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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연애편지다

맑은샘77 2007. 8. 2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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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21일 (수) 03:24   조선일보

꿈 ‘신이 보낸 연애편지’ 버리지말고 뜯어보세요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 ‘신(神)이 매일 밤 우리에게 연애편지를 보내는데 우리는 봉투도 뜯지 않고 버린다.’ 꿈에 관한 얘기다.

최근 우리 옛이야기와 여성성의 문제를 다룬 책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를 펴낸 고혜경(신화학 박사)씨는 “당신이 세상 어디를 가든, 어떤 일을 하든 꿈의 메시지, 영혼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나의 중심에서, 혹은 신으로부터 표류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서구에서는 꿈을 이야기하며 치유의 수단으로 삼는 ‘꿈 공부(dream work)’ 그룹이 늘고 있다. 시간당 150달러 이상 하는 꿈 상담도 인기. 버클리 GTU 신학대학원, 홀리네임즈 컬리지 등 샌프란시스코의 신학교들은 꿈을 아예 정규 교과 과정으로 개설했다. 고씨는 “꿈이 자기 탐구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라며, “요즘 사회 문제로 등장한 자살도 꿈으로 어느 정도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 꿈 협회’ 초대 회장으로 ‘그룹 꿈 작업’을 창안한 제레미 테일러(버클리 스타 킹 신학대학 교수)의 수제자이기도 한 고씨에게서 ‘꿈을 통한 자기 치유’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개 꿈’은 없다, 꿈꾸지 않는 사람도 없다!

프로이드, 아들러, 융 등 꿈과 신화 이론을 연구해온 학자들은 ▲꿈은 한 가지 의미만 갖는 것이 아니라, 그날그날의 잔영을 비롯해 성적(性的) 정체성, 권력관계, 예언적 기능,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 등을 포함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개 꿈’, 즉 아무 의미가 없는 꿈이란 없다. ▲꿈을 꾸지 않는 사람도 없다. 단지 꿈에 관심이 없어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꿈에 등장하는 타인은 바로 나 자신의 모습. 꿈 속 주인공이 보이는 성정과 행동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꿈을 액면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꿈은 반대’라는 옛사람들의 말은 꿈의 상징과 은유를 간과한 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지혜가 숨어 있다.



◆당신 안에 200만년을 산 賢者가 살고 있다

그렇다면 그날그날의 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그래픽 참조〉 고씨는 일단 꿈의 한 층위는 꿈 꾼 날을 기준으로 1~2일 전후의 사건들과 잔영이 포함된다고 말한다. 또 스스로 ‘아~ 이래서 어제 그 꿈을 꾸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의미는 대부분 맞다고 보면 된다. “제 경우, 꿈에 아주 지쳐 보이는 누군가가 등장하면 ‘내가 이렇게 지쳤구나’라고 감을 잡아요. 꿈은 현재 나 자신의 상태를 알게 하고 이에 대처할 지혜를 강구하라고 경고합니다.”

꿈에 등장하는 색깔도 자기 심리의 일부로 해석하면 된다. “색깔 상징은 꿈에 따라 해석이 다 달라져요. 같은 파랑이라도 어느 땐 우울함을, 어느 땐 해맑은 신성을 표현하니까요. 일단은 밝기의 차이, 꿈에서 본 색상에 대한 자신의 느낌도 중요합니다. 융은 ‘우리 안에 200만년을 산 현자가 살고 있다’고 말했어요. 당신의 느낌과 직관을 믿어보세요.”

◆꿈 일기, 꿈 수다…모여서 ‘꿈 공부’ 하세요!

고씨는 자신이 꾼 꿈에 대해 더 정확한 해석을 하고 싶다면 ‘꿈 공부’를 하라고 조언한다. 일단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꿈 일기’를 쓸 것. 가장 좋은 텍스트는 바로 자신의 꿈이다.

소규모로 ‘꿈 이야기 그룹’을 만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가가 꿈 해몽을 해주는 식이 아니라 리더가 따로 없이 몇몇이 모여 서로의 꿈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러다 보면 자연히 한 꿈을 다양한 시각들로 들여다보게 돼요. 꿈 이야기를 할 때의 좋은 점은 누구도 그 사람이 꾼 꿈 때문에 손가락질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꿈을 기억하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꿈이 갖는 치유력과 관련해 고씨는 우울증에 걸려 회사까지 그만둔 40대 남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머리가 둘로 갈라진 뱀 꿈을 꾸는 사람이었어요. 80년대 운동권 출신으로 사회적 이슈에 예민한 사람이었고,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대기업이라는 거대조직 안에서 지독한 속앓이를 했던 모양입니다. 꿈 작업에 참여한 지 8개월 만에 그가 처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1년 종강파티를 하는 날엔 안치환의 ‘자유’를 부르며 크게 웃었지요.”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그룹 꿈 작업을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서울 사당동 ‘진애인 아동가족치료연구소’ 에서 3월27일부터 10주간 ‘꿈을 통한 자기 발견’ 강의를 진행하고, 매주 한겨레문화센터가 3월14~5월16일까지 ‘꿈을 통한 자기 치유’ 강좌를 시작한다. 고씨가 최근에 연 청소년을 위한 꿈 사이트 ‘1020 꿈 나누기’(club.cyworld.com/1020dreamwork)를 활용해도 좋다. “누구라도 꿈 그룹을 만들 수 있어요. 꿈을 꾼다는 것, 이를 기억한다는 것 자체가 내가 이 문제를 풀 능력이 충분히 있다는 뜻이니까요.”



[글=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사진=허영한기자 younghan@chosun.com]

[일러스트=이철원기자 burbuck@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