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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 하비 콕스가 본 종교의 미래>

맑은샘77 2011. 6. 16. 23:03
<세계적 석학 하비 콕스가 본 종교의 미래>

'종교의 미래' '세속도시' 출간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일요일에 교회나 성당에 가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다" "개신교 근본주의, 이슬람 근본주의 때문에 종교는 세상의 빛이 되기는커녕, 불안감과 적대감만 증폭시킨다…."
종교의 유통기한이 끝났다는 이런 지적들이 넘쳐나지만, 실제 종교 현황을 보면 그렇지가 않다. 서구에서 종교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구촌 전체로 보면 종교는 여전히 부흥기다.

   하버드대 교수를 지낸 세계적인 신학자 하비 콕스는 2009년 하버드 퇴임을 맞아 자신의 학문활동을 총정리한 책 '종교의 미래'(원제 The Future of Faith. 문예출판사 펴냄)에서 21세기 종교의 미래를 낙관했다.

   콕스는 제3세계 종교운동과 평신도들의 종교운동, 타종교와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진보적 신학자로 라인홀드 니버(1892-1971), 폴 틸리히(1886-1965) 이후 신학계 최고의 석학으로 꼽힌다.

   한국어로 번역돼 최근 출간된 '종교의 미래'에서 하비는 기독교 2000년 역사를 3시기로 구분했다. '신앙(Faith)의 시대'인 첫 시기는 예수 탄생과 사후 300년 정도까지로,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활동하던 때다. 교리나 성직계급이 없었고, 삶 속에서 예수의 말씀을 실천하고 믿음을 지켜가는 시기였다.

   두번째 시기는 '믿음(Belief)의 시대'로 이때 말하는 믿음이란 자신의 영적인 신앙에 기반을 둔 종교가 아니라 '무엇을 믿느냐'가 신앙의 징표로 되어버린 시대다. 즉, 성직자 계급이 등장해 자신들이 예수 12제자의 권위를 이어받았다며 복종을 강요하고, 기독교가 교조화하면서 서로 '이단'으로 단죄하는 시기로 20세기까지를 가리킨다.

   마지막 세번째 시기가 현재인 '성령(Spirit)의 시대'다. 예수가 활동하던 시대와 유사하게 개인의 영적 체험을 중시하고 공동체에서의 실천과 사회적 참여를 강조한다. 이런 현상은 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제3세계 기독교에서 두드러진다.

   하비 콕스는 민족제의와 결합하는 기독교, 교리보다는 각자가 부딪히는 현실 속에서의 신앙 실천을 강조하는 오순절교회, 남미의 해방신학 등에서 미래의 희망을 본다고 말한다.

   콕스는 책에서 기독교 인구분포의 변화양상을 제시한다. 1900년에는 기독교인의 거의 90%가 유럽과 북미에 살았지만 오늘날에는 기독교인의 60%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에 살고, 2025년에는 이 비율이 67%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는다.

   "1975년 즈음에 그리스도교는 '서양' 종교이기를 그쳤다…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더 이상 '그리스도교 나라'라는 옛 영토에 거주하지 않고 지구의 남반구에 거주한다. 여기서는 그리스도교 운동이 가장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그들의 대다수는 흑인이거나 갈색인 또는 황색인이며 가난 속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249쪽)
콕스는 제3세계 종교운동과 평신도 종교운동, 타종교와의 대화의 필요성에 주목하면서 교회가 사회변화를 위해 앞장설 것을 촉구해왔다.

   이런 그의 신념을 담은 신학계의 고전 '세속도시'(원제 The Secular City)도 새로 번역돼 나왔다.

   콕스가 1965년에 출간한 '세속도시'는 '바보제'(1966), '예수, 하버드에 오다'(1994년) 등과 함께 그의 대표작이다. 한국에서는 1993년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처음으로 출간됐지만 이번에 문예출판사에서 다시 번역돼 나왔다.

   그는 세속화와 도시화는 반(反)종교적인 운동이 아니라 인간의 성숙 과정이자 신의 선물이므로, 교회는 이 세계 안에서 신이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사회변화의 선두에 서야한다고 주장한다.

   세속도시에서 교회는 종교, 인종, 이념, 계급의 차이를 뛰어넘는 기능을 해야하며, 특히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가난한 자의 권리를 찾는데 힘써야한다는 그의 주장은 제3세계의 민중 종교운동에 크게 기여했다.

   '종교의 미래' = 김창락 옮김. 352쪽. 1만7천원, '세속도시' = 이상률 옮김. 416쪽. 1만8천원.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