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손 놓은 소년범, 다시 '罪자리'로
청소년 범죄가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한번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또다시 죄를 짓는 재범률이 빠르게 늘고 있다. 재범률 증가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 교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범죄 횟수가 늘어날수록 범죄 수법도 대담해지고 있어 누범률의 증가는 또 다른 위기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돌아갈 곳 없는 아이들=어쩌다 혹은 어쩔 수 없이 잘못을 저지른 청소년들이 과거를 뉘우치고 새출발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관대한 처분을 받더라도 돌아갈 가정이나 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보호받을 곳이 없다 보니 생계형 범죄나 또래 비행청소년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또다시 범죄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법원 심리를 앞두고 17일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민성(13·가명)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민성이는 지난 7일 새벽 3시10분쯤 채팅으로 만난 친구 3명과 광진구 한 문구점에서 현금 67만원과 문구류를 훔친 혐의로 체포됐다. 민성이는 촉법소년에 해당돼 형사처벌을 받지 않지만 경찰 조사를 받은 게 벌써 18번째다. 촉법소년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책임무능력자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전과기록으로 남지는 않지만 민성이의 특수절도 경력만 10회가 넘는다.
민성이가 처음 경찰에 붙잡힌 건 지난해 7월21일. 당시 민성이는 아버지와 두 살 많은 누나랑 같이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민성이가 어렸을 때 집을 나갔다.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가 자주 집을 비웠던 터라 먹을 게 궁했던 남매는 찜질방에서 자는 손님들의 열쇠를 훔쳐 돈을 빼가는 수법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했다. 먹고사는 게 급했던 남매에게 학교 공부는 사치였다. 특수절도로 경찰에 붙잡혔을 때 민성이는 "배가 고파서 그랬다"고 말했다.
민성이는 한 달에 한번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서 '지도'를 받는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틀 만인 7월23일 민성이는 또다시 물건을 훔쳤고 그 후로도 1주일이 멀다하고 경찰서를 드나들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성남에서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를 가출친구 3명과 성폭행한 혐의로 붙잡혀 소년원에 5개월간 수감되기도 했다. 촉법소년이라도 죄질에 따라 소년원 수감이 결정된다.
경민(가명·19)이가 전과 13범이 되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경민이는 동급생 6명을 상대로 여러 차례 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로 2005년 4월 처음 구속됐다. 당시 15세였던 경민이는 형사처벌 대상이어서 소년원에 수감됐다. 하지만 소년원 퇴소 후 경민이를 반겨준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집에 가면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가 어머니와 자신을 때리기 일쑤였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모두 경민을 피했다. 외로움과 분노만 쌓인 경민은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소년원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년원도 경민이를 바꿔놓지 못했다.
◇교화 시스템 작동 안돼=경찰청에 따르면 2007년 검거된 소년범 11만5683명 중 3만3693명(29.12%)이 재범자였다. 한번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 10명 중 3명이 또다시 범죄의 길로 빠져드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3범 이상 죄를 지은 청소년은 2005년 3504명에서 2007년 4348명으로 24% 증가했다.
10대 소년범에 대해서는 처벌보다는 불기소처분 등 관대한 처분이 내려진다. 이는 청소년들에게 전과자라는 딱지를 붙이기보다 가정과 학교의 훈육으로 새출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배려다. 2003∼2007년 적발된 소년범죄 39만3648건 중 실제 기소된 건수는 18%(7만2015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관대한 처분은 부모나 사회의 훈육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이 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범죄와 재범률의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범죄심리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학생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단속과 처벌위주 교육보다 선도·예방을 중심으로 하는 교정(치료·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한 시설과 인력을 확충하고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및 정부가 유기적이고 동시적으로 접근해야 학생 범죄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전웅빈 기자,사진=서영희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