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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진보세력에게 보내는 글 (2) - 진보언론

맑은샘77 2006. 6. 1. 22:17
이번에는 소위 '한겨레, 오마이뉴스, 프레시안'으로 대표되는 진보언론에 대한 생각을 써 보겠습니다. 그 동안 진보언론들은 이른바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들이 잡아내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외면하는 부분을 기사화 함으로써 자신들의 영역을 명확히 하였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방식면에서는 보수언론과 다를 바 없는 논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평택문제에 관련하여 한겨레 21이 올린 기사를 보았는데, 제목이 '군인 대 시민'이었습니다. 제목을 보자마자 불쾌감이 느껴지더군요. 왜 '시위대'가 아닌 '시민'이라고 했을까요? 평택사태를 군부와 일반 국민의 대립구도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뻔히 보입니다. 정말 진보단체의 말대로 제 2의 5.18이라도 만들고 싶은 건가요? 이 나라의 민주화를 꿈꾸다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을 모독하지 마십시오.

'지휘관의 구령이 떨어지자마자 군인들은 시위대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군인들이 가만있는 시위대에게 선제공격을 가했다는 뉘앙스입니다. 실제로 군인들은 철조망 밖에 나간 적이 없습니다. 시위대가 철조망을 뜯고 들어간 것이지요. 그나마 처음에 군인들은 기본적인 보호장구도 없이 맨몸으로 시위대를 막았습니다. 시위대가 텐트를 무너뜨리고 침낭 따위를 집어던지는데도 제지할 방법이 없었지요. 급조된 나무방패와 각목을 가지고 나온 것은 그 뒤의 일입니다. 제가 보기엔 상반신만 가리는 나무방패가 허술하기 짝이 없더군요. 시위대는 군인의 하반신을 죽봉으로 집중 공격했고, 견디지 못한 군인들은 길 옆 농수로로 굴러떨어졌습니다. '병장은 시위대의 죽봉을 빼앗아 휘둘렀고.' 시위대도 무장을 했었군요? 그리고 자신에게 기다란 죽봉을 휘둘러 대는데 빼앗지도 않고 가만히 있을까요? 기자님이라면 가능할지도? 군인들의 선제공격쪽으로 몰고 가려 해도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군인들은 충정부대 아닌 이상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지만) 시위진압 훈련을 받지 않고, 아무래도 대응력이 떨어집니다. 제대로 된 진압봉을 가지고 있던 군인은 헌병대 뿐이더군요. 정말 선제공격을 할 의도였다면 그런 허술한 장비를 쥐어주고 내보내지는 않았을 겁니다.

또다른 기사에는 전-의경이 시위대를 방패로 가격하는 사진이 올라와 있고, 설명으로 '경찰이 비무장 시위대를 집단폭행하고 있다.'라는 요지의 설명이 있더군요. 시위대에 손에 들려있던 죽봉은 제 눈에만 보인 건가요? 아니면 기자가 보고도 모른척 한 건가요? 이른바 진보언론의 기사들은 일방적으로 공권력의 잘못으로만 몰아붙이고, 시위대의 폭력은 '저항'으로 얼버무리며 옹호하고 있습니다. 잘 했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하라는 건가요? 진보언론이 바라는 전-의경은 머리가 깨지고 눈을 찔려도 샌드백 마냥 맞고만 있는 허수아비인가요? 그럴 바엔 차라리 벽을 만들어 세워놓는 게 낫겠습니다. 최소한 때려도 아야 소리는 안 낼 테니까요. 진보언론의 그런 논조가 폭력충돌을 조장하고 있다고 하면 너무 큰 비약인가요?

이런 기사는 왜 그냥 묻혀 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2006년 4월 15일, 경남 창원에서 시위 중이던 근로자들이 전경을 집단 폭행했습니다. 근처의 경찰이 이를 말리다 함께 폭행 당했죠.“폭력 경찰 소리를 듣느니 차라리 몇 대 맞는 게 속 편해서”,“가족들에겐 맞았다고 얘기 못하고 길가다 넘어졌다고 했다”피해 경찰의 말입니다. 당시 노동단체 회원 150여명은 집회 신고에 없던 가두 행진을 하다 이를 막는 전경을 끌어내 헬멧을 벗기고 폭행했습니다. 전경을 구하러 창원 중부서의 경찰들이 달려가자 이들까지 짓밟고 때리고 걷어찼습니다. 경찰 지휘부는 이 경찰관 폭행 현장을 사진으로 다 찍어놓고도 GM대우 분규 해결에 지장을 줄까 봐 별다른 후속조치를 취하지 못했습니다. 언론의 논조가 어느 쪽으로 흘러가는지 잘 아니까요.

2006년 4월 27일, 울산 하이스코 노조 파업 때에는 전-의경 부모들이 시위를 참관하러 왔다가 시위대에게 폭행 당했습니다. 자꾸만 다치는 아들들을 보다 못해 전-의경 부모들이 직접 시위를 참관하게 되었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아실 겁니다. 시위를 참관하던 부모들을 시위대가 '경찰이 파견한 사람들'이라며 강제로 끌어냈고, 그 과정에서 세 명이 다쳤습니다. 한 명은 중상이었죠. 심각하게 다루어진 일이 있습니까?

세계 어느 곳에서도 후진국 아닌 이상 (후진국이라도 이런 경우는 흔치 않지만)이러한 폭력사태가 수시로 벌어지는 일은 찾기 어려우며, 어느정도의 수준에 올라있는 국가 치고 한국만큼 공권력이 심하게 유린당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습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온 것은 화해노력이 부족했던 정부의 책임도 있지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면 불법.폭력시위도 거리낌없이, 아니 계획적으로 하는 시위대의 책임도 큽니다. 보수언론은 시위대의 책임을 부각시켰습니다. 그러나 진보언론도 공권력 탓만을 하며 시위대를 무조건 감쌌습니다. 보수언론과 다를 게 없었던 셈입니다.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폭력사태 근절을 위한 방안은 제기되지 않았고, 폭력의 악순환은 계속된 것입니다. 진보언론이라면 충돌사태의 책임만 다룰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근절 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했습니다.

이제 소위 '진보언론'에서 내보내는 기사를 사람들은 더 이상 100퍼센트 신뢰하지 않습니다. 진보언론도 보수언론과 마찬가지로 한 진영에 편향된 기사를 내보낸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진보언론이라고 해서 진보세력을 무조건 비호할 것이 아니라 잘못은 비판하고, 진보세력이 모든 국민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진보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vs보수의 구도만 강조하여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언론이 할 도리가 아닙니다. 진정한 약자의 언론, 깨어있는 사람의 언론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PS : 수정 - 12시 51분
출처 : 사회방
글쓴이 : 바닷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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