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문화

요코이야기1

맑은샘77 2007. 1. 19. 11:48


‘요코 이야기’가 가증스러운 이유

프른달 / eumk3632

 

소설 ‘파리대왕’을 읽다보면 어린 아이들이 사냥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멧돼지를 잡아서 얼굴에 피를 바르고 한 아이의 안경을 가지고 불을 붙여 멧돼지를 구워 먹는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중요한 과학적 오류가 결부되어 있다. 작가는 그 소년을 근시라고 해 놓고서는 그의 안경을 가지고 불을 붙였다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근시는 오목렌즈로 만들어진 안경을 껴야 하는데 오목렌즈로 어떻게 불을 붙인단 말인가? 분명 잘못된 기술인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오류는 셰익스피어의 연극에도 발견된다. 그의 작품 카이사르를 읽다보면 늦은 밤에 부르투스가 시계의 타종소리를 듣고 최종적으로 카이사르의 암살을 결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도 역사적 사실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로마시대에 쾌종시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숱하게 발견되는 이러한 오류는 한국 소설에도 예외가 아니다. 황석영의 유명한 장편소설 장길산을 읽어보면 굉장히 발달한 상업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역사학자들의 정치(精緻)한 고증에 의하면 그 정도로 발달한 상업의 양상은 소설가가 제시한 시대보다 한 100년쯤 뒤라고 한다. 역사왜곡인 것이다.

그러면 파리대왕은 과학적 사실에 맞지 않고, 섹스피어의 희곡과 황석영의 작품은 역사적 사실에 부합되지 않으니 ‘참 나쁜’ 작품들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 작품들은 소설, 또는 희곡이기에 어차피 허구(fiction)라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섹스피어의 작품이나 황석영의 작품은 그 이야기 자체가 실화(a true story)가 아닌 작가가 역사적 사실에서 소재를 발췌해서 창조해낸 허구의, 가상의 이야기이다. 때문에 소설속의 디테일한 부분이 역사적 사실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더라도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에서 당연히 면죄부를 받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본인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가 1986년에 쓴 ‘대나무 숲 저멀리서’(so far from the bamboo grove)라는 책은 힐난과 비판을 피해갈 길이 없다. 왜냐하면 이 책 뒷표지에는 분명히 이 책이 "용기와 생존의 실화(true story of courage and survival)"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실화라면 실제로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기술한 것이다. 그런데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책에 기술된 내용중에 △45년 7~8월 미군의 북한지역에 대한 폭격으로 탈출을 시작했다고 되어 있고 △당시 조선인들이 보복을 위해 일본인들을 살해·강간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역사적 진실은 8·15 이전 미군의 한반도 공습은 없었고, 미군과 소련군이 진주하기 전까지 일본이 국내의 치안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이 치안을 장악하고 있는데 어떻게 살해, 강간이 버젓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명백한 허구를 사실인양 교묘하게 포장한 것이며 해서는 안 될 가증스런 역사왜곡인 것이다.

물론 이 작품을 처음부터 작가가 픽션이라고 명명(命名)하고 작품을 발표했다면 작품속의 디테일한 부분이 역사적 진실에 어긋난다고 해도 어차피 허구라는 전제를 깔고 있기에 그 내용 중에 한국인들을 나쁘게 묘사한 부분이 있다 해도 그러한 개연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에 왈가불가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실화라고 버젓이 해놓고 그 책에 등장하는 내용이 역사적 사실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면 이것은 분명 해서는 안 될 가증스런 사기(詐欺)행각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어린 학생들의 오도된 역사의식을 바로잡는다는 취지에서라도 단순한 시민 차원이 아닌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