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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도 걸렸던, 리플리 증후군이란?

맑은샘77 2014. 4. 14. 14:37

신정아도 걸렸던, 리플리 증후군이란?SBS | 입력 2014.04.14 10:00 | 수정 2014.04.14 11:36

 

 

대담 : 정신건강의학전문의 손석한 박사

▷ 한수진/사회자:

한 20대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 젊은이는 6년여 동안 명문대 신입생 행세를 하면서 무려 48개 대학의 수많은 학생들을 속였다고 합니다. 지난 주말 저희 SBS TV의 인기 프로그램이죠. '그것이 알고 싶다'에 이 젊은이 이야기가 소개되어서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는데요. 이 청년처럼 현실을 부정하고 허구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는 것. 전문가들은 그런 장애를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지난 주말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영된 이후에 이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말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는데요. 관련해서 정신건강의학전문의 손석한 박사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손석한 박사 / 정신건강의학전문의: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박사님도 이 방송에 출연하셔서 20대 청년 행태를 보시고, 리플리 증후군이다, 이렇게 진단을 내리시던데요. 한마디로 리플리 증후군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 손석한 박사 / 정신건강의학전문의: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의 거짓말이 지어낸 어떤 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믿는 증후군을 말하는데요. 좀 더 정신의학적 표현을 쓰자면 일종의 망상장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대 망상이 주된 내용이고요. 거기에는 상당히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도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죠. 처음에 거짓말을 시작할 때 보통 양심의 가책이나 두려움, 불안이 동반되는데요. 리플리 증후군, 말하자면 환자들인데요. 리플리 증후군 환자들은 이런 불안이나 양심의 가책이 상당부분 결여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계속 지속해나갈 수 있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이 방송에서 나왔던 20대 청년, 6년 동안 거의 50개 대학을 전전하면서 신입생 행세를 했다는 건데요. 이 학생의 경우도 전형적인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볼 수 있는 건가요?

▶ 손석한 박사 / 정신건강의학전문의: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아마 명문대 신입생, 부모님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 많이 있었을 겁니다. 그 이면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것은 열등감이나 보상 심리가 작용한 거죠. 그렇게 해야지만 자신이 이 세상에서 인정받고 대접받고 수용 받는 그런 느낌을 얻기 위해서 시작한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지속적으로, 상당히 광범위한 거짓말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리플리 증후군에 해당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박사님, 우리 주변에 보면 말이죠. '거짓말 밥 먹듯이 한다.', 이런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그런 친구들 한 두 명 정도는 있기 마련이잖아요. 이 거짓말 잘 하는 습관하고 리플리 증후군과는 다른 건가요?

▶ 손석한 박사 / 정신건강의학전문의:

다릅니다. 거짓말을 대게 많이 하는 분들은 대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나 혹시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서, 감추기 위해서 하는 경우가 많죠. 그렇지만 리플리 증후군은 어떤 특정한 영역에 대해서 완전히 자신이 만들어낸 거짓말을 믿는다는 데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사실은 처음부터 이 사람 굉장히 거짓말을 잘 한다고 느끼는 것은, 이미 거짓말이 충분히 능숙하지 않은 거죠. 리플리 증후군은 한참 시간이 지나서는 결국 거짓임이 드러나긴 합니다만 누구나 다 처음에 믿게 만드는 재주라고 할까요, 그런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냥 보통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과 리플리 증후군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자기 자신도 자기가 만든 거짓말을 믿는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 손석한 박사 / 정신건강의학전문의: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병적인 부분이죠. 처음에는 자신이 선망하는 대상 또는 바라고자 하는 어떤 대상을 가지고 흉내를 낸 것인데, 이것이 점차 지나다보니까 자기도 모르게 점점 거기에 빠져 들어가는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아무리 다른 사람이 반대되는 근거나 그것을 밝히려고 공격을 해도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보통 거짓말하면 수치심 느낀다거나 뉘우친다거나 이런 모습을 보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리플리 증후군 같은 경우는 다른 반응을 나타낸다면서요?

▶ 손석한 박사 / 정신건강의학전문의:

그렇습니다. 그런 어떤 반대되는 근거를 보여주었을 때 수치심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 보다는 오히려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하고요,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하죠. 왜 나를 믿지 못하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이것은 그야말로 망상적 차원에서 이것이, 거짓말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고요. 아까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반사회성 양심의 결여도 같이 있는 현상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이 20대 청년의 경우에도 거의 수치심을 느낀다거나 뉘우친다거나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 손석한 박사 / 정신건강의학전문의:

네, 그렇습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수치심이나 뉘우치거나 이런 게 별로 없기 때문에 오히려 거짓말을 지속할 수가 있는 거죠. 굳건하게 믿는 결과가 생기는 거고요. 나중에 혹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난다음에도 자기는 여전히 그 부분을 사실로 믿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런 점 때문에 이게 참, 주변에서 알아채기도 힘들고 설사 알아챈다고 해도 치료나 교정 쪽으로 잘 이어지지 않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 20대 청년의 경우에는 집안 환경이 좋은 편 아니에요. 아버님도 교수인 걸로 방송에서 나오고 다른 형제들도 다 명문대 다니고 공부도 잘 하고 그런 분위기 이었던 모양인데 이런 환경과 리플리 증후군이 상관이 있었을 까요?

▶ 손석한 박사 / 정신건강의학전문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리플리 증후군이 더 생길 소지가 있었다고 볼 수 있죠. 마치 집안에서 미운오리새끼 취급 받지 않으려는 그런 마음이죠. 다 집안 식구들이 다 훌륭한 분들인데,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지위가 있는 분들인데 자신이 그렇지 못할 거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죠. 굉장히 집안 내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인정받고 싶고요. 특히 부모님의 영향이 상당히 큰데요.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아동기 때부터의 심리적 욕구가,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에서 오는 현실의 부정에서부터 시작되고요. 그것이 결국, 부모님이 원했지만 결국 자신도 원하는 가상의 자신의 모습을, 거짓 자아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죠.

▷ 한수진/사회자:

학력 지상주의, 이런 사회적인 환경도 이 청년을 도리어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았던 것 같아요.

▶ 손석한 박사 / 정신건강의학전문의:

그렇죠. 리플리 증후군이 재미있는 것은 분명히 자기보다 더 뛰어난 위치나 더 뛰어난 사람을 흉내 내거나 거짓을 담게 되는 거지. 결코 자신보다 못하거나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 이러 사람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거든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조건, 그런 사람들을 자기가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 신정아 씨라는 분, 한 때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 있었잖아요, 교수님. 학력 위조 한 다음에 자격도 없어 어떤 지위에 올라서 문제를 일으켰던 사건인데 그 사안도 역시 리플리 증후군으로 포함시킬 수 있을까요?

▶ 손석한 박사 / 정신건강의학전문의:

그렇죠. 신정아 씨 사건 때문에라도 리플리 증후군이 세상에 많이 알려지게 된 측면도 있고요. 오래된 영화이긴 하지만, '알랑 드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 거기서 귀족, 부호인 친구를 흉내 내다 나중에는 그 친구를 살해하고 그 친구 행세를 하고 다닌 그 영화도 대표적인 리플리를 상징한다고, 리플리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죠.

▷ 한수진/사회자:

리플리 증후군, 사회적으로 우리 사회가, 공동체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세요?

▶ 손석한 박사 / 정신건강의학전문의:

사실 사회적 분위기가 외모나 학력, 학벌, 겉으로 드러나는 어떤 외적인 조건보다는 내면을 강조하는, 인성을 강조하는 그런 분위기로 바뀐다면 제2, 제3의 리플리가 나타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데요. 아,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그런 유토피아 적인, 얼마나 그런 따뜻한 분위기의 사회가 형성될 지는 사실 우리 개개인의 몫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치료를 하면 치료가 될 수는 있는 그런 병인가요?

▶ 손석한 박사 / 정신건강의학전문의:

사실은 이것은 망상 장애 중에서 과대망상 중에서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꾸준한 상담, 게다가 필요하면 약물치료 까지 해야 되는데 문제는 이런 리플리 증후군 환자들은 나중에 거짓임이 밝혀져도요. 그 자리를 떠난다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서 제2, 제3의 거짓 행각을 벌이고요. 무엇보다 치료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습니다. 사실 리플리 증후군은 성인이 된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이들 같으면 엄마, 아빠가 데려가서 치료를 하겠지만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본인의 치료의지, 혹은 병에 대한 인식이라고 하는데요. 병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치료가 사실은, 치료에 진입하기가 치료를 시작하기가 어렵고요. 또 치료를 받는다고 치더라도 다소 회의적인 것은, 이게 시간이 흐르고 나서, 10년, 20년 지나고 나서 환자들에게, '그 때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느냐, 과대망상이 있었느냐.'라고 질문을 해도, 사실은 그 때 여전히 자신은 그랬는데 사람들이 잘 이해를 못 했거나 사람들이 오해가 있었다는 식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자신을 정당화하는 군요.

▶ 손석한 박사 / 정신건강의학전문의:

그렇죠. 완전히 스스로 그것이 거짓이었고 망상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면 아마 본인이 더 처량해지고 괴로워진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와 같은 상당부분 시간이 지나도 한 때 가졌던 견고한 믿음이 잘 없어지는 수가 있기 때문에 사실 치료나 예후에 대해서도 썩 좋게 보기도 어렵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거짓말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어떻게 보면 치료가 시작된다, 이런 말씀으로 들리는군요.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리플리 증후군에 대해서 정신건강의학전문의 손석한 박사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