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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학대 범죄'에 신경을 쓰자

맑은샘77 2013. 12. 21. 21:27

남의 집 '학대 범죄'에 신경을 쓰자

한겨레 | 입력 2013.12.21 14:20 | 수정 2013.12.21 15:20

    [한겨레][토요판] 커버스토리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할까

    한해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건수는 총 1만건이 넘는다. 지난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총 1만943건, 이 중에서 6403건이 아동학대로 판정됐다. 이 통계가 전체 아동학대 건수와는 큰 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교육기관인 유치원, 초등학교 등은 아동을 대상으로 학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학대 가해자는 학대 사실을 은폐하려 하기 때문이다. 고 이서현양도 학대를 받은 4년간 단 한차례 신고가 이뤄졌다.

     결국 '서현이 사건'은 '아동이 안전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숙제를 던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가 범죄'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한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체벌과 학대를 구별하지 못한다. 기관이 개입할 때도 남의 집 일에 신경쓰지 말라는 반응이 많은데, 학대는 분명한 범죄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대가 범죄라는 인식이 희박한 배경엔 그동안 이뤄진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했다. 아동복지법이 규정하고 있는 아동학대의 최고형량은 최고 5년이고, 학대중에 아동이 사망해도 '학대치사'나 '상해치사'로 낮은 형량을 받곤 했다. 영국 빅토리아 클림비를 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자들이 종신형에 처해진 것과는 대비된다. 2011년 아동학대로 판정된 건수는 총 6058건이었으나 실제 고소·고발로 이어진 비율은 6.4%에 그쳤고, 피의자가 구속되는 비율은 1%대에 불과했다. 신고의무자들에 대한 처벌도 전무했다. 아동복지법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의 교사, 의사 등이 아동학대를 의심할 만한 징후를 발견할 경우 지체 없이 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현이 사건'에서 신고의무자 중에 유치원 교사 한명만이 신고했다.

    지난해 아동보호기관에 신고된
    1만943건 중 학대 판정 6403건
    그러나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한국사회 체벌·학대 구분 못 하고
    남의 집 일 신경 쓰지 말라고 반응"
    가해자 처벌되는 경우 드물고
    최고형량도 징역 5년에 그쳐
    신고의무자 처벌도 전무했다
    형량 늘리고 응급조치 강화하는
    특례법은 8개월째 국회 계류 중


     유명무실한 법 집행은 아동학대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으로 모아졌다. 국회에 8개월간 계류중인 '아동학대 특례법'은 아동학대에 대한 최고형량을 기존 징역 5년에서 징역 10년으로 늘리는 것과 피해 아동에 대한 응급조치를 강화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특례법이 예방적 측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지만 기존 법보다는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신고의무자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승환 울산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최근 사망에 이른 아동학대 사건들에선 신고의무자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교사, 의사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운선 경북대 교수(소아정신과)는 "어른들이 마음에 들어하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학대 아동임을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학대에 대한 이해 수준이 낮음을 반영한다. 아동이 비정상적으로 유순하거나 부모의 요구를 충족시키려 노력하는 것도 학대의 징후"라고 설명했다.

     아동학대로 판정된 뒤 해당 정보를 교육·의료기관 등이 공유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정익중 교수는 "의사들이 아이를 진료할 때, 이전의 학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재학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아동보호시설과 인력의 확충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장화정 관장은 "미국 텍사스주는 인구 2700만명에 아동보호 상담사 수가 1735명이지만, 한국은 인구 5000만명 중에 상담사 수가 383명에 불과하다. 학대 신고 이후에 현장조사, 판정, 치료, 사후관리 등 상담사의 업무가 과중하지만 인력이 부족하고 처우도 열악하다"고 밝혔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복지부는 상담사들에게 평균 2600만원 이상의 연봉을 주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상담사 1인당 평균 50건의 사례를 맡고 있고, 학대행위자들의 위협이 잦기 때문에 이직률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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