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세상 읽기

[스크랩] 여당 혐오증 실체 뭔가… 무능·오만·독선 ‘성난 민심’ 덧내

맑은샘77 2006. 6. 1. 22:11
출처 : 정치일반
글쓴이 : 국민일보 원글보기
메모 :

2006년 6월 1일 (목) 18:15   국민일보

여당 혐오증 실체 뭔가…

 무능·오만·독선 ‘성난 민심’ 덧내

 

올 지방선거 이면을 관통한 하나의 현상이 있다. 소위 여당 혐오층이 확대·재생산됐다는 점이 그것이다. ‘여당이 싫다’는 정서가 마치 돌림병처럼 국민 사이에서 확산됐다는 얘기다. 여당 혐오층 확대는 한나라당에 대한 일방적인 표쏠림 현상으로 이어졌다.

이런 기류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지난해 4·30 재보선과 10·26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여당 혐오도가 심각하다는 게 확인된 바 있기 때문이다. 4·30 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거둔 성적표는 0대23(한나라당)이다. 이어 6개월여 만에 열린 10·26 재선거 때도 4곳 모두에서 패배했다. 두 차례 선거를 합쳐 0대27이다. 정당 지지율도 지난해 초에는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보다 다소 우위에 있었으나 두 차례 선거를 거치면서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한나라당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급락했다. 여당은 경악했다.

이어 지난 2월 정동영 의장 체제가 들어섰다. 그리고 10·26 선거 이후 7개월여 만에 올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여당은 ‘지방권력 심판론’ ‘거야 견제론’을 주장하며 국민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지만 여당이 싫다는 국민 마음은 점점 악화됐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테러사건은 한나라당으로의 표쏠림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 선거 초반 여당이 우세를 보이던 대전시장 선거 양상이 급변해 한나라당이 승리한 이유다. 여당은 1(열린우리당)대 12(한나라당)대 2(민주당)라는 지방선거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시·도지사 선거의 경우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 득표수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여당은 수도권에서 한 곳만 얻었다. 전체적으로도 민주당(20석)보다 적은 19곳만 차지했을 뿐이다. 한나라당은 무려 155곳에서 승리했다. 여당이 싫고,따라서 한나라당을 찍겠다는 민심이 여론조사와 투표행위를 통해 분명히 표출된 것이다.

여당을 싫어하는 국민 정서를 여당 지도부도 잘 알고 있었다. 정동영 의장이 TV 연설에 출연해,또는 거리 유세를 통해 “여당이 마음에 안 든다고,유능한 여당 후보들을 내치지 말고,당의장인 나를 때려 달라”고 읍소한 것은 국민 마음을 정면으로 파고들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정 의장 말대로 역부족이었다. 정 의장이 선거 후 정계개편 추진을 언급하는 등 조급한 모습을 보인 데에도 국민들의 대여 정서가 좀처럼 바뀌지 않은 게 큰 요인으로 보인다.

여당을 싫어하는 정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현 집권세력 전체가 싫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정확할 것이다.

여권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여권내부 자성에서도 나오듯 여권의 잘못되고,서투른 국정운영에 그 답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여권은 4·30 재보선과 10·26 재선거 직후 통렬하게 반성하며,민의를 받들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한나라당과의 대연정론,법무장관의 검찰총장 수사권 지휘 파문,사학법 강행처리 등 또다시 이념갈등을 부추기는가 하면 편가르기와 무능,오만,독선적인 모습을 되풀이했다. 민생경제는 뒷전이었다. 올바른 정책을 수립한 뒤에도 홍보 미숙 등으로 우왕좌왕했다. 국민은 이러한 여권의 모습에 또한번 냉엄한 심판을 한 것이다. 여권이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해나갈지는 여권 몫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행태로는 곤란하다는 게 국민의 분명한 생각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당 혐오층은 2002년 총선이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라며 “대통령 탄핵풍이 휘몰아친 2002 총선에서 여당에게 너무 많은 의석을 주었다는 반동적 심리도 국민들 사이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비례대표 광역의원 투표를 기준으로 한 정당 득표율에서도 52.8%를 얻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당이 싫어서 한나라당에 표를 준 것이지,한나라당이 야당 역할을 잘해서,정권을 맡길 만하다고 해서 표를 주지는 않은 것이다. 국민들도 한나라당의 승리보다 열린우리당 패배에 의미를 두고 있다.

역으로 한나라당 혐오층도 적지 않다. 스스로의 힘으로 표를 얻을 수 있는 동력을 키워나가는 게 한나라당의 과제다.

김진홍 편집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