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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부교역자의 삶] 근로? 봉사?… 불투명한 청빙이 ‘甲乙’ 논란 불러

맑은샘77 2015. 8. 9. 23:17

[한국교회 부교역자의 삶] 근로? 봉사?… 불투명한 청빙이 ‘甲乙’ 논란 불러

② 나는 ‘을’인가요

입력 2015-08-06 00:25 수정 2015-08-06 09:27
[한국교회 부교역자의 삶] 근로? 봉사?… 불투명한 청빙이 ‘甲乙’ 논란 불러 기사의 사진
지난 5월 초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부교역자 실태 설문조사’를 주제로 마련한 심포지엄 행사장이었지만 담임목사는커녕 당사자 격인 부교역자들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순서자로 참석한 박은조(은혜샘물교회) 목사가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말문을 열었다. “오늘 저마저도 이 자리에 불참하면 목사가 한 명도 없을 것 같아서 부랴부랴 왔습니다.”
 
한국교회에서 부교역자가 처한 위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 같았다. 교역자 세계에서는 부교역자에 대해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봉사 3년을 감내해야 하는 조선시대 며느리 같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스스럼없이 오간다. 담임목사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부교역자 청빙은 ‘갑을관계’의 시작?=이러한 구조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청빙(고용) 단계부터 사실상 ‘갑을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기윤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교역자가 공개 모집을 통해 청빙된 경우는 51.2%였다. ‘추천 방식’으로 부교역자가 됐다는 응답은 44.6%였다. 한 교계 인사는 “공개 모집을 거치더라도 형식적 절차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많은 교회들이 사전에 추천 받아 낙점한 부교역자를 뽑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청빙 이후에도 부교역자들의 93.7%는 담당 사역과 관련해 교회와 합의된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맡게 될 사역의 종류와 기간, 사례비 등에 대한 내용과 정보를 거의 모르는 상황에서 일거리가 떠맡겨지는 셈이다. 
 
반론도 있다. 일부 담임목사들은 구령(救靈) 사역을 감당하는 목회자를 청빙하면서 학교 성적 등 외형적 요소만을 기준으로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수도권의 중견교회 K담임목사는 “우리 교회의 정서에 맞는 사람인지, 지원자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주위 평판도 들어보고 추천도 받아야 하는 게 오히려 바람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계약서 없는 사역은 잘못됐다는 식의 문제제기는 다양한 종류의 업무가 펼쳐지는 목회사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지적”이라고 주장했다.

◇‘갑을 논란’, 분쟁의 씨앗=최근 들어 부교역자 임면(任免)과 관련한 갈등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회법정으로까지 가는 담임목사 대 부교역자 간 갈등의 핵심은 부교역자를 근로자로 인정하느냐 여부다.

신학대학원생인 A씨의 경우 B교회 교육전도사로 사역하다 교회 측 요구로 그만두게 됐다. 부당한 처사라고 판단한 A씨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근로자 신분이라고 주장한 A씨에 대해 ‘신대원생으로서 교회 사역은 수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사례비도 소액이며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도 하지 않았다. 임금과 임면 등에 대한 별도의 규범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근로자로 인정된 경우도 있다. 인천의 한 교회 부목사였던 C씨는 교회 관계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교회 쪽은 오히려 C씨를 가해자라며 해고했다. 이에 C씨는 법원에 해고무효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C씨가 근로에 대한 대가로 기본급과 시간외수당, 기타수당 등을 주기로 하는 근로계약을 맺었으며, 이 교회에서 교역자로 일한 이들은 모두 교단 헌법과 인사규정, 취업규칙을 적용받는다”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판결했다.  

법원 판결을 종합해 보면 부교역자라고 해서 모두 근로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교역자와 교회, 부교역자와 담임목사의 관계가 사회 속 근로관계와 유사한 경우에는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주요 교단 헌법은 부교역자의 사역을 근로가 아닌 헌신·봉사로 본다. 부교역자는 타인의 명령을 받아서 일하는 근로자가 아니라 본인이 주체적·자발적으로 사역하는 ‘수임인’이라는 것이다. 사회법과 간극이 큰 셈이다.

강문대(법률사무소 로그) 변호사는 “법원은 교단 헌법을 보는 게 아니라 실제 근로실태를 본다”면서 “각 교회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부교역자를 대하면 법원이 부교역자를 근로자로 간주하는 판결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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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찬 백상현 박지훈 양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