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에 집들이비·장학금 제공…작년 4만여가구 유치
인구증가로 지역경제 활력 기대…성공 키워드 "조금씩·천천히"
(전국종합=연합뉴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농촌에서 인생 2모작을 꿈꾸는 인구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저마다 독특하고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귀농·귀촌인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귀농·귀촌인과 지자체들의 신(新) 전원일기가 알차게 쓰여지려면 장기적인 안목이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거주지·기술 지원은 물론 집들이비·장학금까지
충남 청양군은 오는 11월까지 10억원을 들여 지상 2층 규모 귀농인의 집을 짓고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 6가구에 임대해 주거 및 영농기술 습득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금산군은 2013년부터 60억원을 투입해 330㎡의 개별 텃밭이 포함된 주택 16동과 기숙형 숙소 1채, 종합교육관 등을 갖춘 귀농교육센터를 완공했다. 최근 문을 연 이 센터는 16가구, 36명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태안군은 지난해부터 마을의 빈집을 개조해 제공하고 있으며 집들이비 5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경북 상주시도 기존 주민들과의 화합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같은 금액의 집들이비를 내주고 있다.
강원 평창군과 화천군은 귀농인의 고교생 자녀에게 입학금과 수업료를 전액 지원한다. 평창군은 장학금 말고도 선도농장 현장실습에 120만원을 지원하고 비닐하우스, 저온저장고 등 각종 농정보조사업의 60%를 보조하며 정선군은 농기계 구입비를 500만원까지 부담한다.
이밖에도 제주 서귀포시는 남원읍으로 이주해 자녀를 지역 초등학교에 보낼 경우 주택 자금을 보조하고, 충북 단양군은 전기·수도는 물론 인터넷 설치까지 지원한다. 경남 창녕군은 적응을 돕기 위한 지역 토착민과의 화합 축제에 3천500만원을 들일 예정이다.
농업기술 교육 및 정착금·주택수리비 지원, 낮은 금리의 농업창업 자금과 농가주택 구입·신축 자금 대출 등은 이미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시행되고 있다.
◇ 태안 26년만에 인구증가…노력 결실
지자체들의 이러한 노력은 귀농·귀촌 인구의 높은 증가세로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 인구는 2013년 3만2천424가구, 5만6천267명보다 37.5% 증가한 4만4천586가구, 8만855명으로 나타나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자체별 귀농인구는 경북이 2천172가구로 가장 많았고 전남, 경남, 충남, 전북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특히 충남 태안군은 1989년 8만4천929명이던 인구가 지난해 8월 6만2천291명까지 줄었다가 1년 만인 지난달 말에는 934명이 늘어난 6만3천225명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등지에서 225가구, 413명이 정착한 데 따른 것으로 신도시 효과를 누리고 있는 홍성군을 빼면 충남 군 단위 지역에서 유일한 증가다.
전북 고창군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귀농·귀촌으로 이주한 가구수가 3천168가구, 5천700여명에 달해 현재 전체 인구 6만70여명의 10%에 가깝다. 완주군도 같은 기간 1천539가구, 2천800여명이 이주해 전체 인구의 11%를 차지했다.
강원의 귀농·귀촌인은 1990∼2000년 1천524명, 2001∼2010년 1천602명 등에서 지난해 3천772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충북 단양군은 2010년 61가구 112명에서 2013년 398가구 604명, 제천시도 2011년 수십 가구 수준에서 지난해 302가구, 476명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지자체는 시장 확장…귀농·귀촌인은 충분한 준비 필요"
도시민 유입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는 농촌지역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무계획적인 귀농·귀촌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기관이 운영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 김덕만 센터장은 "특정 작목만 한정적으로 교육하고 육성하면 과잉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자체는 귀농시책을 정할 때 다양한 아이템을 개발해서 새로운 시장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귀농·귀촌은 고사하는 지역경제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일시적 방안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출산과 농공단지 조성이 농촌인구 증가의 최선책"이라며 지자체의 과도한 귀농·귀촌인 유치 경쟁을 경계하기도 했다.
귀농·귀촌인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 센터장은 "예비 귀농·귀촌인들은 정착하려고 하는 곳에 대한 농지 확보부터 농작물 선택, 농작 기계 등을 준비하기 위해 적어도 2∼3년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도 "섣불리 땅을 사서 큰 집을 짓고 농기계를 장만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해당 지역에 맞는 작물을 고른 뒤 텃밭을 조금씩 가꾸고 농사일을 배운다는 자세로 차근차근 시작해야 실패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손대성, 임청, 이상현, 최병길, 전승현, 김재홍, 고성식, 이은파, 강진욱, 공병설, 임보연, 최은지, 류수현, 최종호)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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