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주기/남성학

[스크랩] 아버지학교 한국의 아버지에게 묻다

맑은샘77 2009. 4. 21. 20:07


아버지학교 한국의 아버지에게 묻다 EXTENSIBLE_BANNER_PACK(Media_AD250ID[0]);
14만7825명. 2008년 말까지 두란노 아버지학교를 수료한 아버지들의 숫자다. 14만명이 넘는 아버지들이 '아버지학교'라는 곳에 다녀왔다. 성격 참 까칠한데 자녀들에게만은 끔찍한 '박 과장'도, 1차 술자리만 하고 자리 정리하자며 일어나는 '김 부장'도, 주말에 골프약속보다 아내와 자녀와의 약속을 먼저 챙기는 '정 상무'도 어쩌면 '아버지학교'를 다녀왔을지 모른다. '아버지학교'라는 이름도 생소한 그곳에 다녀온 사람들은 입 모아 말한다. "내 인생이 바뀌었다"고. 도대체 그 학교 어떤 곳이기에?

▶What am I? Who am I?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바로 가족의 '생계부양'이다. 직업에서의 성공이 곧 아버지로서의 역할 완수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두란노 아버지학교의 김성묵 국제운동본부장은 "한국 남성들에게 당신은 누구냐? 라고 물으면 보통 부장이냐, 이사냐, 사장이냐를 묻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하며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바로 아버지학교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아버지학교를 "인생을 축구경기에 비유한다면 '아버지학교'는 성공과 과업달성을 위해 달려왔던 전반전 후의 휴식시간으로 멋진 반전을 위해 작전을 점검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가 바뀌면서 '아버지'역할에 대한 기대도 바뀌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남성의 부성 경험과 갈등에 관한 연구'(김혜영 2008) 보고서에서는 '가족 규모가 줄어들고 여성들의 취업이 늘어남에 따라 부성 역할에 대한 기대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핵가족이자 부부중심 가족인 근대 가족에서는 무엇보다도 가족원들 간의 정서적이고 친밀한 관계가 중요시 되며 아버지에게도 전통적 엄부의 모습과는 달리 자상한 아버지, 더 나아가 '친구처럼' 친밀한 아버지 역할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의 남성들도 '돈을 많이 벌어오는 능력 있는 아버지'와 '자녀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친밀하고 자상한 아버지'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한다.

'난 가족 부양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데, 그리고 내 아버지에 비하면 난 정말 가정적인 사람인데, 왜 아이들은 나에게 살갑게 다가오지 않을까. 왜 내 자녀와 아내는 나에게 늘 불만이고 존경하지 않을까'가 고민인 한국 사회의 대부분 아버지들에게 '아버지학교'는 해결의 작은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지도 모른다. 약 4주간의 프로그램을 통해 '돈 버는 기계'가 아닌 '아버지'로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아버지, 제가 당신 아들입니다.
두란노 아버지학교에서 운영하는 '열린 아버지학교'는 4주간 아버지의 영향력, 아버지와 남성, 아버지와 사명, 그리고 아버지와 가정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첫째 주에는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영향력과 자신이 아버지로서 자녀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아버지에게 편지를 쓴다. 미혼자를 대상으로 하는 '예비 아버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김호민 씨는 이 숙제를 통해 "제 아버지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화해하는 과정을 밟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료자 중 14년간 아버지와 헤어졌던 한 장병을 예로 들어 "마지막 주에 장병의 아버지가 부대에 찾아왔다. 처음엔 서로 얼굴도 마주보지 못했지만 이미 재혼해서 사는 아버지지만 그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자신의 아버지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 영향력을 인정하고 아들로서 자신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아이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아내와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이 프로그램의 바탕에 깔려 있다.

둘째 주에는 한국의 잘못된 음주, 폭력, 성문화를 꼬집고 이에 대한 반성과 함께 왕, 전사, 스승, 친구로서의 아버지상을 공부한다. 어진 왕, 부드러운 전사, 언행일치로 자녀에게 역할 모델 그리고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로서의 모습을 그려보고 자신의 모습이 혹시 '폭군'이나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은 아닌지 혹은 말만 앞서는 '위선자'는 아닌지를 되돌아본다.

셋째 주에는 자녀와의 관계를 고민하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마지막 주는 아버지학교의 하이라이트로 수료하는 아버지들이 가족과 만나 세족식을 진행한다. 아내의 발을 씻겨주며 그 발에 입맞추고 다시 사랑을 고백한다. 가족들은 '다시 돌아온' 아버지에게 격려와 축하를 건넨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 강사는 "너무나 평범한 가장이 눈물을 흘리며 가족과 포옹하는 장면은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숙연함과 숭고함마저 갖게 한다"고 말했다.

▶난 괜찮은 아버진데?
두란노 아버지학교에 따르면 참가자의 대부분은 아내나 자녀의 권유로 입학한다고 한다. "약속을 했으니 안 갈 수는 없고 한 주만 듣고 말아야지"했다가 수료 후 주변인에게 '강추'하는 아버지들이 많단다. 실제로 2005년에 경기도청과 한국전력에서 시행한 '열린 아버지학교' 수료자 100%가 '주위 사람에게 적극 추천'하고 '지속적으로 개설되었으면 좋겠다'고 평가했다. 김성묵 본부장은 "혹시 나는 '가정적인 아버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혹시 이것이 '나는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와 동의어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라"며 가족과 보내는 시간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비싼 외제 축구공을 사다 안기는 아버지보다 자신과 1시간이라도 축구를 할 수 있는 아버지를 자녀는 더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물론 지금 당장 영화나 TV에 나오는 '가정적'인 아버지로 변신할 수는 없을 게다. 하지만 '아버지학교'가 한국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아버지상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낙관해본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m.com
< 눈물의 아버지 편지 >
1. 아내라…. 어색하다. 불과 20분 전까지만 해도 지훈이가 왜 사랑스러운지 이야기하고 떠들었는데 너 먼저 자라고 들여보내고 혼자 식탁에 앉아 편지를 쓰려니 또 어색하다. 요즘 우리 많이 싸우고 서로 힘든 때가 많았지. 미안해. 내가 속도 좁고 성질은 사납고, 경상도 사나이라 무뚝뚝해서 그래. 요즘 '나는 무뚝뚝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혼자 마법을 걸어보곤 하는데 쉽게 바꾸긴 힘들 것 같아. 그래도 계속 노력할게. 지켜봐줘…. 앞으로 평생 안 싸울리야 없겠지만 싸우더라도 이거 하나만은 잊지 말도록 하자. 우리 그토록 사랑해서 결혼했음을…. -두란노 본부 열린 2기, 최재혁

2. 아버지! 당신의 짜장이 그립습니다. 자식들에게 그렇게 마음의 표현을 안 하셨던 당신. 그 자식 사랑의 마음을 짜장으로 표현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약주를 많이 드신 겨울 어느 날, 다 식은 호떡 한 봉지를 자식들 머리 위에 놓으시고, 비오는 여름날에는 어디선가 부딪혀서 상처난 딸기를 내놓으시며 당신의 마음을 표현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이 싫었습니다…. 아버지는 가끔 손수 짜장을 만드셨습니다. 어린마음에 남자가 부엌에서 요리한다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당신을 따라합니다. 퇴근할 때 술 한잔 먹고 과자와 과일을 한 봉지 사가지고 들어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아내에게, 자식에게 쑥쓰러워서 못합니다. 아마도 제가 당신의 아들 맞는 것 같습니다…. -두란노 중부 32기 김문규

3. 자녀가 사랑스러운 이유
영진아! 너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구나!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성격, 생활태도, 사회생활. 그러나 때로는 자신을 나타내 보이는 것도 필요하다(우리 딸의 미니스커트 입은 모습을 한 번 보고싶구나). 남들은 없는 것도 있는 척 과시하는데, 있는 그대로의 너의 장점을 나타내 보이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또 좋은 상대 만난다면, 과감히 붙잡고 시집가기 바란다…. -두란노 본부 92기 최희윤 /출처=월간 '아버지'
출처 : 부부사이
글쓴이 : 복된남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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