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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지역아동센터 운영비를 현실화 하라- 김인철

맑은샘77 2009. 12. 1. 17:42

[발언대] 지역아동센터 운영비를 현실화하라 / 김인철

발언대  2008년 12월 29일

 

한겨레

성남에 있는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시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이들 방과후 교육은 물론 직접 시설 운영도 해야 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것은 방과후 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을 지도할 교사를 제때에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교사 수급의 어려움은 거의 모든 지역아동센터가 겪고 있는 문제다. 시설에서는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인건비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년 예산에 지역아동센터에 지원될 예산이 증액되었다는 사실을 듣고서 다소나마 안심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늘어났던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현장에서 매일 아이들과 생활해야 하는 실무 교사로서 증액되었던 지역아동센터 관련 예산이 모두 깎였다는 사실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예산안이 통과되기 전 예결위 등 관련 국회의원들은 지역아동센터의 열악함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 증액된 예산은 절대로 삭감될 일이 없을 거라고 협의회 사람들에게 수차례 약속을 했었다는 사실에 더더욱 분통이 터진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시설 한 곳당 대략 30명의 학생들이 이용을 한다. 한 달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급식비, 인건비, 운영비 포함해서 시설 한 곳당 대략 6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시설이 구청에서 지원받는 운영비는 급식비 포함 400만원 남짓이다. 그러므로 적자를 내지 않으려면 교사가 직접 발로 뛰며 후원을 받거나 교사 한 명이 시설 운영과 교육, 급식 등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 올해 초 교사를 구하지 못해서 보름을 혼자서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교사인 본인도 힘들었지만 당장 아이들이 영향을 많이 받았다.

 

 

지역아동센터 한 곳당 최소한 상근 교사 두 명이 필요하다. 가정 방문 및 아동 상담 같은 더욱 세부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마저도 내년부터는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이 있어야만 시설에서 근무할 수 있다고 한다. 달리 말하자면 자격증이 없으면 경력이나 능력에 상관없이 모두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의미다.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자격 유예를 주었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한 달 80만원 남짓 받는 교사들이 수백만원씩이나 들여서 자격증을 취득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한때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유행했고 지금도 그 말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이 말은 그 임금마저 받지 못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의 교사들에겐 오히려 사치스런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지역아동센터의 운영비를 현실화시켜야 한다. 이 말은 시설의 교사들이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이만큼 헌신하고 있으니 그만큼의 대가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시설이 적자를 내지 않도록 최소한의 지원을 해 달라는 외침이고 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제대로 된 방과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절규다.

 

 

오늘도 아이들은 시설에 오자마자 “선생님, 오늘은 무슨 수업 해요. 간식은 뭐예요?”라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묻는다. 아이들은 아직 아이들 세상 속에 있으므로 울지 않는다. 다만 이제 곧 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보내야 할 교사들만 땅을 치며 통곡할 뿐이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지역아동센터의 운영비를 현실화시켜라.

김인철/푸른학교 교사

출처 : 시민과 함께 꿈꾸는 복지공동체
글쓴이 : 한국복지교육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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