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주기/남성학

마음이 아픈 남자

맑은샘77 2006. 10. 10. 22:07

심한 우울증의 하나인 주요우울장애는 심하게 우울한 기분, 현저히 감소되는 활동이나 의욕을 동반하나 잠에 관해서는 일정치 않아 거의 매일 불면으로 고생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수면시간이 많이 늘어나 잠을 자고 나도 또 누울 자리를 찾게 되는 분들도 있다. 밥맛을 잃어 체중이 크게 줄어드는 분이 있는가 하면 마구 먹어 대서 체중이 늘어나는 분이 있는 이율배반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정도 면에서도 스스로 우울한 기분을 어느 정도 느끼는 경우에서부터 우울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분까지 극심한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인간은 묘한 존재라는 걸 우울증에서도 확연하다는 전제를 갖고 남성 우울증을 살펴보자.

 


삼국사기에 보면 신라의 고위직 관리 한 분이 ‘정신이 희미하고 불쾌한 증상' 즉, 우울증에 걸렸을 때 녹진이라는 유명한 의사가 진맥을 하고 ‘용치탕'이라는 좋은 약보다는 ‘알맞은 말로써 고쳐야 한다.' 고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울증에 대한 기록이자 정신치료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그 때 나오는 고위직 관리는 물론 남성이다.

남자도 우울증에 걸리는가?라는 질문은 여성의 우울증이 압도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에 기인한다. 물론 전체적으로 우울증은 여성에서 많다. 그러나 연령이나 우울증의 분류에 따라서는 그렇지만은 않다.

심한 우울증이 한 번 또는 여러 번 일정기간 지속된 적이 있는 주요우울장애는 나라나 종족에 관계없이 여성에서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되어 있다. 특히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연령 즉, 18세에서 44세까지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러나 사춘기 전까지는 남녀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남성에서 더 높은 것으로 되어 있다. 또 우울증과

기분이 들떠 있는 상태가주기적으로 나오는 조울병(요즈음은 양극성 정동장애라고 부름)에 있어서의 우울증은 남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노인의 경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우울증 발생 빈도가 남성에서 훨씬 높고, 이로 인한 자살도 상대적으로 많다.

 

우선 우울증이 생기는 과정 혹은 요인을 보면 남녀 차이가 두드러진다. 여성의 경우 내분비 계통과 관련이 되는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오는 요인이 많이 거론된다. 월경 전, 임신, 유산, 분만, 폐경 등과 관련된 경우가 많은데 사회 심리적 요인보다 생물학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이 때 생물학적 요인 단독으로 여성의 우울증이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비해 남성은 사회 심리적 요인이 더 중요하게 거론된다. 우울의 원인을 심리적으로는 사랑의 대상 혹은 관심의 대상을 상실했을 때 오는 것으로 설명한다. 부모, 친척, 친구, 애인 등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떠나갔을 때 우울감이 찾아든다. 이 때 죄책감이 동반되기도 한다. 아끼던 물건, 애완동물을 잃었을 때도 우울해진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명예나 자존심을 잃었거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일 것이다. 남성들은 사회적 역할이 상대적으로 많기에 상실의 가능성이 더 많아진다. 더구나 사회 분위기가 지도력을 강력히 요구하게 되고 변화가 많으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러한 가능성은 더더욱 증가했다.

증상 자체는 남녀가 공통적인 것이 많으나 우울증의 분류에 따라 차이가 있기도 하다.주요 우울증의 경우 남성에서 우울기간이 짧고 치료 반응은 더 좋으며, 신체적 증상보다 심리적 증상이 더 많다. 다른 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는 여성에서 더 흔하고 계절은 여성이 더 타는 경향이 있다.

우울증의 증상은 꽤 다양하고 그 정도도 개인차가 심하기에 우울증을 초기에 발견해서 가급적 빨리 관리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발생 과정에서 살펴보았듯 남성의 경우 사회에서의 역할에 대한 실패, 역할 변화 등에 대해 보다 더 예민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고, 연령에서 오는 영향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회인으로서 실패와 실망에 따른 삶의 변화가 있거나 중년기 또는 노년기로 바뀌면서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있으면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사회적 역할과 관련된 우울증이 종종 문제가 되므로 이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상시 대인관계에 대한 꾸준한 투자일 것이다. 반드시 돈을 많이 쓰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할 마음 쓰임새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적 역할에 대한 적절한 성공과 보상이 뒤따를 수도 있으나 실망과 좌절이 뒤따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 실망과 좌절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있느냐 없느냐가 우울증으로 이어지느냐의 여부에 크게 관여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생활 관리는 꾸준한 운동일 것이다.

화가 나거나 실망했을 때 그러한 감정을 직접 표현하면 좋겠으나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꾸준한 운동은 이러한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 우울증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이 된다. 우울증이 심할 때야 전문가 도움이 절대적이겠지만 가벼울 때나 회복

기에는 빨리 걷기 같은 손쉬운 운동을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앞서 설명한 우울증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는 경우, 주위에서 직접적이고 솔직한 의견표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즈음 우울해 보인다. ‘혹시 자살을 염두에 두느냐'는 표현은 민망하지만 효과적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글 / 김현우
단국대학교병원 정신과 교수
(www.dkuh.co.kr)
출처 : 365홈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