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정주기자][추석연휴 부부 갈등부터 시댁살이 우울증까지…]
◇추석 다툼 이혼 소송 번져=1984년 직장 동료로 만나 4년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A씨(48·여)는 신혼 초부터 남편과 갈등을 빚었다. 효자인 남편이 시댁식구들에게 잘하는 만큼 자신의 홀어머니와 친정식구에게도 잘 해주길 바랐으나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들 부부는 명절에 시댁과 친정에서 각 며칠을 머물러야 하는지를 놓고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A씨는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시댁을 방문하게 되면 시댁 식구들과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남편이 A씨에게 화를 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부부관계가 악화돼 각방을 쓰던 이들은 2009년 9월 추석을 맞아 시댁을 방문했다가 갈등에 정점을 찍었다. 화가 난 남편이 만취한 상태에서 A씨를 비난했고 다음날 방문한 처가에서도 장모가 보는 앞에서 A씨를 강하게 비난한 것. A씨는 남편과 별거를 선언한 뒤 2011년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명절 앞두고 시댁 들어갔다가 우울증 앓아=2007년 시댁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B씨(30·여)는 아들이 돌이 될 무렵인 2009년 결혼 전 그만뒀던 직장에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직장 일이 바쁜 B씨가 집안일에 신경을 쓰지 못하자 시어머니는 집안이 지저분하다며 B씨를 심하게 나무랐다.
B씨 부부가 분가한 뒤에도 시어머니는 아들 집에 수시로 찾아와 며느리 대신 청소를 해주며 잔소리와 폭언을 퍼부었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던 B씨는 꾸지람을 들어도 혼자 눈물을 삼키며 친정 식구들에게 전화로 하소연하는 것이 전부였다.
2010년 1월 설명절을 앞두고 다시 시댁에 들어간 이후 B씨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그러던 중 시어머니는 냉장고에서 썩은 음식을 발견하고 B씨에게 심하게 화를 냈고 B씨는 그 길로 친정으로 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추석 황금 연휴가 시작된 가운데 서울가정법원은 최근 명절 때 불거진 갈등으로 법정 다툼을 벌인 부부에게 이혼 판결을 내렸다. 가족의 화목을 도모하는 명절의 본래 의미와 달리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갈라서는 경우가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판사 한숙희)는 A씨가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 등 청구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남편은 A씨에게 위자료로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남편이 A씨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자기 중심적인 태도만을 고집하고 A씨를 무시했다"며 "서로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점 등 고려해 재산 분할 비율은 각각 50%로 정한다"고 판단했다.
B씨가 남편을 상대로 벌인 소송전에서도 같은 법원 가사4단독 서형주 판사는 B씨의 이혼 요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아들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남편을 지정하고 B씨는 남편에게 양육비로 매월 2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가 직장생활과 가사, 양육을 병행하며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먼저 집을 나가버린 뒤 곧바로 이혼소송을 제기해 파탄의 계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남편은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는 아내를 위로하지 않고 방관한 점을 물어 이혼 책임이 양측에 동등하게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을 남편에게 돌리며 위자료로 5000만원을 요구한 B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두 사례 모두 시댁과의 갈등으로 불화를 겪던 부부가 명절 다툼을 계기로 소송을 벌인 것"이라며 "명절 기간의 고부갈등, 가사분담 갈등이 파탄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김정주기자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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