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추억이 담긴 버스랭이 시골집 -어엿한 본채로 변신한 옛 행랑채 한옥 목수에게 의뢰한 옛집 리모델링 80년 전에 지어진 시골집은 이제 아래채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는 이마저 잃게 될까 조바심 난 마음에 얼마 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월간 전원속의 내집 취재·이세정 기자 | 사진·최지현 기자
최대한 본래 집의 구조를 살린 개조 바닥 높이가 달라 동선이 불편한 부분만 개조하고 부족한 단열성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우선 벽체를 헐어내고 썩은 기둥 밑단의 교체가 시작되었다. 곡선의 미를 드러내는 상부기둥은 그대로 두고 하단만 국산 소나무를 치목해 전통방식으로 짜맞춤했다. 목수는 원래 우리나라 나무를 쓴 한옥이므로, 요즘 흔히 쓰는 미송보다는 되도록 우리 소나무로 작업하는 것이 좋다고 귀띔해 주었다. 비용은 더 많이 들었지만, 양 씨는 기꺼이 이를 감수했다. 여기엔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 동안 틈틈이 보수를 한다고 기둥, 서까래 등 보이는 나무는 죄다 페인트칠을 했던 것. 나무가 숨을 쉴 수 없게 만들고 본연의 결과 색을 감추게 했던 페인트는, 벗겨내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구들과 심벽으로 되살아난 흙집 기둥 보강 공사가 끝난 후 칸막이 하부는 벽돌로 쌓았다. 바닥은 시멘트에 보일러가 두 겹이나 깔려 있었다. 보수를 하면서 뜯지 않고 그 위에 그냥 시공해 왔기 때문이다. 이를 모두 들어낸 후 구들을 재시공하고, 벽체 역시 황토흙으로 심벽을 치는 전통 방식을 따랐다. 수수대와 대나무 대신 가는 각목을 심지 삼아 짚과 섞은 흙을 치대서 완성했다. 구들과 흙벽이 다시 살아나면서 집은 그제야 제 옷을 입은 듯했다. 내부 벽은 흙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수수를 갈은 고운 분말로 죽을 쓰고 우뭇가사리를 삶은 물을 고운 황토분말에 섞어 색을 내었다. 방은 한지를 덧발라 밝고 은은하게 연출했다. 바닥 역시 콩기름을 한번 삶은 다음, 콩을 간 되직한 물을 섞어 붓으로 발랐다. 여기에 한지장판으로 마감해 전통미를 물씬 풍기도록 신경썼다. 다음은 지붕 공사. 전통 사찰이나 큰 한옥에 쓰는 동기와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목수의 권유에 따라 한식기와로 선택했다. 바랜 듯 은은한 기와색이 정갈한 집의 풍채와 잘 어울린다. 지붕은 염에 의한 부식이 1년 정도 진행된 후에 무광 코팅으로 마감할 생각이다. 거실에서는 뒷마루로 바로 드나들 수 있는 문과 큰 창이 나 있다. 마루는 양 씨가 특히 아끼는 공간으로, 안뜰에서 집과 역사를 같이 했던 큰 참죽나무로 만들어졌다. 전통 방식 그대로 우물마루로 시공했고, 배롱나무가 훤히 보이는 자리는 이층 마루까지 올려 난간을 둘러두었다. 찾아오는 이가 있으면 이 곳에 기대 앉아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장소가 되길 기대한다.
단열을 최대한 고려한 벽과 창호 여느 한옥집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위풍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난방비를 절감하며 효과적으로 단열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했다. 우선 집 전체에 구들을 새로 깔고 그 위에 보일러 배관을 두어 두 가지 방식의 난방을 혼용하도록 했다. 또한 구들에 불을 때면 굴뚝 뿐 아니라 벽의 하단에 작은 구멍으로도 수증기가 새어나와 바닥 습기가 나무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했다. 어머니가 주무시는 안방은 벽 두께부터 여느 공간과 다르다. 같은 흙벽이지만 내부로 단열재와 석고보드를 한번 씩 덧대어 겨울철 위풍을 확실하게 막아 준다. 창호 역시 모두 이중창으로 설치해 만반을 기했다. 방과 외부가 직접 만나는 부분은 외부에 덧창까지 달고, 이중문은 외부는 유리, 내부는 창호지로 마감해 찬 기운을 막아 준다. 편리한 동선과 전통 인테리어 조합 주방 역시 현대식으로 꾸몄다. 일자 싱크대 공간과 맞은 편 수납 공간을 넉넉히 두어 어머니가 생활하시는 데 불편함을 없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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