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상담/우울증

‘공황장애’ 우울증으로 자살 기관사 더 있었다

맑은샘77 2013. 1. 22. 12:54

]‘공황장애’로 자살 기관사 더 있었다지난해 이후 모두 5명으로… 해고 우려 정신치료 거부도

경향신문 | 박순봉 기자 | 입력 2013.01.22 06:07 | 수정 2013.01.22 08:50

인천교통공사 소속 기관사 최모씨(36)가 지난달 7일 오전 자택인 인천 계양동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도 지난 19일 숨진 서울지하철 기관사 황모씨(40·경향신문 1월21일자 10면 보도)와 마찬가지로 공황장애우울증이 자살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씨 사망 사실이 확인되면서 공황장애를 이유로 지난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열차 기관사들은 5명으로 늘었다. 철도·지하철 당국의 총체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최씨의 부인(32)은 "남편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딸(3)을 안고 '사랑한다'고 말한 뒤 베란다로 나가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직업군인이었던 최씨는 군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고 기관사 자격증을 땄다. 최씨는 2009년 중사로 전역한 뒤 인천지하철공사의 기관사로 취직했다. 이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건강하던 최씨는 기관사 일을 하며 변하기 시작했다. 최씨를 가장 괴롭히던 것은 '언젠가 사람이 선로로 뛰어내릴지 모른다'는 공포심이었다. 부인은 "남편이 '현장에서는 열차 운전을 정년까지 하면 한 번은 사람을 반드시 치게 된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하며 열차가 역에 진입하는 순간을 항상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점차 술에 의존하게 됐다고 한다.

최씨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것은 2011년에 근무성적 하위 30%에 해당돼 회사로부터 집중관리대상 통보를 받은 뒤였다. 최씨는 늘 '회사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때부터 최씨는 두통약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술에 취해 잠드는 일도 많았다. 외출도 하지 않았고 가족들도 보려고 하지 않았다. 집에 있을 때는 비어 있는 방에서 혼자 생활했다.

부인은 "남편이 밥도 혼자 먹고, 잠도 혼자 잤고, 아이도 보려 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부부 갈등도 시작됐다"고 말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심해져 정상적 생활이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지만 최씨는 치료를 받지 않았다.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 내근 부서로 옮겨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부인은 "남편은 '기관사 출신이 자기 분야가 아닌 내근으로 옮기면 1~2년 내에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부인이 병원으로 데려가려 해도 최씨는 끝내 거절했다. 최씨는 "회사에 알려지면 다시는 열차를 탈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최씨 부인은 "남편이 기관사 일을 하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갔다"며 "스스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돈은 벌어야 하고 치료는 받을 수 없는 현실이 남편을 힘들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 정기 검진을 제대로 했다면 남편을 내근을 시키든 퇴사를 시키든 병원에 갈 수 있게 해 목숨만은 살렸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인천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최씨의 죽음에 대해 "가정불화가 주원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