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하나님과의 관계를 살피고, 그 결과로 이웃을 향하여 적합하게 응답하도록 존재를 형성해 주는 일이 곧 목회의 본질이다.: 유해룡 영성목회시리즈 1

유해룡 교수 - 영성목회에 대한 진단과 제안


들어가는말

오늘 우리 교회는 목회의 혼란을 겪고 있다. 목회자 뿐만 아니라 회중들도 함께 겪는 문제이다. 목회의 의미나 본질에 있어서 일관성 있는 확신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갖가지 프로그램이나 행사가 곧 목회의 본질처럼 매어 달리는 경우가 흔하다. 목회의 방향과 그 본질을 고려하지 않은 갖가지 프로그램이나 행사등은 외향적인 성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내적인 성숙에는 미치지 못하는 임시변통적인 하나의 사건으로 끝나게 된다. 목회자 자신도 이런 행사에 매어달리다 보면 본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목회의 방향성을 상실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신앙의 본질에 대해서 숙고하는 청중들 역시 이런 목회 방식에 대해서 매우 혼란스러워하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자신들이 어느 방향으로 인도되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자신의 삶의 어느 부분이 목회자가 담당해 줄 수 있는 영역인지,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인지에 대한 인식이 흐려진다는 말이다. 목회 신학자 힐트너는 "목회자에게 목양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밝혀지기만 하면 이 목양의 기능을 끝까지 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목회자는 양떼들에게 목회의 의미를 풀어 설명해 줄 의무가 있다. 그래야만이 양떼들이 어려움을 당하여 그 영이 어지러워질 때 목회자를 찾아 도움을 받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목회 과정에서 무슨 일을 벌이든지 그것이 목양이란 의미에서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일관성 있게 마음을 다하여 그 일에 투신할 것이다. 동시에 회중들도 확신있는 인도를 기대하며 따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글은 목회의 의미를 먼저 추적하며 그 정의에 따라서 한국교회 목회적 현실을 성찰하고, 영성목회의 의미와 영성훈련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목회의 의미와 본질

한국교회는 세계 어느 교회에서도 찾아보기 드물 만큼 활발한 목회적 행위가 진행되고 있다. 그 활발한 활동 중에서도 목회에 대한 자성과 성찰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높아가고 있다. 목표와 의미가 분명치 못한 활동 중심적인 목회에 대한 비판의 소리일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해서 반박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 방향성과 목표가 없는 행위가 어디 있겠는가? 하물며 목회라는 성스러운 일을 수행하는데 무방향, 맹목적이라니 聖召를 모욕하는 언사라고 분노를 터트릴 수도 있다. 물론 목표가 전혀 없는 행동이 있을리 없지만, 목회라는 본질론에 비추어 볼 때 그 관점과 목표에 문제점이 있다는 말을 지적하는 말이다. 과녁을 잘못 설정할 때 화살이 맞아야 할 과녁에 맞을 수가 없다. 잘못 설정된 과녁을 제대로 된 과녁으로 잘못 알고 그 곳을 향해 화살을 쏜다고 할 때, 그것은 정방향을 모르는 무방향, 맹목적 해위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목회자는 자신이 하는 모든 행위가 목회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한다. 잠자는 것도, 등산하는 것도, 여가를 즐기는 것등 모든 행위가 목회자가 하는 일이기 때문에 목회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목회란 목사의 여러 직무중의 하나라고 주장한다. 목사가 하는 행위라고 해서 모든 행위가 목회와 연결된 행위라고 말할 수 없다. 여러 일들 중에서 어떤 일은 현저하게 목양에 관련된 주요한 업무도 있을 수 있고, 또 어떤 일은 목양 자체와 상관없는 일도 있다. 이 두 주장 모두가 어느 정도 타당성을 지니기는 하나, 어느 한쪽도 만족할 수 있는 주장은 아니다. 오히려 이 둘의 태도를 잘 보완하여 수용한다면 목회의 의미를 보다 선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의 경우 목회라는 어떤 구체적인 행위를 생각하기 이전에 그 사람의 태도와 자세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개인적인 삶의 배경과 그 의도성 속에 목양의 태도나 자세가 내재 되어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무슨 일을 하든지 필요하다면 언제나 구체적인 목양의 현실로 바뀌어질 수 있는 삶의 태도가 전제된다면 그 모든 삶이 가히 목회적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헨리 뉴엔은 예수님의 사역을 예를 들면서 '예수님은 당신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그 분의 사목 완수의 방편으로 생각하시지 않았다. 오히려 그 분과 아버지와의 관계가 바로 목회의 핵심이 되었다. 그러므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맺는 기도는 영적 건전지를 충전하고 목회에 필요한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한 방책이 아니고, 그것이 목회 그 자체라고 한다.'그 태도와 자세의 여하에 따라서 그 행위가 목회일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후자의 경우 즉 선별적으로 목회적 성격을 지닌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주장은 목회를 특별한 소명의식적 차원이 아니고, 단순히 전문화된 직업으로 생각할 때 가능한 얘기이다. 헨리 뉴엔은 '그 동안 직업으로서의 목회에 대한 강조가 우리의 능력과 기술, 기교, 기획, 복안 등에 지나친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 결과로 목회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 실재에는 접근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행위 이전에 존재를 살펴야 하는 것이 목회의 우선적인 과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에피코스팔 교회의 지도자중 한 사람인 그레고리 베델(Gregory Bedell)은 "목회라고 하는 것은 목양으로서의 관심과 배려에 집중하고 있다는 말과 다름 없는 말이다"라고 했다. 목회는 하나의 직무가 아니라 목양이라는 비유적인 언어가 주는 뉘앙스처럼 깊은 배려와 관심과 사랑이 깃든 태도로 정의되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기독교의 목회란 목양이 지닌 비유적인 의미 이상의 관계성을 맺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의 대강령으로서 "네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하여 주 너희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 이와 같이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여야 할지니라"고 하셨다. 이 말씀 속에서 우리는 목회의 상호 관련성을 인식해야 한다. 즉 하나님과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말한다. 목회자가 목회를 한다는 말의 본질은 자기 자신과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해서 철저한 성찰을 전제하며, 그 결과로 하나님께 대한 성실한 반응으로서 사람들을 돌보는 행위에 있다. 다음 단계로서의 목회란 목회자는 대상자들에게서 일어나는 하나님과의 관계, 또 이웃과의 관계에 대한 양면적인 역동성을 객관적으로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목회자는 대상자로 하여금 하나님과의 밀접한 관계의 형성을 도와주며, 동시에 이웃을 향하여 적절한 반응을 하도록 인도해 주는 매개체이다. 하나님과의 다양한 관계형성과 다양한 응답등을 사려깊게 고려하면서 인도해 주는 일이 곧 목회의 진실된 의미이다. 윌리암즈는 "목회는 인간을 돌보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응답하여 하나님의 구속적인 치유의 능력과 깨달음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라고 했다. 목회는 결코 외부세계와 관계된 프로그램이나 인간관계가 아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살피고, 그 결과로 이웃을 향하여 적합하게 응답하도록 존재를 형성해 주는 일이 곧 목회의 본질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자주 설교목회, 상담목회, 심방목회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설교나 상담이나 심방이 목회 자체일 수는 없다. 그것은 목회의 한 직무이든지 수단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예를 들자면 어떤 목사가 한 편의 설교를 한다고 하자. 목사의 직무중의 하나로서 행해질지라도, 청중의 반응에 깊은 배려를 고려하지 않은 설교였다면 그것은 목양이라고 하기 보다는, 기능적이고 계약적인 직무일 뿐이다. 상담이나 심방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세속적인 상담이나 예방은 직업적인 계약의 논리로서 이루지는 만남이다. 내방자는 댓가를 지불하고 동시에 이에 상응하는 보답과 결과를 기대한다. 그러나 목회의 행위로서 상담이나 심방은 이 계약 관계를 뛰어 넘는다. 댓가를 기대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필요성 여부에 관계없이 이니셔티브가 목회자에게 있는 자의적인 행위이다. 하나님의 사랑과 그 임재하심에 대한 목회자 개인의 체험의 응답으로서 일어나는 것이 기독교적인 상담이나 심방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적인 상담이나 심방은 恩約(covenant)의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직업적인 계약논리가 아니라 은총에 대한 응답을 의미한다. 이 은약관계의 특성은 목회대상의 필요성이나 목회자의 개인적인 욕구로부터 출발되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과 그의 돌보심에 대한 목회자의 응답적인 행위를 의미한다. 기독교 상담이나 심방은 목회 대상자의 욕구를 충족키 위함이 아니라 그 욕구를 촉발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목회자는 기대를 예상하지 않는 대상자들에게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목회의 수단적인 행위가 목회 상담이나 심방의 제일차적인 의미이다.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 범사에 오래 참음과 가르침으로 경책하며 경계하며 권하라(딤후 4:2)"는 말씀에 대한 순종이 목회 상담이나 심방의 근간이 된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스스로가 성숙해 있다고 믿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삶을 공개하기를 꺼려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절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기독교적인 상담이나 심방을 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상담이란 자신의 결점이나 결핍을 인정하거나 드러내는 행위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에 매우 조심스러워 한다. 더우기 가족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기대도 하지 않은 갑작스런 예방이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목회자의 인격적인 불신, 기능적인 전문성에 대한 회의등이 목회자들에 대한 폐쇄적인 태도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장벽을 극복하지 못한 상담이나 심방은 근본적으로 대상으로 하여금 목양의 필요성을 촉발시키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의 목회 상담이나 심방은 목회자의 한 직무중의 한부분일 뿐이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대로 목회자의 직무는 그 관점에 따라서 목회일 수도 있고, 목회가 아닐 수도 있다. 심방을 목회의 제일의 원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기능적인 직무로 이해하기 전에 목양적인 자세와 태도가 우선되어야 한다. 목양적인 자세나 태도, 인격에 대한 신뢰 구축이 전제되지 않은 어떠한 행위도 목회적일 수 없다. 왜냐하면 대상자들이 상담을 받고, 심방을 받을지라도 '목양'은 이루어지지 않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벽을 극복하지 못할 때 목회자의 목회행위는 점점 세속적인 경영원리로 돌아서게 된다. 이것이 교회의 부정적인 세속화의 원인을 제공한다. 여기에서 활동중심의 목회, 소위 기능 중심적이고 프로그램 중심적인 이벤트(Event)목회의 위험성과 한계성에 직면하게 된다

출처 : 청년아 부흥을 꿈꾸라

글쓴이 : 이상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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