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육

[스크랩] (경험)아이 나쁜 행동, 체벌로는 절대 못 고친다.

맑은샘77 2006. 10. 20. 10:08

 

 

'놀아줘 대마왕' 두 녀석들이 창가에서 엉덩이 쭉 빼고 하늘을 향해 예쁘게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왜 하늘 보고 인사를 할까요? 보시면 압니다^^

 

 

 

요즘 고민거리 하나가 생겼습니다. 바로 3살 아들 녀석 때문인데요, 요 녀석이 요즘 좋지 않은 행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행동이 뭐냐면, 요놈이 매일 매일 누나하고 다투면서 자꾸만 누나를 때린다는 겁니다. 뭐,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도 있고 어린 아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이해하려 하지만 툭 하면 누나를 때리니, 이러다 버릇돼서 때리는 행동이 습관이 될까 걱정이 컸습니다.


누나를 때릴 때마다 어린 나이지만 폭력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 대화도 많이 하고, 잘 타이르기도 하고, 엄하게 혼내기도 하고, 냉장고 앞에서 벌을 줘 보기도 했지만 그 때 뿐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안 때릴 거예요”하면서 약속을 해 놓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10분도 안 지나 또 싸우면서 누나를 때립니다.


타일러도 안 되고, 혼내도 안 되고, 매까지 들었지만 그래도 안 되고...


언젠가는 몸도 아닌 누나 얼굴을 때리는지라 그대로 놔서는 안 되겠다 싶어 맴매를 한 적도 있습니다. 매는 절대 안 된다고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 때에는 단호한 경고를 보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매를 든 것이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잘못한 게 아닌가 합니다.


왜냐면 결과적으로 나아진 게 없거든요. 여전히 툭하면 손이 누나를 향합니다. 거기에다 요 녀석이 안쓰럽게도 이따금씩 “아빠가 나 엉덩이 때렸어”하면서 슬픈 표정을 짓는다는 겁니다. 그럴 때마다 어찌나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사과했습니다.


 끙~ 그런데 문제는 녀석의 행동을 바로잡을 뾰족한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큰 소리 안 내고, 체벌도 안 하기로 했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데, 그 방법이라는 게 도통 생각이 나지를 않는 겁니다.


  유치원에서 배운 율동을 동생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이렇게 신나게 놀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 맘에 조금 안 들면 누나에게 나쁜 행동을 하니...

 

 

할 수 없이 녀석 대신 누나인 세린이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동생이 아직 어려서 그런 거라며, 이해하라고 했습니다. 세린이에게 한 말처럼 조금 더 크면 안 그러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 자신이 그렇게 이해하려고 해도 매일 반복되는 녀석의 행동을 보면서는 자꾸만 걱정이 앞섰습니다. 저러다 친구들이나 유치원에 갔을 때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친구를 때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계속 녀석의 그런 행동이 나타날 때마다 주의를 줬지만 속수무책. 어찌하나 고민하던 어느 날 저녁 내 귓가에 번쩍이는 말이 들렸으니, 바로 ‘놀아줘 대마왕’ 세린이 녀석의 한 마디였습니다.


“아빠! 성탄절이 언제야? 멀었어? 우리 성탄절에 뭐하고 놀 거야?”


아! 역시 놀아줘 대마왕입니다. 아직 한참이나 남아 있는 성탄절에 뭐하고 놀까를 벌써 고민하니. 아무튼 녀석의 성탄절 말에 제 뇌리를 번개 같이 스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산타할아버지였습니다.


어찌하나 고민하던 어느 날, 귀에 쏙 들어오는 한마디가 있었으니...


‘오호! 그게 있었군’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둘째 녀석을 불렀습니다.


“태민아! 너 조금 있으면 성탄절이다.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주는 성탄절. 산타할아버지 알지?”


녀석은 알면서 안다고 하는 것인지, 아무튼 안다고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일단 안다고 하니 녀석을 제 앞에 앉히고는 성탄절과 산타할아버지에 대해 열변을 토했습니다. 제가 무척이나 재미있게 얘기했는지, 녀석이 눈을 똘망똘망 뜬 채 저를 바라보며 제 말을 듣는 데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결국 말의 핵심은, 산타할아버지는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준다는 것, 산타할아버지는 하늘에서 태민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 그런데 태민이가 누나를 때리는 행동은 착한 행동이 아니라 나쁜 행동이라는 것, 그래서 지금처럼 계속 누나를 때리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엄포 비슷하게 말했더니, 녀석 갑자기 심통해진 표정입니다.


‘앗싸! 됐다’


저는 이 때다 싶어 녀석에게 거실 창 밖 하늘을 가리키며 “어, 태민아 산타할아버지 오셨네!”했더니, 아빠의 속셈을 다 알아채고는 아까부터 키득키득 웃으며 옆에서 내 얘기를 듣고 있던 세린이가 “태민아 태민아, 진짜 산타할아버지 오셨네. 저기 봐 산타할아버지야!”한다.


어이구, 센스 있는 녀석^^ 세린이 귀에 대고 속닥속닥, 비밀 지령을 내립니다.


“세린아, 태민이가 진짜로 믿게 저기 가서 ‘산타할아버지 안녕하세요!’하고 하늘에다 인사 좀 해라”

 

세린이 알았다고 끄덕끄덕. 후다닥 거실 창가로 가더니 “산타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둘째 녀석 눈만 껌벅껌벅. “장태민! 너는 왜 인사 안 해? 산타할아버지한테 인사해야지. 얼른!” 둘째 녀석 벌떡 일어나 후다닥 창가로 달려가더니 “산타할버지 아녕하세요!”

 

 아빠의 비밀지령에 따라 창가에 가서 산타할아버지가 계시는 듯 인사를 하는 세린이. 센스 만점^^

 

  둘째 녀석도 벌떡 일어나더니 "산타할버지 아녕하세요"하며 인사를 하더군요^^

 

 

지켜보던 아내와 세린이, 저는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웃으면 들통 날 것 같아서 눈짓으로 조용히 하라는 메시지를 주었지요. 인사를 하고 제 무릎에 앉은 녀석한테 말했습니다.


“거봐, 아빠 말이 맞지? 산타할아버지는 하늘에서 태민이를 보고 계셔. 그러니까 누나 때리는 나쁜 행동하면 안돼요?”


체벌했을 때와는 달리 조금씩 달라지는 녀석을 보며 희망을 갖습니다


녀석은 알았다고 끄덕거립니다. 이후 녀석의 행동 변화가 있었을까요? 단 3일 만에 그 행동을 고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녀석의 조그만 행동 변화에서 저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예전에 체벌을 했을 경우 더 반항 비슷한 행동을 보이던 것에서 조용히 수긍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은 조그만 성과라 생각합니다. 여기에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라고 하면 예전에는 죽어도 싫다면서 잘 안했었는데, 사과까지 하는 단계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세보지는 못했지만 분명회 때리는 횟수와 강도도 좀 약해졌습니다.


‘에이, 그게 무슨 변화야’하며 뭐라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그래서 저 또한 마음 한 구석에는 녀석의 버릇이 고쳐질까 솔직히 의구심도 들지만, 저는 그래도 희망을 갖습니다.


무엇보다도 저 자신을 믿고 싶습니다. 세린이 한 녀석을 키울 때는 인내심도 많고 그랬는데, 두 녀석을 키우다 보니 인내심이 사라진 채 큰 소리를 내거나 체벌을 하려 하는 저 자신을 종종 발견하는데, 큰 소리로 혼내기보다는 그리고 매를 드는 것 보다 현명한 좋은 방법이 있다고 믿는 제 자신의 믿음을 믿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는 제 자신에게 “너 그러면 안돼!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 어떤 경우에도 체벌은 안돼! 그건 네가 아이들한테 화풀이 하는 것 밖에 안돼”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둘째 녀석의 행동 변화보다는 제 자신을 변화시키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이 방법이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저는 아주 큰 교훈을 얻게 될 것 같습니다.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그리고 단기간에 그 효과를 보기 위해 큰 소리를 내거나 벌을 주거나 매를 드는 것보다는, 다른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부모가 노력하고 그에 따라 인내를 갖고 아이와 함께 한다면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조건부 교육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그것이 체벌보다는 훨씬 나은 현명한 길이라는 것을, 그래서 앞으로 결코 큰 소리를 내거나 체벌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게 될 것입니다.

 

  누나에게 배운 춤을 보여주는 둘째 녀석, 아빠를 꼭 안고 있는 첫째 녀석. 이 두 녀석들에게 앞으로 체벌을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오늘 아침에도 세린이와 저는 합창을 했습니다.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누가 나쁜 앤지 착한 앤지.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


녀석도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아녕하세요. 아녕하세요”하면서 창가 하늘에 대고 인사를 합니다. 저와 세린이는 둘째 녀석 몰래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웃음 속에서 둘째 녀석의 잘못된 행동이 고쳐지기를 바라는 마음 큽니다.

 

 


6살인 세린이와 3살인 둘째 녀석을 키우면서 얻은 제 경험으로 보면 아이의 나쁜 행동은 결코 체벌로는 고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잘못하면 반항심이 커지거나, 오히려 부모의 체벌을 통해 아이가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그 폭력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혹여 부모님들 중에 ‘어쩔 수 없었다’면서 체벌을 정당화 하려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더욱이 부모라는 힘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아이를 체벌할 수는 없다 생각합니다.

출처 : 사는 이야기
글쓴이 : 장희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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