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안모(60·서울 중구)씨는 건강보험에서 해 주는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 포함된 '간이지능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와 깜짝 놀랐다. 정밀검사 결과 심각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담당 의사는 "건망증과 가벼운 우울증, 집중력 감퇴 등이 발견되므로 5년 뒤부터는 정기적으로 치매 검사를 받으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김성윤 교수는 "치매는 콜린분해효소 억제제나 아밀로이드단백의 침착을 막아주는 약물 치료 등을 일찍 시작할수록 진행 속도가 늦어지므로, 치매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은 조기 발견을 위해 65세 이후부터 2년에 한 번씩 간이지능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보건소의 간이지능 검사에서 치매가 의심되면 병원에서 신경심리검사와 영상검사 등으로 확진한다. 치매 여부 를 알아보기 위해 의료진이 제시한 그림을 따라서 그려보는 신경심리검사를 하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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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있으면 간이지능검사 해야
치매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가족력도 5~10% 이내이다. 65세 이후부터 유병률이 빠르게 올라가므로, 이때부터는 누구나 조심해야 한다. 간이지능검사는 치매 여부를 검사하는 간편하고 기초적인 방법이다.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는 물론, 보건소에 가도 받을 수 있다. 12~14문항으로 구성돼 5~10분이면 검사가 끝난다. 김성윤 교수는 "일정한 점수에 따라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연령과 학력 등을 두루 고려해서 점수를 비교해 치매 가능성을 판단한다"며 "간단한 검사라서 정상이라도 이상 소견이 나오는 오류는 간혹 있지만, 치매 환자를 정상이라고 잘못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65세 전후로 건망증이 심해지거나 우울증이 지속되면 간이지능검사를 반드시 받아보라고 권한다.
순천향대병원 신경과 장일미 교수는 "건망증이 반복되면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10~15%가 치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성윤 교수는 "5년 이상 지속되는 만성 우울증도 치매에 영향을 준다"며 "우울증 노년층의 치매 유병률은 일반 유병률보다 2~2.5배 높다"고 말했다.
◇신경심리·영상검사 병행해 확진간이지능검사 등에서 치매가 의심되면 신경심리검사와 MRI(
자기공명영상) 및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를 받아 치매를 확진할 수 있다. 신경심리검사는 보고·듣고·말하는 등의 형식으로 1~2시간 진행한다. 보호자가 동반해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 변화 등을 설명해 줘야 한다. MRI는 뇌의 면적 감소 정도를, PET-CT는 뇌세포의 활성도 감퇴를 살핀다. 장일미 교수는 "영상검사에 문제가 있어도 치매가 아닐 수 있으므로, 영상검사 결과와 신경심리검사 결과를 종합해 치매 여부를 확진한다"고 말했다.
◇젊은 층은 혈관성 치매 조심해야치매는 나이가 가장 큰 위험 인자이지만, 젊은층도 걸릴 수 있다. 최근 30대 여성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는다는 내용의 TV드라마 '
천일의 약속'이 화제를 모으면서 젊은 사람들도 건망증을 경험하면 조기 치매가 아닌지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김성윤 교수는 "60세 이전에 발생하는 조발성(早發性) 치매는 유전적 요인이 강하며, 국내 유병률을 집계하지 못할 정도로 드물기 때문에 일반인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60대 이하는 이보다
뇌졸중 등이 유발하는 혈관성 치매를 조심해야 한다. 이때는 기억력 장애보다 신체를 움직이는 행동 능력부터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장일미 교수는 "혈관성 치매의 위험 요인인
고혈압, 당뇨병, 운동부족, 비만 등은 일반인에게 아주 흔하므로, 평소 종합적인 건강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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