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리더십

노무현 ‘깨어있는 시민’ 김대중 ‘민주화’ 김영삼 ‘통합·화합’

맑은샘77 2015. 11. 28. 00:31

[커버스토리]노무현 ‘깨어있는 시민’ 김대중 ‘민주화’ 김영삼 ‘통합·화합’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ㆍ세 대통령 죽음이 던진 화두

전직 대통령들의 죽음은 시민들에게 한 시대를 마감하는 의미로, 새로운 시대를 고민하는 출발점으로 다가왔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사회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검찰 수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식을 취한 점, 수사과정이 고스란히 언론에 노출되고 왜곡·과장되는 등 정치적 기획수사 혐의가 짙다는 점 등이 노 전 대통령 지지층의 분노를 결집시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모니터링 사이트인 ‘소셜 매트릭스’의 수집 결과를 보면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한 트위터·블로그 게시물에는 ‘악의적’(105), ‘계획적’(102), ‘분노’(36) 등의 표현 빈도가 높았다. 노 전 대통령 회고록에 등장하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란 구절이 묘비명으로 선택되면서 ‘깨어 있는 시민’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깨어 있는 시민’은 보수정권 출범 이후 민주주의가 후퇴하면서 시민사회의 새로운 동력으로 제시됐다. 동시에 특정 정치인에 대한 극렬 지지세력이라는 비아냥에도 쓰였다.

2009년 8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85세의 고령에 한 달 전부터 입·퇴원을 반복했던 터라 시민들은 서거 소식을 비교적 차분하게 받아들이며 애도했다. 그러나 석 달 간격으로 연이어 전직 대통령을 잃은 야권 지지자들의 슬픔은 컸다.

김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박정희 대통령의 장례식 이후 20년 만에 ‘국장’으로 치러져 ‘민주화’ 영웅에 대한 예우를 보여줬다.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DJ 서거 직전 병실을 방문해 화해했다. ‘나홀로 화해’라는 냉소도 있었지만, YS의 이날 행보는 6년 후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를 남기는 단초가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죽음은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소셜 매트릭스 집계 결과를 보면 서거 전 SNS상에서 YS를 평가하는 표현 중 1위는 ‘나쁘다’(9611건)였다. IMF 구제금융, 3당합당 등 실책이 뇌리에 강하게 박힌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서거 이후 민주화 운동 이력이 부각되고, 현 정부의 불통과 대비되면서 여론은 반전됐다. ‘YS서거’ 연관어로 ‘명복을 빈다’(181), ‘진정한(60)(민주주의자)’, ‘용기 있는(15)’ 등의 수사가 최근 5일 사이에 상위권으로 부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