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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성서적 해석과 윤리적 고찰

맑은샘77 2015. 6. 20. 12:13
송길원님이 김기현님의 사진을 공유했습니다.

동성애 논쟁과 관련하여

1. 아무래도 향후 몇 년간, 기독교는 동생애를 어떻게 볼 것인가, 를 두고 양보 없는 논쟁을 벌이리라 봅니다.

2. 기독교의 모든 권위의 원천인 성서에 동성애에 관한 본문을 대략 7개입니다. 그 텍스트들은 해석의 여지와 논란은 있지만, 대개 동성애를 부정적이고... 금지해야 할 것으로 묘사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로마서 1장입니다.

3. 저를 비롯한 많은 기독교인들은 한편으로, 성서에서 일관되게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언명과 다른 한편으로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이 부정당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4. 현재 기독교의 동성애 논의의 걸림돌 중의 하나는 로마서 1장에서 동성애를 죄로 규정한 구절입니다. 그러다보니 기독교인들은 동성애 이야기만 나오면, '죄'라는 잣대를 들이댑니다. 죄를 죄라고 말해야 하지 않는가? 동성애자의 인권 옹호는 죄를 죄가 아니라고 합리화/정당화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거죠.

위의 질문은 로마서 1장의 문자적인 해석으로는 타당합니다.

5. 그러나 로마서의 전체 맥락에서 보면, 그 본문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로마서의 주제는 잘라 말하면, '하나님의 의'입니다. 하나님이 의롭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환호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허나, 로마서에서 하나님의 의는 죄인된 인간을 용서한다는 것, 용서받았다는 것, 그리하여 용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하나님의 의는 하나님의 자비인 것이고, 하나님은 은혜로운 분이십니다.

6. 그렇다면 동성애에 관한 그리스도인의 첫 말은, 그리고 마지막 말은 사랑이고, 은혜이고, 용서와 화해일 것입니다.

작금의 상황은 기독교인 우리가 보기에도, 비기독교인이나 동성애자들이 느끼기에도 우리 기독교의 언설이 지나치게 강합니다. 에둘러 포현했습니다만, 솔직히 말하면 독설적이고 독선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서 사랑하고 용서하는 자비로운 하나님을 볼 수 없고,
우리에게서 정죄하고 판단하는 무서운 하나님을 보고 있습니다.

7. 이와 관련해서 아주 좋은 책을 한 권 소개합니다. 윌라드 스와틀리가 쓴 <동성애: 성서적 해석과 윤리적 고찰>(대장간)입니다. 스와틀리는 이미 뜨거운 논쟁 사안인, 노예와 여성, 전쟁과 안식에 관한 아주 좋은 책을 쓴 메노나이트 저자입니다. 기독교 평화주의자이지요.

8. 구약에서부터 신약, 교회사와 서양사를 죽 훑으면서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는데요, 저는 가장 인상적인, 그러나 너무나 중요하고 기본적인 진리를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이웃을 바라보고 사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주 안에서 남자나 여자, 주인이나 노예가 없다는 갈라디아서의 위대한 해방과 자유의 선언에 비추어 본다면, 동성애자로 보기 이전에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나야 한다는 말이지요.

9. 저자의 핵심 키워드는 두 가지입니다. 정의와 포용력입니다. 이 둘을 어떻게 조화시키면서도 각각을 유지하느냐가 중요할텐데, 저자는 잘 소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예와 안식, 전쟁과 여성에 대해서 성서는 해석을 두고 다툴 여지와 소지가 많은 반면에 '동성애'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한다는 것입니다.

10. 이 책을 하루 온종일 미친듯이, 빨려들듯이, 시쳇말로 폭풍독서를 했습니다.

11. 책을 덮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책 날개에 같이 읽으면 좋은 책을 소개하더군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모두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출간한 것들이더라고요.

제가 그와 관련된 일화가 있습니다. 책출판을 하면서 편집자가 그러더군요. 책 날개에 당사가 아닌 타출판사의 책들도 같이 소개하면 좋겠다구요. 그가 구사한 용어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신선하고 새로운,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운 시도라고 하더군요. 자 출판사와 아무 관계 없지만, 출판 전체의 그림을 보고 해봐야 겠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경험을 갖고 있는 제게 책 날개에 총 6권의 책을 일러주는데 약간의 감동과 감탄이 나오더군요. 대단한 출판사입니다.

12. 그리고 대단한 책입니다. 진부한 표현으로 저의 독후감을 마칩니다. 일독을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