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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부교역자의 삶] 담임목사-성도 사이 ‘샌드위치’

맑은샘77 2015. 8. 9. 23:16

[한국교회 부교역자의 삶] 담임목사-성도 사이 ‘샌드위치’

③ 불통이 키운 갈등

입력 2015-08-07 00:54
[한국교회 부교역자의 삶] 담임목사-성도 사이 ‘샌드위치’ 기사의 사진
기윤실 정직윤리운동본부장인 신동식 목사가 지난 5월 초 열린 ‘2015 교회의 사회적 책임 심포지엄’에서 부교역자 처우의 실상과 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기윤실 제공
올해 50세인 A목사는 지난 6월부터 서울 외곽의 한 식당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최근까지 기독시민운동단체에서 일했고, 그 전에는 교단 총회장을 배출한 대형교회 전임 부교역자로 섬겼다. 그가 두 사역지에서 짐을 싸야만 했던 이유가 있다. 교회 부교역자 시절에는 담임목사의 일방통행식 목회에 염증을 느꼈고, 기독시민운동단체에서는 내부 소통 문제와 함께 경제적인 어려움이 컸다. 사역지에서 등을 돌리게 만든 공통분모는 ‘소통 부재’였다. 

한국교회 부교역자들이 겪는 갈등의 원인에는 소통과 관련한 문제인 경우가 많다. 담임목사와 불통(不通)이 대표적이다. 특히 본인이 ‘모시고 있는’ 담임목사의 밀어붙이기식 목회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간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든다. 

‘총전도주일’ ‘새신자초청주간’ ‘전도특공대’…. 이 같은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교회들마다 행사의 최전선으로 내몰리는 이들은 담당 교구 부교역자들이다. 한 교계 인사는 “부교역자들 나름대로 일에 대한 접근방법과 노하우가 있지만 담임목사가 이를 무시하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밀어붙이면 어쩔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담임목사의 일방적 리더십은 존경 받기 힘들 뿐 아니라 동역하는 부교역자들이 반감을 갖게 하거나 무기력증에 빠지게 한다”고 말했다. 

부교역자가 만에 하나 담임목사와의 갈등으로 해당 교회를 떠나게 될 경우 같은 교단의 타 교회에서 사역하기란 매우 어렵다. 알음알음 추천으로 이뤄지는 국내 교회의 부교역자 청빙 현실을 감안할 때 이전 사역지 담임목사의 부정적 평가는 부교역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지구촌교회(진재혁 목사)에서 열린 ‘부교역자 리더십 세미나’에서는 부교역자들의 고달픈 처지를 두고 ‘진퇴양난’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행사를 주최한 진재혁 목사는 “부교역자들은 담임목사와 성도의 중간에 ‘샌드위치’처럼 끼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면서 “부교역자는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는 담임목사의 횡포에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세미나에서는 교회 공동체의 발전 여부가 ‘교회의 중간 리더십’인 부교역자들의 역할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가 강조됐다. 교회 사역이 점점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상황에서 담임목사뿐 아니라 부교역자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 목사는 “부교역자는 담임목사의 동역자이자 담임목사와 성도를 잇는 연결고리나 마찬가지”라면서 “연결고리가 강할 때 동력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고 부교역자 역할론에 힘을 실어줬다.

부교역자의 건강한 리더십을 위해서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사이에 스스럼없는 ‘소통’이 필수다. 담임목사는 부교역자를 통해 목회의 안목을 넓히고, 부교역자들은 담임목사의 고충과 역할을 이해하면서 부족한 역량을 채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교역자 스스로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수도권의 한 중견교회 담임목사는 “목회현장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 부교역자들 중에는 사역에 대한 열정 없이 이력서의 빈칸만 채우려는 이들도 있다”면서 “목회자로서 자질을 갖추기 위해 힘을 쏟는 후배들을 많이 보고 싶다”고 전했다.  

박재찬 박지훈 이사야 김아영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