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상담/이상심리

[스크랩] 수동 공격성 성격장애

맑은샘77 2009. 6. 17. 00:43

세 자녀를 둔 27살의 한 여자 환자는 여러 해 동안 피로와 두통 및 우울증을 앓아 왔다. 그러나 신체적인 문제는 찾을 수 없었다. 요즘은 증세만 심해져서 결국에는 남편과의 성생활도 피하고 매사에 사는 게 재미가 없다고 호소했다.


게다가 그녀는 남편이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직장을 찾아보라고 채근하는 등 심한 결혼 생활의 갈등을 경험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 그녀는 어머니에게 종종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던가, 원하지 않는 아이였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심한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러한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 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싫어하면 어쩔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지나치게 고분고분하고 수줍은 소녀로 성장했다.


대학교 2학년때 만난 남자 친구와 결혼에 골인했는데, 학업을 중단하고 결혼했지만, 막상 어린 나이에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고 보니 결혼 생활이 너무나 재미없었다.


그녀는 생활이 지루해질 무렵 한가지 분위기를 확 바꿔버리는 타개책을 찾았는데 그건 남편에게 딴 동네로 이사를 가자고 조르는 것이었다. 그녀의 이러한 요구 때문에 남편은 직장 생활에 심각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 그녀는 아주 유순하고 의료진에게도 고분고분했다.





수동공격적 사람들 분노를 잘못 표현해


사람들은 흔히 '그 사람 성질 참 드럽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종종 정신과에서는 성격 자체가 문제가 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흔히 성격장애라 불리우는 이러한 문제는 비교적 평생동안 지속되는 한 개인의 특징적인 행동 양상인 성격이 사회생활에서 여러 종류의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를 말한다.


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감정적이며 자기 중심적일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대인관계에서 융통성이 부족하여 스스로 견디기 힘들어하거나 직장생활이나 일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성격장애의 종류는 자그만치 13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위에 서술한 환자의 성격은 흔히 수동 공격적 성격이라 일컫는 경우라 하겠다.


의료진의 진단 회의 결과, 환자의 심리적 역동의 핵심은 아마도 원치 않는 아이로 태어났다는 데에 대한 심한 분노와 이를 표현할 경우 경험할 죄책감으로 인해 자신의 분노와 공격심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양상으로 귀결되었다.


그녀는 남들에게 사랑받지 못할까봐 혹은 거절당할까 봐 모든 사람과 잘 지내는 척 하지만, 실은 아주 간접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특히 남편의 경우는 환자의 이러한 태도 때문에 몹시 진이 빠진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수동 공격적인 사람들은 흔히 사회 생활이나 대인 관계에서 자기의 분노를 삐뚤어진 방법으로 표현 해 상대방을 난처하게 한다. 흔히 자기에게 주어진 일이나 요구 사항이 있을 때 그 것을 교묘하게 거부하는데, 이 거부하는 방법이 아주 간접적이고 교묘하다. 꾸물거리거나 게으름을 피우고, 지각을 하거나 이상한 고집을 피운다.


예를 들면 맘에 들지 않는 상사로부터 서류를 정리하라고 지시를 받았을 때, 수동 공격적인 사람들은 시간이 없어 못하겠다는 거절대신, 서류를 의도적으로 잃어버리거나 찾지 못할 곳에 넣어둔다. 당연히 이들과 오래 있으면 심리적으로 몹시 힘이 들고, 뭐 때문인지도 모르는데 당하는 사람은 묘하게 화가 난다.





물론 때론 환자 본인도 이런 태도에 비관스러워하고 술을 먹는 방법 등으로 억압된 분노를 폭발시키는 경우가 있다. 어떤 환자의 경우는 술만 먹으면 지나가는 유리창을 깨거나 자동차 백미러를 깨곤 해서 경찰서를 통해 정신과에 온 경우도 있었다.





삼류깡패 강재, 자본주의에서 뺨맞고 엄한데 발길질 하다





최근 개봉된 영화중에서 최민식씨가 열연한 파이란의 삼류 깡패 강재는 수동공격형 성격이 영화속에 잘 녹아 들어간 돋보이는 캐럭터였다. 물론 강재는 인간적으로 정이 가는 미워하기 힘든 사람이긴 하지만 말이다.


스스로도 국가 대표 호구라고 말하는 강재는 아이들에게 금지된 비디오 테입을 팔거나 일수돈을 받으러 다니는 별 볼일 없는 인생의 밑바닥을 전전한다. 그는 동네 깡패와 시비가 붙자 고작해야 손에 드는 흉기가 연탄재인 그런 남자이다. 사람들은 강재를 동물 뱃속에서 기어 나온 것 같은 국가 대표 호구라 하면서 심지어 강재2가 될까 두렵다고 강재의 면전에서 면박을 준다.


그런데도 강재는 사람들의 멸시에 대꾸 한번 제대로 못한다. 그저 씩 웃고는 대신 부엌 개수대에 오줌을 누는가 하면, 술 취한 채 옆의 사람들에게 시비를 거는 게 고작이다.





최민식의 생생한 연기에 힘입어 파이란은 그러한 강재의 수동공격적인 태도가 어디서 왔는가 하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사실 파이란에서 강조하는 더 큰 폭력은 바로 연탄 먼지 가득한 안개 정글로써의 도시의 삶 그 자체이다. 그 안에 숨쉬는 폭력이란 우리 곁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우리가 깨닫지 조차 못하는 미만한 폭력이었다.


여자들은 직업 소개소 간판 뒤에서 하릴없이 팔려나가고, 소장이란 작자는 결핵에 걸려 죽어가는 여자를 세워두고도 무심히 무좀약을 칠한다. 가난과 결합된 폭력은 생계라는 최면으로 인간들을 무감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측면에서 파이란의 폭력은 영화 친구의 폭력보다 더 잔인하고 섬뜩하다. 그리고, 강재는 바로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할 도시의 먹이감이었던 것이다.





특히 강재는 자신이 결혼해주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은 파이란이 유골로 돌아오자,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에서 그래도 자신을 진정으로 그리워했던 단 하나의 사람은 중국인 노동자 파이란, 그녀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얼굴한번 못 본 여자를 그리워하며 '이제와서 시체로 돌아오면 어떡하냐'고 울먹인다.


이렇게 분한 마음을 강재는 어떻게 해소할까? 당연 파이란의 사망에 관한 법적 절차가 너무 간단하다며 동사무소 직원과 멱살잡이를 하거나 술집의 취객에게 분풀이를 해댄다. 더 일찍 파이란을 만나 그녀를 구해내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다른 사람에게 옮아가는 '전치'라는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일께다.





분노는 질 좋은 양식 있는 그대로 표현하라





결국 모든 정신병리의 근원 중 하나는 현실을 투명하게 지각하기 힘들거나,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래도 받아들이고 표현하지 못하는데 있다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분노는 억압되면 될수록 언젠가는 폭발하는 부메랑 혹은 끓고 있는 용암이다. 그러나 수동공격형의 사람들이 두려워하듯이 분노가 꼭 부정적인 것일까?





어느 시인 말대로 분노는 질좋은 양식이다.『기분다스리기』(1999)의 저자 데니스 그린버거, 크리스틴 페데스키는 분노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면서 분노를 느끼는 것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분노의 목표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의당 분노는 친밀한 관계에서 가장 잘 일어난다.


애인이든 직장 동료든 우리가 늘 가까이 접촉하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기대를 하고 더 쉽게 좌절한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분노를 느끼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분노를 표현함으로써, 혹은 분노를 대중과 공유함으로써 분노는 하나의 유효한 그리고 매우 자기 주장적인 의사 소통의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관계의 단절은 분노때문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환자가 몰랐던 것이 하나 있다. 아마 파이란의 강재도 그러했을 것이다. 흔히 관계가 종결되는 것은 대화소통의 부재이지 분노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는 이후 부모님에게 느꼈던 저버림을 당할 것이라는 불안, 그리고 자신의 뿌리깊은 불안의 기저에 있는 사랑 받지 못하는 아이라는 분노를 상담과정에서 오랫동안 탐색하였다. 그리고 분노 조절 기법을 배우고 가상의 부모에게 자신의 분노를 적절하게 표현함으로써, 마음속의 괴물이었던 분노를 양지로 끌어 낼 수 있었다.





물론 이후 양지로 나온 분노는 빨간 색깔의 가스처럼 매우 부피가 적어져 어떤 상자에도 담을 수 있을 만큼 작게 되었다.


(심영섭 임상심리 전문가/ 영화 평론가 )

출처 : 행복†충전소
글쓴이 : 행복충전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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