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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열린우리당 심판" 외쳤지만, 뚜껑 열고보니....

맑은샘77 2006. 6. 1. 22:09
뉴스: "열린우리당 심판" 외쳤지만, 뚜껑 열고보니....
출처: 오마이뉴스 2006.06.01 19:28
출처 : 한, 압승..향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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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1일 (목) 19:28   오마이뉴스

"열린우리당 심판" 외쳤지만, 뚜껑 열고보니....

 

[오마이뉴스 박수원 기자] 정당지지율 12%, 81명 지방의회 진출.

민심은 열린우리당이 밉다고 그 표를 민주노동당에 주지는 않았다.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정당득표율 15% ▲기초단체장 5명·광역·기초의원 300명 당선을 목표로 뛰었던 민주노동당에게는 뼈아픈 결과다.

정당지지율은 2002년의 8.13%보다는 높아졌지만 2004년 총선에서 얻은 13.1%보다 낮았다. 게다가 민주노동당의 아성이었던 울산 북구와 동구 2곳의 기초단체장 자리도 내주고 말았다. 2002년 지방선거에 비해 2배 많은 81명을 지방의회에 보낸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지방선거를 발판으로 전국 정당화를 이루겠다는 꿈이 멀어진 만큼 당의 행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 민주노동당 의원단과 문성현 김종철 후보 등이 31일 저녁 민주노동당사에 마련된 5.31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표정이 일그러져 있다.
ⓒ2006 오마이뉴스 남소연



잘못된 예측, 연기된 기자회견... 할 말이 궁했다

1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선거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목표에 한참 뒤진 성적표를 놓고 딱히 할 말이 궁해서였다.

민주노동당은 선거 결과에 대한 중앙당과 각 지역 조직의 평가를 취합해, 정리된 내용을 2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계획이다. 대신 이날 오전 9시 진행된 최고위원회에서 문성현 대표의 모두 발언으로 당의 입장을 정리했다.

"(이번 선거는)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도 국민의 요구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한 데 대한 질책이 있었다고 본다. 부족한 점에 대해 뒤돌아보고 심기일전해서 국민의 사랑과 믿음을 받도록 하겠다."

사실 31일 저녁 출구 조사를 지켜본 지도부의 표정에서도 민주노동당의 잘못된 예측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5.31지방선거를 발판으로 전국정당화 → 2007년 대선 500만 표 → 2008년 총선 제1야당 →2012년 집권 목표 구체화'라는 지도부의 계획은 오판임이 확인된 것이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지지율이 예상보다 높지 않게 나온 것도 문제지만, 별다른 근거도 없이 광역·기초의원 300명 당선을 목표로 잡은 것은 더 큰 실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이는 중앙당과 지역의 유기적인 결합은 물론 표 관리도 제대로 안 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례로 31일 저녁 8시 10분께 가장 먼저 당선이 확정된 충남 아산 기초의원 임관웅(전농 후보)씨는 민주노동당에서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유력이 아니라 경합 후보 가운데 하나였다. 이 결과를 놓고 기자실에서는 "자료에 신빙성이 있는 것이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막연한 기대, 그러나 직접 뛰어보니..."

▲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는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선거사무소 현판식과 선대위 발족식을 가졌다. 김종철 서울시장 후보와 문성현 당대표, 권영길 의원등이 `김종철`을 연호하고 있다.
ⓒ2006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렇다면 왜 민주노동당의 예측은 빗나간 걸까?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이구동성으로 "5.31선거의 표심은 열린우리당 심판"이라고 외치면서, 열린우리당에 실망한 개혁 표심이 민주노동당으로 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었더니 그게 아니었다. 2004년 총선 지지율에도 못 미쳤다.

박용진 대변인은 "2004년 13.1% 지지율이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치였다면, 지방선거의 12.1%는 지난 2년 동안 활동의 성적표에 해당한다"면서 "내부적으로는 열심히 했다고 평가할지 모르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부족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쌀개방 반대, 비정규직 법안 개악 반대 등을 빼면 뚜렷한 목소리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구체적인 바닥 민심을 파악하지 않은 채 정치공학적으로만 상황을 판단해 섣부른 승리를 점쳤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노동당 당직자로 근무하다 경기도 용인시 구성에서 기초의원으로 출마한 김배곤씨는 "3인 선거구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다음으로 당선되리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면서 "직접 선거 공간에서 뛰어보니 민주노동당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은 '그런 정당도 있지' 하는 정도였다"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김씨는 이어 "지역에 내려와 선거 운동을 해보니 끈끈한 유대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안 되는 게 현실"이라면서 "그 유대를 만들지 못하면 민주노동당은 4년 후에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지역에 뿌리내리는 활동을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 강북 기초의원 최 선씨와 과천시 시의원 황순식씨의 당선과 전농 출신 후보들의 당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밑바닥에서 꾸준히 활동한 후보들에게 당선의 열매가 돌아간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빗나간 예측과 함께 민주노동당에게 아픈 대목은 울산 지역의 실패다.

10년간 지켜온 울산 북구와 동구에서의 수성 실패는 대기업 노동운동에 기댄 활동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과의 연대가 필요한 대목이다.

키워드는 '새로운 전략'과 '대선'

민주노동당은 6월 23일 중앙위원회와 7월 24일 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같은 기회에 원내와 원외가 함께 민생 현안들에 대해 새로운 전략을 짜고 2007년 대선을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 장상환 소장은 "서민들의 의견이 빠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당의 의사결정과 집행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당내 분파들도 서민들이 무엇 때문에 고통받는지 연구해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소장은 이어 "대선 후보 조기 가시화는 당내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5. 31 지방 선거 이후 민주노동당에게는 '새로운 전략'과 대선'이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 같다.

/박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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