세어보세요."
- ▲ 가족과 농구 보러 왔다가 실험에 참여한 한애란씨가“패스 세느라 고릴라를 못봤다”고 했다. /동영상=민봉기 기자 bongs85@chosun.com
동영상 길이는 36초로, 하버드 실험을 설계한 대니얼 사이먼스와 대학원생 크리스토퍼 차브리스가 직접 만든 것이다.
학생 6명이 패스를 주고받는 동안, 온몸에 검은 털이 숭숭 난 고릴라가 9초에 걸쳐 어슬렁어슬렁 지나간다. 학생들 복판에서 두 차례 가슴도 두들긴다.
이날 삼산체육관 관중 가운데 주최측에 문자를 보낸 사람은 총 580명이다. '고릴라를 못 봤다'는 사람이 315명(54.3%)에 달했다. '사람 말고 뭔가를 봤다'는 사람들(265명·45.7%) 중에서 고릴라라고 정확히 맞춘 사람은 205명, 개와 곰을 봤노라 주장한 사람은 60명이었다. 패스 세는 데 주의가 쏠려 코앞에 있는 고릴라를 놓친 것이다.
하버드 실험에서도 "고릴라를 봤다"는 사람은 50%에 불과했다. 97년 미국과 2011년 한국에서의 실험결과가 거의 유사한 것이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이 책의 주장이 그대로 확인됐다.
고릴라 실험의 주역 차브리스 교수에게 "한국에서 똑같은 실험을 해보겠다"고 하니 "결과가 궁금하니 꼭 알려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