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책을잡자

책 잘 써서 유명해지고 싶은가? 당장 이 숙제를 시작하라

맑은샘77 2011. 4. 2. 12:02

책 잘 써서 유명해지고 싶은가? 당장 이 숙제를 시작하라

입력 : 2011.04.02 03:11 / 수정 : 2011.04.02 05:29

내 삶의 글쓰기

빌 루어바흐·크리스틴 케틀러 지음|홍선영 옮김
한스미디어|520쪽|2만2000원

우선 백지 한가운데 '나'라고 쓰고 글자 둘레에 원을 그린다. 자기 인생에 등장한 사람들을 원 주변에 생각나는 대로 적는다. 원 가까이 적어야 할 사람도 있고 멀찍이 적어야 할 사람도 있다.

다른 종이를 꺼내 그들 중 하나를 묘사해본다. 얼굴 생김새, 옷 입는 스타일, 잘 먹는 음식과 특징적인 말투, 다시 생각해도 열 받는 일화, 지금 생각해보니 미안한 사건을 조목조목 쓴다.

이 책의 저자는 독자에게 숙제를 잔뜩 내준다. "나중에 할 생각 말고 지금 당장 하라"고 눈에 힘까지 준다. 예를 들면 이런 숙제다. ①자기 인생 중 어느 한 해를 골라 누구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인생 달력'을 만들어볼 것. ②어려서 살던 집의 지도를 그릴 것. 어느 방에 누가 잤는지, 어떤 가구가 있었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림도 그리고 색깔도 칠하고 메모도 할 것. 같은 요령으로 동네 지도도 만들어볼 것. ③오래전에 헤어졌거나 이미 세상을 떠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것.

숙제의 목적은 논픽션 집필이다. 회고록이 될 수도 있고, 여행기가 될 수도 있고, 수필이 될 수도 있다. 형식이야 어찌 됐건 자기가 경험하고 목격한 일을 남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소설처럼 술술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글을 저자는 '창의적 논픽션'이라고 부른다. 이 책은 창의적 논픽션을 쓰기 위한 실전 가이드다.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듯 초보자가 따라 할 수 있게 한 걸음 한 걸음 이끌어주는 것이 장점이다.

공동저자 루어바흐는 대학교수를 거쳐 소설과 논픽션을 둘 다 쓰는 전업작가가 됐고, 케틀러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논픽션 작가를 겸하고 있다. 그들은 좋은 문장 쓰는 방법, 인물과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노하우, 글의 얼개를 짜고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는 요령을 차례차례 알려주고 그때마다 숙제를 내주며 게으른 독자를 닦달한다.

"뭐라고? 아직 지도도 그려보지 않았다고? 이 책을 한번 쭉 읽어본 다음에 다시 앞으로 돌아가 숙제를 해볼 참인가? 오, 이것 보시라. 당신은 어디가 그렇게 특별하단 말인가? 어서 당장 시작하라!"(88쪽)

저자가 내주는 숙제는 상당한 시간과 공력을 요한다. 기억의 심층을 파 내려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생하지 않고 잘 쓸 생각일랑 말라"고 정색을 한다. 자고로 훌륭한 작가에겐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작가들은 쓴다. 둘째, 작가들은 읽는다.

"남의 책을 읽지 않고 자기 책만 잘 쓰는 사람은 없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내가 내준 다른 숙제는 몰라도 꾸준히 읽고 꾸준히 쓰라는 숙제만큼은 평생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저자의 열성적인 지도 편달에 힘입어 여러분이 논픽션 한 권을 탈고했다고 가정하자. 저자는 "고생했다" "축하한다"고 등을 두드리면서 바로 다음 숙제를 내준다. "지금까지 쓴 글을 반으로 줄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