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사역/이혼-재혼문제

[스크랩] 오늘 집에 와보니 여섯살짜리 딸아이가 있었다(2)

맑은샘77 2006. 10. 24. 12:05

저번주에는 모처럼 딸래미(6살)과 외출을 하였다....

항상 혼자이고 놀아줄 이 없이 아이였기에...격주토요일은 유아원도 쉬기에...

무작정 차에 싣고 발길 닿는 곳으로 차를 돌렸다...

 

점심끼니가 걱정이었다...

식당에 가자니 1인분 시켜서 둘이 나눠 먹을수도 없고....

아이몫을 시키자니 김치한조각 찢어 먹을수 없기에 서해안 고속도로를 탔다.

차라리 휴게소에서 끼니를 떼우면 남들 이목도 줄일수 있고,

편할것 같아서였다.

 

충남 당진에서 고속도로를 탔고 행담도 휴게소까지 가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다.

딸아이는 고속도로를 타자마자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다..

허기사 그때 시간이 3시였으니 아침도 굶고 배고플만도 하지.....

졸음이 쏟아지는 딸아이를  타이르며 휴게소에 갔다.

난 돈가스를 두개 시켜 먹을 생각이었는데 딸아이는 기어코 김밥을 고집한다.

그래서 김밥을 먼저 시켜주고 자리를 잡았다.

 

난 돈가스를 시키려고 다시 매장앞으로 갔고, 딸아이 혼자 높은 의자에  앉아

김밥을 오물거리며 먹고 있다.

식당 저편 구석진 곳에서 6살박이 딸아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돈가스를 들고 딸아이 옆으로 갔다.

김밥이 컸던지 입안가득이라 볼때기가 터질 듯하다.

말똥말똥 나를 쳐다보면 김밥을 오물거리는 아이....

맛이나 알고 먹는걸까?

무슨 생각으로 김밥을 오물거리는 것일까?

이마저도 불쌍하고 초라해 보이는 것은 내 자격지심이었을까?

 

손을 잡고 다녀도 허리춤에도 닿지 않는 아이와의 외출.....

행담도 휴게소를 둘러보기로 했다. 휴게소 뒷편에 홍보관은 마침 내부공사로

문을 닿은 상태였다. 그냥 주차장과 약간의 시설물을 둘러보았다.

시시콜콜한 볼품없는 광경이었지만, 아이는 마냥 즐거워했다.

내가 아이에게 해준게 무엇이었는가?

고작 먼지 묻은 의자에 앉고 주차장 보도블럭을 걸었을 뿐인데 아이의 눈에는

모처럼만에 집을 떠난 여행이었나 보다.

 

이게 아니다 싶어 평택에서 빠져나와 삽교로 차를 돌렸다.

그곳에는 군함전시시설과 갖가지 놀이시설이 있기에 차라리 낳을듯 싶었다.

4살때 아이와 함께 가본곳이기는 하지만....

아이는 삽교호에 다다르자 졸렸던 눈이 이내 초롱초롱해졌다.

삽교호에는 폐함2척을 연결해놓은 전시시설이 있다.

5시에 도착하여 전시시설로 들어갔다.

아이와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아이는 닫혀 있는 문 하나 하나를 밀어보고 만져보고....

배 두척을 다 관람하고 나가려 하자 아직 않본곳이 있다며 다른 관람동선을 찾는

것이었다. 누가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나 여섯살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수많은 계단과 지루한 전시시설이  동심을 그다지

자극하지 않았으련만....

아이는 이 군함을 벗어나면 다시 창틀없는 감옥같은 집으로의 발길이 싫었나보다.

졸라서 다시 한번 관람한 군함 갑판에 올라가게 되었다.

 

폐장시간이라 곧 나가야했지만...이게 아빠로서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작은 배려였기에...

 

집에 가봤자 "어이구 우리딸... 아빠랑 뭐 보고 왔어?" 하며 엉덩이 뚜드려줄 엄마의 손길이

없기에... 밥 한숟가락 먹을라쳐도 김치한조각 물에 씻어 찢어줄이 없기에....

 

근처에 놀이동산이 있었다....

그곳도 잠시 들렀다.

오락실에서 몇천원 오락을 시켜줬지만 다른 마땅한 유희상대가 없었다.

꼬마기차를 타라고 하니   싫다고 한다.

풍선으로 만들어진 놀이공간에서 놀라고 하니 이또한 싫다고 한다.

미끄럼이라도 한번 타고 안길 엄마가 없어서 인가?

박수쳐주고 좋아해줄 그 모진 엄마가 없어서 인가?

아빠로서의 한계인가보다....

 

아이와의 나들이는 대부분 낚시터였다.

갯바위에서 돗자리를 깔아놓고 아이를 앉힌다.

아이에게 보이는 것은 낚시하는 아빠의 뒷모습과 앉아있는 돗자리와 깊어만 보이는 바다다.

세시간이든 네시간이든 아이는 돗자리와 그 주변을 맴돌뿐이다.

집에 가자고도 말을 않는다.

이마저도 못나오면 아이는 4평짜리 방에 있어야하고 투니버스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찌는듯한 햇볕에도 그냥 앉아서 주위를 맴도는 아이다.

심심하면 과자 몇봉지에 곰돌이 음료수를 다 마신다.

 

집에 가자고 하면 다른 바다를 가자고 한다.

집보다는 심심하고 놀것 없지만 낚시터에서 앉아있는게 좋은게 우리 아이다.

이혼은 그 순간도 너무나 괴롭고 힘들지만....

그 이후의 한순간 한순간이 괴로움의 연속같아 보인다.

 

지금 옆에는 아무것도 모르며 한창 잠들어 있는 아이가 있다.

물론 집에서 할머니.할머지가 금지옥엽으로 아끼는것은 알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필요한 시기에 엄마없이 크는 아이를 볼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간혹 어린이집에서 엄마동반 소풍을 갈때가 있다.

아이는 10밤 남았다... 5밤 남았다...

그날만을 기다리건만...

이 못난 아빠는 보내지 못한다.

환갑 넘은 할머니와 아이의 소풍이 좋을수가 없다.

어린이집 셔틀버스가 집앞에 다다를때쯤에는 2-30대 엄마들이 아이를 기다린다.

아이에게는 늙은 할아버지가 그역을 한다.

아이 등하교는 할아버지 몫이다.

 

아이가 다섯살때 일인데...

깜빡 할아버지가 하교시간을 까먹고 현관문을 잠꿔놓은 적이 있다.

아이는 아무리 현관문을 열려고 해도 자물쇠가 채워진 문은 열수 없었다.

그 어린것이 부엌쪽 뒷문을 기억하고 그문을 열려고 갔나보다.

하지만 키가 작아서 문고리가 닿지 않아 열지 못했다.

 

그 옆에는 집에서 키우는 작은 개가 있었다.

아이는 그 개와 말을 해가며 두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울기도 했지만  아이에게는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순한 강아지가 있었기에 어린이집 가방을 맨채 쭈그리고 앉자서

두시간을 이야기했나 보다.

그 어린것이 그 긴 시간동안 무슨생각을 하며 버텼을까?

어둑컴컴한 초저녁이 무섭진 않았을까?

집에 돌아온 할머니가 난생 처음 할아버지를 때렸다고 한다.

 

눈에 집어 넣어도 않아플 내 피덩어리를....

난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내가 전생에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기에....

내 아이가 태어나서 여섯살을 먹는 동안 얼마나 몹쓸짓을 했기에....

 

오늘...또 눈물이 흘러내린다....

새벽에 이 글을 써가며 눈물을 닦아내는 이 아빠의 마음을 정신없이 잠자고

있는 아이는 알까?

아빠가 이렇게 사랑하면서도 이렇게 아끼면서도...

내 피덩어리를 생각하면서 소리 내지 않고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알까?

 

정말 하루 하루 겉도는 듯한 지긋지긋한 이 생활을 끝내고 싶다.

아이 엄마는 아련가?

자유를 얻어 새출발을 해서 행복하련가?

난 아이없이는 하루도 못살것 같은데...

지난 2년반동안 단 한번도 아이가 궁금하지 않으련가?

남의 부모는 아이의 발등에 난 작은 모기상처에도 속상해 하던데...

 

피는 물보다 진하다던데...

지금이라도 아이가 보고파서 미칠것같다며 부모 몰래라도 보여주고 안겨주고

하고 싶은데...

여지껏 단 한번도 연락이 없는것보면 아마 지금 행복한가 보지?

 

이제 새벽이 지나면 다시 일요일 아침이 밝을것이다.

내일도 다시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으며 무작정 차를 몰아야할것 같다.

발길 닿는 곳이겠지만 모든 고민 접어두고 아이를 위해서.....

 

오늘 집에 와보니 여섯살짜리 딸아이가 있었다.

 

 

출처 : 이혼[아띠클럽™]재혼
글쓴이 : 오토캐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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