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주기/중년

중년을 말한다 1

맑은샘77 2006. 10. 24. 13:27

[중년을 말한다]

중년, 이제부터 시작이다.

No. 205612 | Hit 302 | Date 2006-06-29
글쓴이 손장권(문과대학 사회학과 교수)

40에서 50대에 이르는 중년기는 아름다운 도전의 시기이다. 중년은 새로운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여 지금까지의 숨 가쁜 생활을 점검하고, 오늘의 위치에서 자신의 주체와 객체를 성찰하여 만나야 할 여생의 삶이 복되고 아름답도록 제 2의 생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한국사회에서 중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인생의 성취와 청춘의 상실이 교차하는 영광과 두려움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중년의 한국인들은 젊음과 늙음 사이에 끼여 있는 ‘낀 세대’, 진화와 도태 사이의 ‘중간 세대’, 사회적 역할기능이 불투명한 ‘어정쩡한 세대’, 개혁과 보수의 틈바구니에 서 있는 ‘경계인 세대’이다. 그리고 그들은 노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사랑하는 자식들한테 버림받는 첫 세대이다. 과거의 그들은 혁명의 동조세대로 청춘을 불사르고 시대적 사명에 따라 개혁을 주도하는 반란의 세대였다. 오늘의 그들은 아직 꺼지지 않은 정열을 안으로 삭이면서 찬란한 미래의 삶을 꿈꾸는 몽상의 세대이기도 하다.

중년기는 태양의 에너지가 가득한 시기

한국의 중년세대는 40에서 59세에 이르는 인구 층으로 20년의 터울을 가진 사회의 중추세력이다. 2005년 추계 중년 인구는 1,339만여 명으로 총인구의 27.7%를 차지한다. 2004년에 사회경제적 활동을 한 중년 인구는 975만여 명으로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41.7%였다. 2002년 중년인의 잔여 생명은 45세가 29.8세, 55세는 21.7세로 아직 생존의 여분이 1/3이나 남아 있다.

중년인들에게 세상은 아홉 고개를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2003년의 통계를 보면 40대의 사망 확률은 1.4%, 50대의 경우 3.1%의 수준을 보인다. 치열한 과거의 삶을 회상할 때 섭섭하기야 하겠지만, 어찌 보면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이 다행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이루어야 할 야망이 있기에 40대에 떠난다는 것은 억울하다.

2004년 통계 결과 40대 사망원인 1순위는 암, 2순위 간질환, 3순위 자살로 나타났고, 50대의 경우 암, 뇌혈관 질환, 간질환의 순위를 보였다. 2005년 유엔 조사에 따르면 2005~2010년간의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8.2세로 추정되며 같은 기간 미국인의 77.9세보다 한국인이 0.3세 더 장수하나 일본인에 비하면 4.6세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생의 4계에서 가을에 속하는 중년의 생은 삶의 절정기로, 풍성한 결실과 수확물을 거두며 늙은 부모와 성장하는 애들과 더불어 성공하고 있는 인생을 찬미한다. 배고팠던 어린 시절과 힘들었던 젊은 날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고, 쌓이는 물질에 높아가는 지위는 행복이 내 것인 양 마냥 흡족하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축적된 지혜는 젊은 후배들에게 나누어 주고, 여유 있는 마음과 물질은 어르신들에게 오만한 자선으로 베풀기도 한다.

그러나 알게 모르는 느껴지는 허전함 또한 감출 수 없다. 병든 어르신들과 자녀들과의 소원한 관계, 그리고 그들과의 이별은 약간의 쓸쓸함이다. 그러나 부모와의 사별과 자녀의 떠남은 어떤 측면으로는 구속으로부터의 해방을 나타내는 중년의 자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생의 과정상 중년의 삶은 태양의 에너지가 가득하다. 잘 조화된 정신과 육체, 안정과 균형을 갖춘 생활의 여유, 그리고 짐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과 자유의식 등은 중년으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경륜을 토대로 변화하는 세상의 조류에 맞추어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게 한다.

중년은 숨겨진 자신의 재능을 개발하고 억제했던 열정을 발화하여 행복한 인생을 위하여 새로운 삶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그들은 그동안의 고단한 삶을 정리하고 남은 인생의 후반부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절호의 시점을 맞이한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면 새로운 활력을 회복할 수 있다

중년의 인생에 획득과 성취가 있다면 반대로 상실과 고통이 따르는 혼란과 위기를 겪기도 한다. 중년의 위기는 몸의 증후군으로 엄습된다. 안경과 흰머리, 피부주름, 피로감과 통증은 젊은 시절과는 다른 육체와 생리적 증후의 변화를 예시한다. 육체의 이상 증후와 함께 심리정서의 불안은 중년의 삶을 위협한다. 학습과 인지능력의 저하, 깜박이는 기억력, 밀려오는 외로움, 생의 공허함 그리고 만사의 의욕상실은 정상적인 가정 및 사회생활까지도 위협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시대 변화에 적응하는 데 실패하고 성공하지 못한 인간으로 노년기를 맞아야 한다는 두려움을 쉽게 털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준비되지도 않았는데 돌연히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는 죽음에의 공포는 중년의 위기를 크게 조장한다.

중년의 혼란과 위기는 대체로 체험하지 못한 허상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다. 생의 현실을 직시하고 모호한 허구적 관념의 탈을 벗으면 중년의 삶은 새로운 활력을 회복할 수 있다. 실상에 근거한 자신감의 회복과 새로운 삶의 기획과 준비, 그리고 과감한 실천은 노후의 삶을 이끌고 아름다운 생의 완성을 기약할 수 있다. 생명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한 인생은 아름답다. 내일의 태양이 다시 떠오르고 생명이 빛을 받으면 존재는 지속된다. 중년의 인생, 그것은 새로운 도전이며 새로운 인생의 시발점이다.

우리가 막연히 두려워하는 노화와 죽음은 자연스러운 생의 완성이다. 인간의 생애는 그것이 어떠한 것이었든 선하고, 과정이 성실하였다면 그 생애는 아름답고 값지다. 우리는 우주만물이 소멸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이 적용되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수 없다. 태양아래 모든 것은 평등하다. 살아 있는 생명이 사라진다는 자연의 원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우리는 다만 순리대로의 삶을 완성해 갈 뿐이다.

중년, 4050의 두터운 황금기에 우리 다시 시작하자. 무엇보다 먼저 몸을 만들자. 몸이 살아야 마음이 살고, 몸과 마음이 활성화되어야 삶의 의욕을 실천할 수 있다. 내 몸에 맞는 적당한 운동은 청춘을 지키는 최상의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인지력을 기르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자.

변화하는 세상에 관심을 갖고 무엇인가를 하자. 무엇인가 한다는 것은 생명의 빛이 약동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의 과정과 더불어 사람과의 교제를 넓혀가며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자. 그렇게 해서 사람을 얻자. 그대에게 양보하고 희생하는 사람을 미워할 사람들은 없다. 희생과 양보 그리고 주는 것은 사랑의 전제이다.

중년이여! 이제 모든 것을 사랑하자. 사랑을 하기에 늦은 때란 없다. 사랑의 대상과 시간과 장소를 문제 삼지 말자. 지금 이 시간 이곳에서 나와 함께 있는 것들을 모두 사랑하자. 그것만이 현재의 나를 영원히 지속시키는 운용의 원칙이다.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내일은 존재하고 있지 않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꼭 해야 할 것은 실천이다. 운동, 인지력, 인간관계, 그리고 사랑  그 모든 것들은 움직이는 작용으로 실천이 안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생명체의 이성에 실천이 결여되면 생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일의 삶에서 태양의 빛이 있는 한 생명은 살아있다.  

손장권 _ 문과대학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