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처월드

한집 사는 백년손님… 복덩이? 애물단지?

맑은샘77 2014. 9. 6. 15:29

[S 스토리] 한집 사는 백년손님… 복덩이? 애물단지?

늘어나는 처가살이 새로운 트렌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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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처가살이 중인 이경석(33·가명)씨는 5일 다가올 추석을 생각하며 한숨을 내쉰다.

평소에도 장인·장모의 일정에 맞춰 움직이는 일이 많지만 명절이 다가오면 더욱 심해진다. 이씨는 처가 식구들을 따라 대형 마트와 재래시장을 다니며 묵묵히 짐꾼 노릇을 해야 한다. 고향 집에 내려가서도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명절 당일을 친정 식구들과 보내고 싶어 “빨리 돌아가자”는 아내와 “맨날 보고 사는데 굳이 빨리 올라 가야 하냐”며 이씨를 붙잡는 부모님 사이에서 이씨의 명절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겉보리 서 말만 있으면 처가살이 안 한다’는 속담은 그야말로 옛말이다.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과 맞벌이 증가, 자녀 양육 문제가 맞물리면서 처가살이를 하는 남성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처가살이를 하지 않더라도 장인·장모에게 육아를 맡기는 등 의존도가 커지면서 ‘처월드’(처가살이나 처가식구를 이르는 신조어)가 새로운 가족세태로 등장한 것이다.
경제적 부담을 덜고 양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처가살이를 반기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오랜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 탓에 고부갈등 못지않게 장서갈등을 겪는 이들이 아직은 더 많다. 처가살이와 장서갈등은 가정문제 상담소의 주된 상담 소재가 됐고, 인터넷 포털 게시판이나 카페를 통해 처가살이의 아픔을 토로하는 사례도 자주 눈에 띈다.

아내의 출산을 계기로 2년 넘게 처가식구와 한솥밥을 먹고 있다는 네티즌 ‘song*****’는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 “처가살이는 곧 부모님에 대한 불효”라며 “우리 부모님은 사돈 눈치를 보느라 손주가 보고 싶어도 찾아오시지 못한다”는 글을 적었다. 네티즌 ‘skyk****’도 “처가에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운전기사나 짐꾼이 돼야 한다”며 “심지어 여름 휴가도 장인·장모와 함께 가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장서갈등이 이혼 등 가족관계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 결혼전문업체설문조사에서 35세 이하의 이혼 남성들은 이혼 사유 1순위로 처가의 간섭을 꼽았다.

이혼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면서 처가와 교류가 잦아지다보니 장서갈등을 호소하는 의뢰인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장모와 아내는 사위, 남편이 편하게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남성 역시 현실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