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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심리학

맑은샘77 2007. 1. 11. 10:57
(43) 결혼 심리학 | 심리학 이야기 2007/01/0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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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결혼을 쳤더니 어떤 여자가 코에 붕대 감고 병원에 누워있는 사진이 뜬다. 그걸 올릴까 하다가 좀 미안한 기분이 들어 이 사진을 올린다.

결혼 심리학

우리나라 연속극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주제가 결혼인 것 같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 연속극을 보니까 사랑하는 남녀가 있는데 배경이 다르고 부모가 반대해서 결혼 못하는 이야기이다. 20년 전 우리나라에 있을 때 봤던 연속극과 같은 내용이었다.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는 부잣집 응접실 소파에 앉아서 우아하게 커피 마시다가 전화 받고 가난한 집 부모는 방바닥에서 앉아서 밥 먹다가 젓가락 든 채로 전화 받는 것도 똑 같다. 대개 드라마에서는 결혼 당사자들은 사랑을 추구하고 부모들은 돈과 배경을 따진다.

배우자 결정에 대하여 먼저 생각나는 것이 "대등한 외모를 가진 사람끼리 짝 맞추기" 가설matching hypothesis 이라는 것이다. 잘생긴 사람은 잘생긴 사람과 짝을 짓고 못생긴 사람은 못 생긴 사람과 짝을 짓는다는 약간 슬픈 이론이다. 물론 객관적인 외모 수준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는데 한 사람의 사진을 놓고 외모에 대하여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면 어느 정도는 일치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지난 글에서 "평균적" 얼굴이 잘 생겨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한 바 있다. 즉 눈, 코, 입이나 턱의 크기나 비율, 배치등이 이제까지 보아 온 얼굴들의 평균인 얼굴이 잘 생긴/예쁜 얼굴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는 외모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어느 정도는 객관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주관성도 많이 있다. 남들이 다 예쁘다는/잘 생겼다는 사람이 내게는 별로 매력이 없어 보이는 경우도 많이 있다. 특히 외모의 매력의 주관성은 접근성에 따라 많이 좌우 되지 않나 싶다. 여자의 입장에서 자기 애인이 조지 클루니보다 "객관적" (여러 사람의 투표에 의해서) 으로 더 잘 생겼다고 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자기에게는 더 매력적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조지 쿨루니가 정말 여러분 앞에 나타나서 나랑 결혼하자 그러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 Huston (1973) 이라는 심리학자는 외모 수준이 대등한 사람끼리 짝을 맞추는 이유가 자기보다 외모가 너무 잘난 상대에게는 채일까 봐 아예 시도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기보다 너무 잘 생긴 (또는 예쁜 ) 사람과 살면 마음이 불편해서 그렇다는 설도 있고.

"인물 대등하게 짝 맞추기" 가설matching hypothesis 을 지지하는 데이터는 주로 미국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에 대한 자료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현상이 미국 보다 약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위의 연속극의 예에서처럼 우리나라는 결혼 상대를 결정할 때 부모나 가족 등 제 삼자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며느리나 사위가 "섹시" 한가에 보다는 여러 가지 "조건" 에 대하여 더 신경 쓸 것이다. 게다가 남자는 여자의 외모와 젊음을 더 따지고 여자는 남자의 능력이나 돈을 더 따진다는 통념은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설문조사를 해보면 사실인 것으로 나타나는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에 대하여서는 잘 알려진 진화론적인 설명이 있다.  남자는 순수하고 여자는 현실적이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나 돈이 많은 남자가 2세를 잘 기르는데 유리하고 젊고 "섹시" 한 여자가 출산 능력이 뛰아날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진화론적 심리이론은 또 왜 남자가 여자보다 바람둥이인지도 설명한다.  여자는 여러 남자를 상대해봤자 한꺼번에 여러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자녀 양육시 남자의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으니 바람을 피지 않고 남자는 자기 씨앗을 되도록 많이 퍼트리기 위해 바람을 피운다는 이론이다.  만일 이 이론이 사실이라면 바람기 많은 남편에게 정자 은행을 이용하도록 권유하면 바람을 덜 피우게 될까?

결혼 상대 결정과 관련된 또 다른 이론이 사회 거래 이론(Social Exchange Theory) 라는 것이다. 남녀관계를 포함한 인간관계를 물건을 사고파는 것 같이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관계에 대한 만족감은 그 관계에 자기가 투자하는 것과 (비용) 얻는 것의 비율 (손익 계산서) 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손해를 보면 불만인데 이런 경우 대안 (새로운 애인이라든지) 이 있고 그 대안이 현재 관계에서 얻는 것 보다 더 많은 "이득" 이 나올 것 같으면 현재 관계를 끊고 다른 관계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남녀 간의 연애관계에는 맞지 않는 이론으로 보일 수 도 있다. 사랑이라는 것이 타인의 행복을 자기의 행복으로 느끼는 것이라면 손익 계산이 잘 안 되는 것이다. 또 남녀관계에서 무엇이 비용이고 소득인지가 확실치 않을 수 있다. 물론 돈도 포함되지만 그 보다는 다른 요인들이 비용이나 소득으로 고려된다. "나 같은 미녀가 너하고 결혼 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말 잘 듣고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어와라" 라는 심사라면 같이 살아주는 것이 기회비용인가? 사람들이 결혼 할 때 "이거 밑지는 장사다" 또는 "남는 장사다" 이런 생각을 할까? 아니면 둘 다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고 결혼 했다가 나중에 속았잖아 그럴까? 아니면 그런 생각 없이 정말 순수하게 사랑하는 마음으로만 결혼을 할까?

결혼 상대를 고를 때 또 고려해야 하는 것이 이혼 가능성이다. 요새 이 씨 성을 가진 연예인 신혼부부의 파경이 인터넷 신문의 일면을 연일 장식 하고 있다. 왜 결혼식 올린 지 얼마 안 돼 그렇게 피눈물 나게 싸우고 헤어졌을까? 미국에서는 갓 결혼한 젊은 부부가 이혼할 가능성을 40-50% 로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한해에 결혼한 커플과 이혼한 커플의 비율을 계산해서 47% 정도의 이혼율로 계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계산하면 안 되고 현재 살아있는 사람들의 전체 혼인건수에 전체 이혼건수를 대비해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9.3%라고 주장한다 (2004년 통계). 내 생각에는 전자가 과대평가라면 후자는 과소평가이다. 물론 후자의 경우를 전체 이혼율로 계산하는 것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지만 요새 새로 결혼하는 부부가 이혼할 가능성을 추론하는데 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인다. 만일 과거에 비해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가정한다면 현재 살아있는 사람들의 전체 혼인건수 (이혼을 잘 하지 않던 나이 든 세대가 많이 포함된) 와 전체 이혼 건수 (젊은 세대가 많이 포함되었을) 를 비교하는 것은 그런 가능성을 계산하는데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요새 우리나라에서 새로 결혼하는 사람들의 이혼 가능성이 20-30% 는 되지 않을까?

이혼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먼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 봤을 것 같은 이론이 "환상이 깨지기 때문" (The Disillusionment Model) 이라는 설이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상대방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만든 환상을 상대방에 뒤집어 씌어놓고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애할 때는 서로 자기 약점은 가리고 장점만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impression management) 또 상대방의 약점은 오히려 서로 눈감아 버리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결혼하고 나면 그런 환상에서 "깬다" 는 것이다. 그러니까 환상과 현실의 차이가 클수록 실망이 커지고 그러면 이혼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이다.

이 가설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 Huston 이라는 심리학자의 연구에서도 어느 정도 지지된다. Huston 과 동료들은 (Huston, Caughlin, Houts, Smith & George 2001) 168 쌍의 신혼부부를 2년간 관찰한 후 13 년 후에 다시 관찰해 보았다. 이 연구에 참여한 부부 중 약 1/3 이 13 년 내로 이혼했는데 결혼 7년 이후 이혼하는 사람들은 신혼 초 유난히 "닭살 커플" 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혼 13 년 후에도 행복하게 사는 부부들보다 더 유난히 애정 표현이 가장 많았던 부부들이 7년 후 이혼을 많이 한 것은 이 사람들이 결혼 초에 너무 행복해하고 그런 감정이 계속 유지되기를 기대하다가 그렇게 안 되니까 이혼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

이 연구자들은 또 결혼한 지 2년 내로 이혼하는 부부들은 애초에 연애할 때부터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는데 그냥 결혼하면 좀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결혼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관찰한다. 예를 들어 애인이 한눈을 파는 것이 질투가 나서 그냥 결혼했다던가 애인이랑 매일 싸우는데 결혼하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결혼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초기에 이혼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잘 못 결혼했다고 생각해서 이혼하는 경우이고 오래 살다 이혼하는 사람들은 정말 사랑에 빠져 결혼했는데 사랑이 식고 환상이 깨져서 이혼하는 경우라고 볼 수도 있겠다.

Huston 과 동료들의 연구는 사랑의 유무나 변화가 결혼과 이혼의 주 요인이라는 간단한 이론에 더해 결혼 생활에 대한 기대라는 새로운 변수의 중요함을 부각시킨다. 이혼하지 않고 사는 비결은 부부간의 애정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결혼 생활에 대하여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에 언급했다시피 신혼 초부터 미지근한 관계였던 부부가 열정적인 부부보다 이혼하는 비율이 낮았고 또 오래 산 부부 중에 늘 아옹다옹하며 싸우는 게 습관인 부부도 있고 각자 자기 일에 열중하며 부부 관계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사는 부부도 많이 있는데 이런 부부들이 이혼하지 않는 이유는 결혼 생활이 항상 깨가 쏟아져야 한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회학자가 두 번 결혼하기 제도를 주장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1차로 젊은 남자는 중년 여자와 결혼하고 젊은 여자는 중년 남자와 결혼한 뒤 세월이 지나 젊은 신랑/신부가 중년이 되면 이혼하고 다시 젊은 남/여와 결혼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혼한 늙은 남녀들은 어떻게 하나? 뭐 자기들끼리 세 번째 결혼하거나 혼자 살거나 하겠지. 아이들은? 한 결혼에 20년 정도 같이 살면 부모가 이혼하기 전에 성인이 되니까 큰 문제없다는 것이다. 별로 현실성이 없는 얘기이지만 워낙 현재 결혼 제도에 이혼도 많고 불만도 많으니까 나온 얘기일 것이다.

결혼과 이혼에 대한 연구나 논의는 물론 수도 없이 많은데 내가 들은 것 중에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이 정도다. 이혼이라는 것이 워낙 변수가 많아서 간단명료하게 원인을 집어낼 수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