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주기/청소년

가출 청소년, 성매매 늪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맑은샘77 2012. 11. 29. 20:45

가출 청소년, 성매매 늪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폭력 시달리다 무작정 가출→ 생계비 마련위해 성매매
씀씀이 커져 다시 성매매… 전문가 “악순환 고리 끊어야”
세계일보 | 입력 2012.11.29 20:16 | 수정 2012.11.29 20:35

[세계일보]

성매매 여성 A(21)씨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지옥' 그 자체였다. '주워온 아이가 아니냐'고 수십 번을 스스로 물어볼 정도로 어머니에게 자주 폭행을 당했다. 친모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폭력적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머리채를 잡히기 일쑤였고, 흉기에 찔릴 뻔한 적도 있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중학교 때 가출했다. 그러고는 곧 생존을 위해 성매매에 나섰다. A씨는 "돌이켜 보면 성매매에 빠지게 된 과정에서 어머니의 폭력이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성매매 늪에 빠진 가출 청소년 가운데 상당수가 가정폭력 등 가정불화를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정폭력을 못 견뎌 가출하고, 결국 성매매에 빠지는 패턴이 구조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청소년 성매매의 근본 원인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가정에 있지만, 해체된 가정을 복구하는 대책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이 같은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성매매여성 자활지원센터인 서울시 '다시 함께 상담센터' 자료에 따르면 최근 성매매 여성 78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담에서 55%가 가정폭력을 당했고, 44%는 주 3회 이상 구타·언어폭력·방임 등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경험 시기도 취학 전이 30%, 초등학교가 49%로 대부분 어린 시절이었다.

가정폭력을 견디다못해 집을 뛰쳐나간 여성 청소년들이 결국 음식과 주거지 마련을 위해 성매매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경성대 교육대학원 석사논문으로 제출된 '청소년 성매매의 상습화 과정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를 보면 이들 가출 청소년들은 일정한 패턴에 따라 성매매에 빠져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대부분 '가정불화→가출→생계비 부족→성매매→씀씀이 상승에 따른 성매매 상습화' 과정을 거친다. 즉 가정폭력을 벗어나려고 집을 무작정 나서다 보니 돈이 부족하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제한돼 성매매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나 또래 친구와의 접점도 사라져 도움의 손길을 건넬 주변인들과도 멀어지게 된다.

한 성매매 여성은 "어릴 때 기억이라고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린 것밖에 없다"면서 "빨리 집에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가출했고, 결국 성매매에 나섰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성매매 여성도 "어머니가 집을 가출한 뒤 홀로 남은 아버지에게 형제들이 많은 폭행을 당했다"면서 "결국 견디지 못하고 중학생 때 집을 뛰쳐나왔는데, 할 것이라곤 성매매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김은녕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장은 "성매매에 빠져드는 가출 청소년들은 심각한 가정폭력이나 방임을 겪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청소년 성매매로 이어지는 가정폭력은 경제적 빈곤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면서 "폭력가정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늘리고 부모교육을 통해 자녀와의 관계 회복을 돕는 것도 해법"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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