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주기/청년

친구일 땐 좋았는데, 사귀면 실망하는 이유

맑은샘77 2014. 1. 13. 16:16

친구일 땐 좋았는데, 사귀면 실망하는 이유

라이너스2014.01.13원문더크게


B양의 고백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제 남자친구 A군. 사귀기 전엔 너무나도 괜찮은 사람이었어요. 매너도 있고, 친절하기도 하고. 게다가 말도 어찌나 잘 통하던지 정말 천생연분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언젠가 그 사람 마음속에 제가 있다고 고백했을 때 저도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기꺼이 받아들였고요.^^

근데 막상 사귀고 나니 이게 아닌 것 같아요. 예전엔 그렇게나 매너 있고 자상했던 그가 이젠 예전만 못한 거 같기도 하고, 너무 잘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알면 알수록 안 맞는 부분들도 많은 거 같고요. 이거 어떡해야 하나요. 벌써부터 성격적으로 안 맞는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나중에 사귀면 사귈수록 더 문제 아니겠어요? 우리 둘은 연인으로써는 안 맞는 걸까요? 지금이라도 그냥 친구 사이로 돌아가자고 해야 하는 걸까요?

친구였을 땐 너무나도 괜찮아 보였던 그가 막상 사귀고 나니 예전만 못한 거 같다. 정말 그 사람은 애초에 친구 이상의 관계는 안 어울리는 사람이었을까. 차라리 계속 친구로 지낸다면 앞으로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좋은 사이로 지낼 수 있는 걸까. 연애 초반에 트러블이 생길 때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고민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지금이라도 친구사이로 돌아가는 게 좋을까, 아니면 조금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 참고(?) 사귀는 게 맞는 것일까.^^;


1. 사귀기 전엔 분명히 잘 통했는데?

사귀기 전 서로가 호감을 가진 상태에서는 상대의 좋은 점이나 서로의 공통점에만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이따금 안 맞는 부분이 보여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상황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에게 가진 호감은 일관되게 유지되는데 이를 심리학에서는 소크라테스 효과(Socratic Effect)라고 한다. 바로 그것 때문에 오늘도 수많은 남녀들은 이렇게 착각하곤 한다.

'어머! 우린 너무 잘 통해! 둘 다 음악을 좋아하고, 잘 맞는 혈액형이라는 O형과 A형이고, 여행을 좋아해!"

하고 말이다.^^; 하지만 정작 그가 '당신과는 달리' 윈도 쇼핑은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하고, 어제 경기에 롯데가 이겼는지 졌는지 관심조차 없으며, 밥을 배불리 먹고도 간식거리를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건 죄악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 대해선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당신들이 공통점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잘 맞는다고 만족해하며 신기해했던 부분들조차도 사실은 한국에 살고 있고,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비슷한 연령대의 남자와 여자라는 공통점만큼이나 흔하디흔한 공통점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가끔씩 삐져나오는 차이점에 대해 인식 못 했던 것은 아니지만, 연애 초반의 달콤한 감정 때문에 새 옷에 살짝 삐져나온 보풀처럼 애써 바느질 땀 사이로 밀어 넣으려 했다. 하지만 사귀고 나서는 단 하나의 삐져나온 보풀이 반쯤 찢어진 옷 마냥 크게 보이더란 말씀. 환불(응?)해야 하나, 바꿔 달라(?) 해야 하나 고민되게 말이다.^^;

상대에 대한 환상, 전문 용어로 콩깍지는 연애 초반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만약 당신이 이성에 대해 지극히 객관적으로만 바라본다면 연애라는 공식은 성립되기 힘드므로. 하지만 연애 초반의 상대에 대한 지나친 환상은 실제 연애에 돌입했을 때 실망감을 증가시킨다. "우린 너무 잘 맞아, 우린 천생연분이야."를 초반부터 외쳐대던 커플들치고 오래가는 경우를 거의 못 봤다. 사실 사귀는 건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이제부터 당신 둘은 서로가 얼마나 잘 맞는지 느끼며 행복해해야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얼마나 안 맞는지 알아나가기 시작해야 할 것이며, 그것을 얼마나 잘 맞추어 가느냐에 연인으로서의 당신들의 미래와 행복이 달려있는 것이다.^^; 사랑의 시작은 설렘만으로 가능하지만, 그 지속은 노력으로만 가능하다.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했지만, 필자는 감히 연애는 1%의 설렘과 99%의 노력으로만 지속시켜 나갈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2. 그가 변한 거야, 내가 변한 거야?

"사귀기 전만 해도 작은 거 하나하나 배려해주고, 자기보다 저를 먼저 생각해주는 너무나도 자상한 그였답니다. 하지만 막상 사귀고 나니 그게 예전만 못한 거 같아서 실망스럽네요. 변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는데, 그와 사귀기 전 절 좋아했던 다른 남자는 제게 여전히 잘해주고 있는데. 그냥 애초에 그 사람이랑 사귈 걸 그랬나 봐요."

당신이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친구와 연인은 기대치 자체가 크게 틀려진다는 것이다. 친구는 당신에게 어느 정도 이상으로 잘해줘야 한다는 '의무'가 없기 때문에 그가 약간만 친절을 베풀어도 그 효과는 상당히 크다. 즉 이때 당신의 반응은 "아이, 뭘 이런 걸다."다. 하지만 애인에게는 그 기대치 자체가 틀리다. 친구가 당신에게 해줬던 것과 똑같은 친절을 베풀어도 "당연하지!"가 되어 버리고, 약간이라도 부족하다 싶으면 바로 섭섭해져 버린다. 그만큼 애인에겐 보다 많은 걸 바라게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렇게 자상하고 친절함에도 불구하고 친구사이는 연인보다 '당연히' 간섭도 덜하게 된다. 그래서 당신은 상대방이 자상하고 친절하고 예의가 바르면서도 '쿨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어린 시절 당신이 친구를 당신의 집으로 데리고 왔다. 어머니는 당신들을 반겨 맞아주시며 과자도 내주시고, 너무나도 친절하게 대해주신다. 평소 때는 과자도 잘 안 사주고, 가끔 어머니한테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혼나기도 했던 당신으로써는 너무나 억울한 노릇이다. 그래서 당신은 생각한다. 엄마는 내 친구를 나보다 더 좋아하나 봐. 난 다리 밑에서 주워왔나 봐. ㅠㅠ

이 글을 읽은 당신, 혹시 웃고 있는가 아니면 뜨끔하고 있는가? 이게 바로 연인과 친구 사이의 차이라는 거다. 정작 어머니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지만, 그 친구는 손님이기에 친절하고 예의를 베푸는 것일 뿐이다. 정말 그가 언제까지나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그러나 마음은 완전히 열지 않은 채 당신을 손님처럼 대하길 바라는가? 모든 걸 다 가지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3. 이미 가진 건 흥미가 떨어져?

당신이 휴대폰을 사러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여기도 둘러보고, 저기도 둘러보고 다리가 아플 때까지 둘러보고 또 둘러본다. 그러다 정말 마음에 드는 휴대폰을 발견했다! 너무나도 깜찍하고 예쁜 디자인에, DMB도 되고, 게임도 되고, 멀티태스킹? 그 정도는 기본이다~ 이미 그 휴대폰에 꽂힌 순간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런데 가격.; 요즘엔 공짜폰도 많던데 역시 좋은 건 언제나 비싸단 건 불멸의 진리인가. 집에 가서도, 공부를 하면서도 그 휴대폰이 눈에 아른거린다. 밤낮으로 고민하고 또 가지고 싶어 한다. 정말 꼭 그 핸드폰이 없으면 더 이상 못살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무리해서 질.렀.다! 만세! 역시 비싼 값을 하는 것 같다. 때라도 묻을 새라 LCD 보호 필름도 붙이고, 액세서리도 달아주고, 치장에 여념이 없다. 너무 뿌듯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휴대폰은 역시 그냥 휴대폰일 뿐이다. 멀티태스킹? 게임? 전화와 문자 빼곤 정작 아무 쓸모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다가 친구가 샀다는 저 스마트폰 보니까 또 눈이 돌아간다. 내 '폰'은 산지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예전엔 그렇게 좋아 보이던 게 지금은 디자인도 촌스럽고 별로다.

위에서 '휴대폰'을 '남자친구'로 바꾸어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당신이 가진 핸드폰(이라고 쓰고 남자친구라 읽는다.)도 한땐 너무나도 갖고 싶었고, 없으면 못살 것 같았고, 어떻게든 내 걸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변한 건 그가 아니다. 당신의 마음일 뿐. 연애 초반의 달콤함과 설렘만을 평생 느끼고 싶은가? 물론 가능은 하다, 한 달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면. 하지만 당신은 설렘은 얻을 수 있겠지만, 평생 단 한 번도 지속되는 사랑에서 오는 편안함과 안락함은 느껴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제 갓 시작한 커플들. 너무나 좋고 행복하겠지만 둘 다 사람인 이상 단점이 없을 수 없고 사귀기 전엔 몰랐던 안 좋은 부분들에 대해서도 분명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은 속으로 생각한다. '진정한 사랑은 작은 부분 하나하나까지도 잘 맞아야 하고, 늘 행복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물론 그 말도 틀리지는 않다. 하지만 더 큰 사랑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넘치는 부분을 감사히 받아줄 수 있는 것이다. 연애는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사랑이란 처음부터 자신의 비어있는 모양과 딱 맞게 들어있는 반쪽을 찾는 게 아니라 '안 맞는' 부분들을 때론 인정하고 때론 노력하며 '맞추어'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들이 당신들의 사랑을 보다 굳건하고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양분이 되어줄 것을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