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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거짓말이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 리플리 증후군

맑은샘77 2017. 11. 29. 18:34

건강주치의 '닥터 쿠'

[의대] 내 거짓말이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 리플리 증후군 /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아랑 교수

2017. 4. 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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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거짓말이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 
리플리 증후군

56세 남자는 얼마 전 자동차 사고로 부인과 딸을 잃었고 이후 우울감과 자살사고가 심해져 총으로 자살하려 했다고 병원에 왔습니다.

자살 시도에 대해 말하면서 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겨눴으나 총알이 빗나갔다고 했다가 총을 쏘려는 순간 아들이 말렸다고도 합니다.

나중에는 총을 들고만 있다가 강에 던져버리고 병원으로 왔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명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프린스턴, MIT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보호자 면담과 지속적인 진료를 통하여 남자가 말한 어떤 것도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가족 중 누구도 사고를 당한 적이 없으며 아들도 없고 고졸학력이며 어려서부터 허풍쟁이라는 별명이 있었습니다.

간호사였던 어머니가 아들이 의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어려서부터 의학용어를 가르친 적이 있었다 합니다.

남자가 보인 거짓말은 매우 그럴 듯하나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면서 복잡했습니다.

대부분 자신의 경험이나 학력, 대인관계 등 자신의 인생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남자는 거짓말을 하면서 스스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만든 거짓을 진실로 믿는 리플리 증후군

현실세계를 부정하고 상습적인 거짓말과 그에 따른 행동을 하면서 자신이 한 거짓말을 진실이라 믿는 증후군을 우리는 환상거짓말(Pseudologia fantastica) 소위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라고 말합니다.

환상거짓말은 Mythomania 또는 병적 거짓말(Pathological lying)로도 불립니다.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용어는미국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가 1955년에 쓴 범죄 소설인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의 주인공 리플리 씨에서 인용된 것입니다.

부자이자 멋진 여자 친구, 요트가 있는 친구를 죽이고 그 친구 행세를 하며 살아가는 리플리 씨는 죽은 친구의 모든 것을 자신의 삶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스스로도 그 거짓말을 믿게됩니다.


2007년 예일대 박사학위와 학력을 위조하여 동국대 교수로 임용된 S씨 사건에 대해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재능 있는 리플리 씨’에 빗대어 ‘재능 있는 S씨(The Talented Ms. Shin)’로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아랑 교수
과도하고 만성적인 거짓말

정신의학계에서는 환상거짓말을 하나의 정신질환이 아니라 정신적인 현상으로 봅니다.

조현병, 반사회성인격장애, 경계성인격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성정체성장애 등의 여러 정신 질환에서 드물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 보는 것입니다.

발병률은 매우 드물고 법적인 문제로 정신의학적 평가가 필요한 경우도 몇몇 사례로 보고되었습니다.


의학적으로 처음 기술된 것은 1891년 독일인 의사인 Anton Delbrueck에 의해서입니다.

그는 환자들 중에 현실에 맞지 않은 거짓말을 진짜인 것처럼 하는 이들을 보고하였습니다.

거짓말이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나 환상거짓말은 과도하고 만성적이며 초기 청소년기 이후 성인기 내내 지속되면서 거짓말의 기간이나 내용이 일반적인 거짓말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환상거짓말은 주로 환상적으로 보이고 현실에서 도달하기에 매우 극적인 영역, 관찰자들이 보기에 칭송하고 칭찬할 수밖에 없는 대단한 일을 해내는 것 등의 내용을 갖습니다.

또한 사실과 환상이 뒤섞여 있는 거짓말이며 자신의 자존감을 극대화하고 자신의 역할이 극명하게 뛰어남을 주장합니다.

꾀병과 달리 그 거짓말에는 금전적, 법적, 의학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의도가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 거짓말을 믿는다는 것이 병적 요소입니다.


흔들리지만 꺾이지 않고 경험 속에서 더 성장하는 ‘나’

의학적 연구로는 주로 사례보고와 극소수의 연구뿐으로, 1915년 Healy와 1988년 King 등의 연구 결과가 환상거짓말에 대해 가장 광범위한 기술입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환상거짓말을 보이는 환자들은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인 경우가 일반인들보다 많았으며, 지능이 아주 높거나 보통보다 낮은 정도를 보였습니다.

언어성 지능이 동작성 지능에 비해 높은 편이었습니다.

또한 뇌전증, 비정상적인 뇌파, 두부손상, 중추신경계 감염력이 있는 등 중추신경계 기능이상을 보였습니다.


환상거짓말의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심리적 충격의 재경험에 대해 방어기제로 작동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앞선 예에서 어머니가 그토록 바라는 의사가 되지 못한 남자가 열등감과 자기애의 손상을 환상거짓말로 보상하고자 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환상거짓말을 보이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기를 인식하는 데서 매우 유약하고 쉽게 깨지는 자기 개념, 낮은 자존감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받은 것도 환상거짓말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환상거짓말, 리플리 증후군은 매우 드물고 소설, 영화, 드라마의 소재로 더 쉽게 만나는 증상입니다.
하지만 심심치 않게 미디어에 오르는 ‘완벽하게 칭송받고 부러움 받는 이’가 되고 싶었던 여러 사기꾼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나의 소중한 존재 가치를 잘 다독이고 지켜야 할 것 같습니다.
작지만 살아있고 흔들리지만 꺾이지 않고 경험 속에서 더 자라는 ‘나’를 기억하고 격려하자. 그 건강함이 우리를 꿈꾸며 살게 할 것입니다.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아랑 교수

전문진료분야

소아청소년정신과, 치매, 우울증,

수면 장애, 스트레스성 질환

진료시간

오전(월, 화, 금, 토(2,4))

오후(월, 수, 목)

문의 : 02.440.7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