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책을잡자

실험해보니… 삼산월드체육관 관중 54%가 "고릴라? 못 봤는데!"인천

맑은샘77 2011. 4. 2. 12:16

실험해보니… 삼산월드체육관 관중 54%가 "고릴라? 못 봤는데!"

'보이지 않는 고릴라' 책에 쓰인 내용은 과연 한국에서도 그대로 통할까.

조선일보는 2일 오후 7시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1997년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진행된 심리실험을 그대로 재현해봤다.

이날 경기는 프로농구 인천전자랜드와 서울SK 전. 하프타임 때 이벤트 사회자 한세이(26)씨가 관중들에게 문제를 냈다.

"지능 측정 이벤트입니다! 전광판 동영상을 보세요. 흰 옷 입은 사람 3명과 검은 옷 입은 사람 3명이 뒤섞여 각자 자기네끼리 패스를 주고받습니다. 흰 옷 입은 사람들끼리 몇 번 패스하는지 세어보세요."

가족과 농구 보러 왔다가 실험에 참여한 한애란씨가“패스 세느라 고릴라를 못봤다”고 했다. /동영상=민봉기 기자 bongs85@chosun.com
교정기 낀 초등학생부터 백발 할아버지까지 관중 2280명이 열심히 패스를 셌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패스 횟수가 아니었다. "방금 본 동영상에 사람 말고 다른 것도 나왔나, 사람만 나왔나"가 문제였다.

동영상 길이는 36초로, 하버드 실험을 설계한 대니얼 사이먼스와 대학원생 크리스토퍼 차브리스가 직접 만든 것이다.

학생 6명이 패스를 주고받는 동안, 온몸에 검은 털이 숭숭 난 고릴라가 9초에 걸쳐 어슬렁어슬렁 지나간다. 학생들 복판에서 두 차례 가슴도 두들긴다.

이날 삼산체육관 관중 가운데 주최측에 문자를 보낸 사람은 총 580명이다. '고릴라를 못 봤다'는 사람이 315명(54.3%)에 달했다. '사람 말고 뭔가를 봤다'는 사람들(265명·45.7%) 중에서 고릴라라고 정확히 맞춘 사람은 205명, 개와 곰을 봤노라 주장한 사람은 60명이었다. 패스 세는 데 주의가 쏠려 코앞에 있는 고릴라를 놓친 것이다.

하버드 실험에서도 "고릴라를 봤다"는 사람은 50%에 불과했다. 97년 미국과 2011년 한국에서의 실험결과가 거의 유사한 것이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이 책의 주장이 그대로 확인됐다.

고릴라 실험의 주역 차브리스 교수에게 "한국에서 똑같은 실험을 해보겠다"고 하니 "결과가 궁금하니 꼭 알려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