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5.17 03:10
[치매 앓던 78세 남편을 돌보다… 80세 부인이 목졸라 살해]
부인도 병구완하다 치매에 - 경찰, 의도적인 범행 의심… 1년 관찰 끝에 올 2월 체포
검찰, 정신감정후 석방 - "평소엔 정상적으로 보이나 치매로 공격성 증폭돼 발생"
일본 도쿄지검은 한야 교이치(半谷恭一·사망 당시 78·사진) 변호사를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했던 부인(81)이 치매에 걸려 책임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고 석방했다고 16일 밝혔다.
한야씨는 1980년대 도쿄고등법원 부장판사로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을 다룬 록히드사건 재판장을 맡아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1995년 법관직을 퇴임하고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한야 변호사는 작년 2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부인은 "자고 일어나니 남편이 숨져 있었다"며 딸에게 전화하면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이웃들이 한밤중에 부부싸움 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을 바탕으로 부인에게 혐의를 두고 집중 추궁했다. 특히 방범 카메라 확인한 결과, 한야씨의 집을 드나든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부인은 시종일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고, 자식들은 "어머니에게 치매 증상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결국 경찰은 부인을 체포하지 않고 1년간 일상생활과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경찰은 부인이 평소에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 2월 의도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부인을 체포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도쿄지검이 두 달에 걸쳐 정신감정을 실시한 결과, 치매로 인한 사건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부인은 평소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치매로 인해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공격적 성향이 증폭돼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살인한 것은 인정하지만, 심신상실(心神喪失) 상태였던 만큼 형사처벌은 할 수 없다는 논리다.
변호사의 자식은 분가했으며 부부만 자택에서 살았다. 산케이(産經)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치매에 먼저 걸린 사람은 한야 변호사였고, 부인이 남편의 병간호를 해왔으나 부인도 이후 치매에 걸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노노(老老) 간병'이 초래한 비극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저출산·고령화와 핵가족화로 인해 한야씨 부부처럼 '노노(老老) 간병'이 급증하고 있다. 간병하는 사람이 75세 이상인 경우가 25%를 넘고, 노인 8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