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주기/남성학

남자는 왜 아름다운 여성에 끌리는가??

맑은샘77 2007. 8. 23. 11:44

얼굴· 몸매 착하다고 마음도 착할까

한겨레 2007년08월22일 제674호

당연한 듯하면서 어려운 질문, 남성들은 왜 아름다운 여성에 끌리는가

▣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지난호에서 우리는 남성들이 매력적으로 여기는 여성들의 공통적인 미적 조건 몇 가지를 알아보았다. 정리해보자면, 남성들은 드루 배리모어처럼 귀엽거나 앤젤리나 졸리처럼 섹시한 얼굴을 선호하며, 적당한 크기의 키와 가슴, 그리고 허리 대 엉덩이 비율이 7 대 10인 S라인 여성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60년간 서구 세계를 중심으로 여성에 대한 ‘미의 기준’이 위의 조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주목할 만한 점이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왜 아름다운 여성에 끌리는가? 얼핏 들으면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는 이 질문에 과학자들은 아직 적절한 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여성의 외적 아름다움이 갖는 생물학적, 사회학적 이점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제기됐던 가설들 중에 눈여겨볼 만한 것들은 몇 가지 있다.


△  현대사회에서 미의 사회적 자원으로서의 가치는 점점 높아진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가수를 꿈꾸는 주인공이 전신 성형수술을 하는 이유도 그렇다.

우선 사람들은 ‘아름다우면 선하고 좋은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디온이 1972년에 자신의 동료들과 했던 흥미로운 실험이 그 근거를 제공한다. 실험에 참가한 피험자들에게 여러 여성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성격을 추정하게 했는데, 피험자들은 예쁜 여성은 성격도 좋을 것이라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게 됐다. 피험자들은 아름다운 여성에게 지적이고 겸손하며 따뜻하고 열정적인 성격들을 부여하는 한편, 예쁘지 않은 여성들에겐 멍청하고 냉정하며 부정적인 성격을 부여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그래서 프랑스의 조각가 로댕도 이런 말을 남겼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성격 속에, 정열 한가운데 존재한다. 아름다움은 성격에서 나타나며, 육체는 그 모습을 담는 틀이다”라고.

인식의 부조화를 거부한다

잘생긴 남성과 아름다운 여성이 결혼한 경우, 그렇지 않은 커플들보다 그들이 더 행복하게 살 거라고 예측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만약 멋지게 생긴 남녀 커플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일러주면 더욱 놀란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 종종 ‘내가 좋아하는 남녀 연예인들이 서로 결혼했으면’ 하고 턱없이 바랄 때가 있었다. 왠지 내가 좋아하는 두 예쁜 남녀 연예인이 결혼을 한다면 멋지게 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내 맘대로식 ‘짝짓기 심정’이 바로 여기에서 출발하지 않았나 싶다. 또 연예인 커플의 파경과 이혼 소식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도 (요즘은 너무 많아서 그다지 놀라지 않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이런 선입견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디온이 했던 실험에 따르면, 충격적이게도 이런 현상은 심지어 유치원에서도 발견된다. 예쁜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어린이들에 비해 친구들 사이에 평판이 좋을 뿐 아니라, 유치원 선생님도 예쁜 어린이를 성격적인 측면에서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진리가 강물처럼 흘러야 할 법정에서조차, 예쁜 여성 범죄자가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다른 여성들에 비해 형량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조사만 보더라도,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너그러움을 넘어 이젠 폭력적인 선입견으로 우리 사회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모가 고우면 심성도 고울 것’이라는 가정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사람들은 대개 인식의 부조화를 거부하는 성향이 있다. 그러니까 내가 인식하는 대상을 일관되게 하나로 인식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는 얘기인데, 예를 들어 외모가 예쁘면 심성 또한 예뻐야 우리가 상대를 조화롭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예쁘게 꾸며진 요리가 더 맛있다고 착각하는 것도 비슷한 원리다). 그러니 예쁜 여성들에게 그런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때론 여기에 종교적인 원인도 어느 정도 작용한다. 불교 국가에서는 ‘뿌린 만큼 거둔다’는 가정하에 외모가 예쁘면 전생에 선한 일을 많이 베풀어서 다음 생애에 그런 외모를 타고났다고 해석한다. 즉, 미는 곧 선을 표상하게 된 것이다. 뛰어난 미모를 얻은 것은 뛰어난 성품을 가진 데 대한 업보라고나 할까?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보면, 교통사고 현장에서 이범수는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도 김아중의 외모에 빠져 상대의 과실을 너그러이 이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미는 곧 선이다’는 가설이 드러난 예다.

그렇다면 실제로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더 좋은 성격을 가졌을까? 외모와 성격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1986년 하트펠트와 그 동료들이 했던 대규모 조사에 따르면, 답은 ‘절대 아니다!’이다. 외모와 성격은 거의 상관관계가 없었다. 매력적인 얼굴과 섹시한 몸매를 가졌다고 해서 좋은 성격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업무 능력은 어떠한가? 직장 내에서 수행하는 업무 능력 또한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직장에서 직원을 뽑을 때 인사과 직원들은 이 점 유의하시라. 외모가 뛰어나다고 해서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남성들이 여성의 외모에 집착하는 또 다른 이유로 ‘외모가 뛰어나면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 또한 뛰어날 것’이고 그것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중요한 능력이기 때문에, 남성들이 여성의 이런 능력을 높이 평가해서 외모를 중시한다는 가설이 있다. 외모가 뛰어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인간관계를 맺는 데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일 것이라는 추측은 설문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매력적인 여성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회적 기술 또한 더 뛰어났다. 하지만 그것이 남성들이 여성의 미모에 집착하는 원인이라는 설명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외모가 훌륭하면 능력도 뛰어나다?

‘여성의 미’에 대한 남성들의 선호에 대해, 과학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점은 진화론적 주장이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은 그동안 성 선택에서 항상 우위를 점유해왔다. 남성들에게 더 쉽게 선택되어 다음 세대에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한 가능성이 늘 높아왔을 것이다. 멋진 공작의 날개처럼, 여성의 아름다움 또한 진화 과정의 산물이라는 것이 진화심리학자들의 주장이다. 미국의 진화심리학자 부스는 낭만적 사랑 또한 진화 과정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수만 년의 진화 과정 속에서 멋진 남성과 아름다운 여성은 더 쉽게 짝짓기 상대를 찾고 임신과 출산을 해서 자손을 건강하게 낳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 자식 또한 아름다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을 테니, 그 다음 세대에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가능성이 계속 높을 것이다. 영국 속담에 ‘미인이 끄는 힘은 황소보다 세다’고 했던가? 그 힘은 바로 유전자가 끄는 힘이었던 것이다.

미인은 황소보다 세다, 그게 유전자의 힘

아름다운 외모가 건강을 표상한다는 주장도 있다. 뽀얀 피부와 발그레한 볼, 적당한 크기의 가슴과 키 등은 여성의 건강을 상징한다. 적당한 비율의 허리와 엉덩이는 무난한 출산을 보장할 것이다. 한편, 건장한 체격과 큰 키, 운동선수를 연상시키는 딱 벌어진 어깨는 남성의 건강성을 상징하리라. 아마도 진화학자들에겐 이런 남성들의 미의 조건이 ‘훌륭한 사냥꾼의 신체조건’과 별반 다르지 않게 보일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미는 때론 사회적 자원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생존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미인이란 처음에 볼 때는 매우 좋다. 그러나 사흘만 계속 집안에서 상대해보면 더 보고 싶지 않게 된다”라고 했지만, 이건 미인 아내를 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거드름이다.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가 “결백한 자와 미인에겐 시간 외엔 적이 없다”고 했듯이, 우리 모두는 미인을 너무 좋아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거기에 너무 현혹되어서도 안 된다고 일침을 놓는다. 겉이 아름답다고 해서 속까지 그럴 거라고 잘못 넘겨짚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