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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책과 삶]역대 왕 20명의 통솔력

맑은샘77 2007. 1. 28. 10:25

[책과 삶]역대 왕 20명의 통솔력



▲제왕의 리더십…김기홍·박종기·신병주|휴머니스트

어느 때보다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다. 주변 환경이 급변하다보니 그 어떤 조직이든 한순간의 판단과 결단이 생존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위기일수록 리더의 자질과 능력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처세나 자기계발의 하나로 치부되던 리더십은 사회과학으로 발을 넓혀 이제 학문의 한 영역으로까지 자리를 잡아간다. 저자 중 한 명인 박종기 교수(국민대)는 “역사적으로 리더십은 늘 존재해왔다”며 “그러나 과거와 달리 오늘날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인간의 지식, 이성, 재능 등이 중요하기에 리더십은 더욱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제왕의 리더십’은 우리나라 역대 왕들의 리더십을 살펴본다. 국가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어보자는 것이다. 역사학자들이 저자로 나서 눈길을 끈다. 김기홍(건국대·고대사) 박종기(고려사) 교수와 신병주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학예사(조선사)다. 이들은 각자의 전공에 맞춰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제왕 20명을 다뤘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은 포용력과 조화, 용기가 돋보인다. 중국과 백제의 견제 속에서 그는 넓은 영토와 주민을 확보하며 안정과 번영을 이룬 ‘호쾌한 영웅 군주’의 모습이다. 그의 포용력은 영토확장에 따라 새로 편입된 주민들에게 원주민이 맡아오던 왕릉 수비와 제사를 모시는 일을 맡긴 것에서 두드러진다. 재위 동안의 수많은 전쟁에서 그는 직접 전장에 나가 진두지휘, 승리를 이끌었다. 고려 성종도 다양한 집단의 각종 의견차이를 적재적소의 인재등용, 신구세력의 조화, 전통·외래문화의 적절한 통합을 통해 극복했다. 조선의 세종대왕은 ‘함께하는 정치’의 표본이다. 새 세법의 시행을 앞두고 찬반의견이 팽팽하자 10여년간 의견수렴을 거쳐 결국 시행했다. 그는 인재를 키우고, 활용함으로써 성군으로 남았다. 신라 진흥왕은 ‘인재 경영’, 조선 숙종은 ‘카리스마’ 리더십의 표상이란 게 저자들의 견해다.

반면 백제 의자왕은 자만심으로 망국을 자초했다. 초기엔 통찰력과 추진력을 발휘했지만 자만함으로써 독단에 빠지고, 국제관계에 대한 인식의 폭도 좁아졌다. 고려 충선왕은 외치만 신경쓰다 내치에 실패, 모두를 잃은 경우다.

신병주 학예사는 광해군을 다루며 현 정부와 비교, 관심을 모은다. 광해군은 소수로 권력을 잡고, 개혁을 최대 과제로 삼으며, 실리적 외교노선을 추구했다. 또 수도의 천도 시도, 과거사 바로잡기, 지금의 ‘코드인사’와 비교되는 자파세력 중심의 정치운영을 추진했다. 신 학예사는 “광해군이 능동적이고 실리적인 중립외교, 대동법 시행 등 적극적인 사회·경제정책 추진 등으로 ‘포악한 군주’라는 기존 평가를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며 “그러나 결국 보수세력이 결집한 인조반정으로 무너졌다”고 전한다. “개혁의 방향이 옳다 하더라도, 정국 운영방식이 독선적이라면 더 큰 반동을 야기할 수 있음을 역사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이다.

책은 제왕들의 역사적 행적과 전기적 초상을 곁들여 역사 공부까지 시켜준다. 그러나 390쪽에 20명이라는 인물을 담다보니 성공과 실패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리더십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밀한 분석은 부족한 듯해 아쉽다. 1만8000원
출처 : 진이랑 신이랑
글쓴이 : 진이랑 신이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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