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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한가.

맑은샘77 2014. 3. 8. 20:58

귀농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한가.

농부세상 (da8***)님     

ㅇ 귀농하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하나?  돈 없으면 귀농 못하나? 결론은 '돈이 많으면 좋지만 모자라거나 없어도 뜻만 굳건하다면 할 수 있다'다.

 

ㅇ 귀농해서 돈 버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돈을 벌려면 도시에서 해야 가능성이 높다. 돈 벌려고 농사를 짓는 것은 미련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농촌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분들의 대부분은 농사 소득이 큰 부농이고 나도 한 십년 뒤면 그렇게 될 것 같다). 차라리 돈을 벌려면 농사를 직접 짓지 말고 농산물 유통업을 하라. 일년 낸내 농사를 지은 농민보다 중간에서 잠깐 농산물을 유통하는 농협이 더 먹는다.

 

ㅇ 귀농의 동기나 계기는 무엇이든 상관없다. 경험상, 육제척으로 고되고 작물을 수확해도 돈 벌이가 되지 않음을 잘 알면서도 그것이 좋고 몸으로 즐겁게 감당할 수 있는 분들은 귀농에 적합하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귀농 적합성을 따질 때 이 것을 제일의 기준으로 놓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ㅇ 나는 하나뿐인 인생을 그냥 허비하는 게 정말 싫었다. 도시에서 직장생활하는 게 그냥 허비하는 게 아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귀농을 무모하게 실천했다.

 

ㅇ 무모하다는 것은 먼저, 귀농 실행 의지로 무작정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귀농할 곳도 시기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랬다. 왜 그랬냐면, 귀농 결심 후 7년 동안 땅과 지역을 알아보고 준비를 했음에도 진척된 것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더 늦추면 직업으로서 농업을 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생각하고 배수의진을 쳤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으로 귀농지를 알아보고 준비하니 일사천리다. 선택할 귀농지가 많았다. 너무 많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세가 맘에 드는 지역을 정해 고르기로 하고 1순위로 영암,강진을 선택했다. 지형과 지세를 보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기준도 적용했다. 기후와 토양이 척박하고 물자가 부족한 지역은 인심이 사나울 가능성이 높고, 기후와 토양이 좋고 풍족한 지역은 인심도 너그러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했다. 그래서 영암, 강진을 선택하게 되었다. 난 선하고 인심도 좋은 사람이므로 그런 기준으로 귀농지를 골라도 된다.

 

ㅇ 두번째로 무모하다는 것은 여윳돈 없이 귀농을 했다는 점을 지칭한다. 가진 돈이 얼마 없는 데다가 그 돈을 탈탈털어 작은 집과 땅 사는 데 올인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이사 비용을 집사람 형제가 보태줄 정도였다. 설마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만 가지고 왔다. 와서 8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굶어죽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한다.

 

ㅇ 당장은 밭이 적어 농사 수익은 적지만, 이웃의 일을 돕고 받는 품삯(이웃의 일을 그냥 도와드려도 꼭 보수를 주신다), 조금이나마 생산되는 농산물 판매(여태 계란, 닭, 서리태, 고추 등을 조금씩 팔고 있다)를 통해서 소득을 얻고 있고, 집사람이 아르바이트를 통해 조금씩 벌고 있는 것으로 모자라지만 생활은 유지된다. 농지를 빌려 더 크게 농사짓게 되면 농사 수입만으로 생활이 충당될 것 같다. 애초에 이사 오기 전부터 농지가 충분히 확보될 때까지 2~3년 고생하리라고 계획을 세웠다. 계획한대로 살아가는 셈이다.

 

ㅇ 또 굶어죽지 않으리라고 자신하는 이유는 큰 돈은 아니지만 농촌에서는 생활비를 벌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어서다. 내가 사는 강진에는 기업체가 많지 않아 직장생활할 곳을 찾기는 어렵다. 그런 것 말고 농촌에서 일반적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이렇다. 농사 소득으로 안정을 찾을 때까지만 일시적으로 할 수 있는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일의 예를 든다면, 첫째로 이웃의 농사일을 돕는 것이다. 우리 동네는 농사일을 도울 경우 남자 기준으로 하루 8만원의 일당을 준다. 젊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일을 하겠다고 맘을 먹고 나서면 원하는 만큼 일을 할 수 있다. 모든 농촌이 비슷한 것으로 안다. 다음으로 농장에 취업하는 일이다. 일손 구하는 농장은 어느 지역이나 매우 많다. 워크넷으로만 검색해 보시라. 우리 군이나 인접한 군의 경우 주 44시간 일을 할 경우 100~150만원을 주겠다는 농장이 지천이다. 농촌에서는 부족하지 않은 수입이다. 마지막으로 인력소개소에 농사일 또는 기타 일의 일자리를 알아보는 일이다. 나는 귀농 직전 목수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고, 자격증도 취득하고 또 경진대회에 나가 입상한 경력도 있기 때문에 목수 일자리를 쉽게 알아 볼 수도 있다. 목수일은 일자리를 목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농촌 생활에 필요하기 때문에 배워뒀던 것이다. 이렇게 소득원을 발굴한다면 농사일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한시적으로 수입을 만들 수 있겠다. 이 세 가지 방법은 내가 사는 강진 뿐 아니라 전국 농촌 대부분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이 보다 젊은 나이에 농촌으로 이사온 경우라면 더욱 기회가 많다. 젊은 일손을 더욱 필요로 하기에.

 

ㅇ 나는 이런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농사짓는 방법이 완전 무농약, 완전 유기농의 방식이어서 넓지 않은 밭농사이지만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가족들이 지금 짓는 농사에 집중해보는 것을 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농사를 통해 살 길을 찾아보는 걸 우선으로 삼고 있어서다. 솔직히 말하면, 시골에서 굶어죽는 일은 없다. 이웃, 농촌의 인심이 굶어죽게 놔두지 않는다. 물론 돈이 절실하고 급한 사정이 생기면 망설임 없이 위 방법들을 선택할 마음의 준비는 돼 있다.

 

ㅇ 그런데 나의 경우와 달리 약간의 여윳돈을 준비하여 귀농을 하였다면 더욱 여유로울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지금의 나도 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농사에 적성이 맞지 않거나 몸 쓰는 일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라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귀농에 실패한다. 있는 돈 평생 여유있게 쓰고 사는 경우라면 몰라도.

 

ㅇ 농사 소득으로 경제적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나는 나의 농사 방법으로 밭 최대 1,500평이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상의 땅은 내 방식으로 농사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금 1,000평 정도의 밭을 빌리려고 기다리는 중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서둘지도 않는다. 그냥 열심히 내 농사를 짓다보면 2~3년 안에 그 면적의 밭이 생길 것은 분명하다는 느낌이다. 이미 매우 큰 논을 지어 볼 것을 여러 이웃들로부터 제의 받았지만, 밭농사에 집중하기 위해 정중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사양했다. 나의 농사 방식으로는 면적이 넓든 좁든 벼농사와 병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예상한 기간 내에 원하는 만큼의 밭이 생기는 것은 확신에 가깝다. 왜 그런지는 귀농해 보시라. 금방 안다. 1,000평 정도의 밭이 생기게 되면 내가 하고 싶은 농사일만으로도 경제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다.

 

ㅇ 몸을 쓰는 일에 적성이 맞는다면 시골로 이사해도 먹고사는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ㅇ 농사 경험이 없다는 점도 크게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내 경우 수탉이 짝짓기 하는 것을 보고 암탉을 공격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수탉을 혼내고 며칠 씩 묶어둔 일이 있다. 닭이 짝짓기하는 것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 청고추를 판매하였는데, 나중에 안 사실은 익지 않은 청고추를 판매했다는 것이다. 고추가 크고 파래서 그냥 청고추라고 생각하고 따서 팔았다. 참깨를 심는데, 구멍 하나씩 파고 깨를 세 알씩 세어 심었다. 이랑 하나 심는 데 하루가 족히 걸린다. 지나가던 이장께서 보시더니 딱해 보였는지 이웃 어머니께 도와주라고 말씀하신 모양이다. 잠시 후 이웃 어머님께서 나타나서 이랑 하나를 단 십 분만에 파종을 마치신다. 바로 엊그제 또는 몇 달 전의 일이다. 이 정도로 농사에 관해 문외한이다. 그래도 농사 성과는 다른 이웃들에 비해 크게 뒤지진 않는다. 또 열심히 최선을 다해 하고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방법을 바꿔가며 할 자신감은 있다. 이웃 어른들은 미리 뭘 심을 건지 물어보시곤, 때에 맞춰 방법을 가르쳐 주시면서 언제 심으라고 알려주신다. 씨앗도 충분히 주신다.

 

ㅇ  내 경우에는 반드시 기본 부동산은 구입하려고 했다. 나를 스스로 땅에 얽매이게 하기 위함이고 이웃들에게 뜨내기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생각이었다. 난 땅 욕심이 없다. 소유욕은 0이다. 농지는 농사를 지을 힘이 남아 있는 동안에만 내게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0평 정도의 밭을 빌리려고 한다.

 

ㅇ 부동산 구입할 여력도 없어도 괜찮다. 농촌에는 빈집이 많고 세가 아주 싸다. 내가 사는 강진에서는 군에서 6개월 동안 무료로 살 집을 제공하고 귀농인 유치를 위해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는 지자체도 있는 것으로 안다. 거기에 머물면서 살 집을 구해 세를 얻을 수도 있고, 소득은 빌린 농지에서 농사를 짓되, 위에서 말한 보편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써도 생활은 가능할 것 같다. 돈이 없어도 귀농은 가능하다고 경험에서 느꼈다. 다만 앞에서 최소의 부동산을 구입할 것을 권했던 것은 그렇지 않을 경우 쉽게 포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여지를 줄이자는 차원에서 그랬다.

 

ㅇ 농사일이 체질에 맞고 가족 구성원 전체의 귀농 결심이 섰다면 이사 가서 살 길 찾겠다는 각오로 실천하라. 나처럼. 살 길 있다. 여윳돈이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더더욱 없다. 귀농지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죽어라 일하면(재미있게 일하면) 다 된다.

 

ㅇ 지금 느끼는 행복은 크다. 새 생명(병아리)들이 계속 태어나고 적지만 직접 몸으로 농사지은 것을 수확할 때의 기쁨이란 표현할 수 없는 정도로 크다. 노동(비록 소외된 노동일지라도)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분들은 앞뒤 재지 말고 내려와 농사를 지으시라. 이러한 기쁨과 행복을 만끽하고 죽는 인생이라면 괜찮은 인생인 것 같다.

 

ㅇ 나는 이사와서 농사일을 시작한지 8개월째다. 8개월 동안 한 가지 후회를 했다. 좀더 일찍 내려올 걸하는 후회다. 또 단점이라면 육체적으로 조금 고되다는 점이다. 나는 체질적으로 고된 노동을 운동 삼아 즐기고 있다. 하지만 몸을 쓰는 일이 좋다고 오버하는 통에 지금은 허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상당기간 쉬면 저절로 나을 건데, 농사일이라는 게 때가 있는 법이니 그러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 허리가 나을 때까지 쉬엄쉬엄 일하려고 한다. 아픈 데가 하나 쯤 있는 것도 좋다. 아프기 전에는 눈치 봐가며 집사람에게 부탁했던 일도 지금은 당당하게 부린다. 난 환자니까.

 

ㅇ 내 경우엔 지금 농부로서의 삶이 질이 높고, 행복하며 여유롭다. 솔직하게 산다. 내 일과 내가 재배한 농산물과 축산물에 대한 자부심도 높다. 일도 원하는 만큼 즐기고 있다. 농지가 부족하다는 문제도 조급한 맘이 들지 않는다.

 

ㅇ 도시에서 성실하게 살아온 분이라면 농촌에서도 대단히 반겨주신다. 도시에서 잘 살았다면 농촌에서도 물론 잘 살 수 있다. 역으로 귀농했다가 접고 도시로 다시 돌아간다면, 도시 생활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귀농해서는 일시적인 실패에 기죽지 않고 성공할 때까지 죽어라 버틸 필요가 있다.

 

ㅇ 난 한 귀로 흘려 듣는 걸 매우 잘한다. 그리고 머리가 나빠 금방 까먹는다. 이런 특징이 시골 생활, 농촌 생활에서 매우 유용하다. 완전 딱이다.

 

ㅇ 농촌의 텃세, 인심 등은 걱정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시에서의 생활은 이웃과의 단절이 기본이다. 그러니 갈등이 표면에 잘 드러날 수 없다. 사람 사는 데 갈등이 없으랴. 농촌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웃과 가깝게 지내니 갈등이 쉽게 드러날 수 있다. 갈등이 드러났을 때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대부분 이해하고 받아주신다. 이게 진짜 시골 인심이다. 이런 점도 나한테 딱 맞다. 솔직하게만 살면 된다. 적절하게 양보하고 적절하게 양보 받는다는 자세면 족할 것 같다. '매 사안마다 매 순간 손해는 절대 안본다'주의자는 귀농하지 마시라. 절대 못산다.

 

ㅇ 농사 짓고 살아보니까 귀농에 적합한 유형은 두 가지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첫째는 남은 여생을 가진 돈을 써가면서 느긋하게 전원생활을 즐기겠다는 유형이고, 둘째는 돈은 나중 문제고 몸 쓰는 일 자체에 재미를 느끼고 적성이 있는 유형이다. 이외에는 몇 년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 귀농했다가 실패하여 다시 도시로 옮기게 된다면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시기의 몇 년을 날려먹는 격이다. 그래서 내 경험에 근거하여 말씀드리자면, 이 두 가지 유형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으면 귀농을 말리고 싶다. 도시의 삶이 싫어 귀농하고자 할 때에도 위 두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면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 사람에게 치이는 게 싫어서, 다람쥐 챗바퀴도는 일상이 싫어서, 맑은 공기가 부러워서, 조용히 살고 싶어서, 도시에는 마땅하게 할 일을 못찾아서...., 귀농의 동기나 계기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동기나 계기가 무엇이든 위 두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에만 귀농을 현실화해야 한다. 아니라면 그저 아름답고 소중한 꿈으로 안고 사는 게 맞다.

 

ㅇ 당장 귀농하시라. 이 행복을 혼자 누린다는 게 영 찜찜하다. 미룰 이유가 없다. 솔직히 귀농에 적합한 분이라면 나중에 가서 늦춘 것을 후회하게 될 수 있다. 농촌 생활, 농부라는 직업의 단점이 있지만, 장점도 있다. 그 장점에 적합하고 선호하는 분이라면 미루지 말고 당연히 그렇게 하시라고 권한다.

 

ㅇ 부족한 부분은 농사 지으면서 찾아가고 만들어가면 되고, 현실에서 경험해 본 바로는 가능하다. 또 지금 도시 생활에서 부족한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사는 것 자체가 부족한 부분을 다 안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농촌 생활을 두려워 할 이유는 없다. 농사 지을 때 필수품은 선그라스다.. 선그라스 끼고 밭일하면 죽일 것 같다. 난 미처 그러지 못해 후회가 크다. 어느 귀농 카페나 귀농 선배가 그 비밀만큼은 가르쳐주지 않았다.클릭→ 출처>농부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