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주기/중년

정신건강 지키는 법 -마흔의 마음은 왜 이다지도 아픈가

맑은샘77 2012. 11. 6. 20:59

정신건강 지키는 법

마흔의 마음은 왜 이다지도 아픈가

행복이가득한집 | 입력 2012.11.0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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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기의 여자란 사춘기 때와 얼마나 비슷한가? 똑같은 기다림, 똑같은 욕망 그러나 여름으로 가는 대신 겨울로 가고 있다." 프랑스의 여성 작가 아니 에르노의 책에 나오는 문장이다. '여름으로 가는 대신 겨울로'라는 말에 담긴 뉘앙스가 쓸쓸하다. 나 역시 중년기에 접어들면서 그 비슷한 쓸쓸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동안 나는 잘 살아온 걸까? 도대체 나는 삶에서 무엇을 추구한 것일까?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떤가? 이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던 탓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이 들어가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마도 단지 젊기에 가질 수밖에 없었던 치기 어린 욕구들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중년에 찾아오는 마음의 병

사실 중년기는 그와 같은 자기 점검을 촉매로 해서 사회적으로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때이기도하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중년기에 찾아오는 다음과 같은 정신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울 장애

흔히 주부 우울증으로 부르는 중년기 여성의 우울증이 같은 시기 남성의 경우보다 높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활발하게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병원을 찾거나 자기 문제를 드러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남성의 경우에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두려워하기 때문에 상태가 심각해지기 전에는 병원을 찾지 않으며 우울증이 알코올중독, 도박 등의 다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편 여성은 임신과 출산 등으로 신체적 호르몬의 변화, 여성으로 살아가기 힘든 사회 문화적 요소, 학습된 무력감 등이 우울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불안 장애

지나친 불안이나 걱정이 6개월 이상 이어지며, 안절부절못하고 벼랑에 선 느낌이나 긴장감, 쉽게 피로하며 집중하기 어렵고 마음이 허한 것 같음, 쉽게 짜증 남, 근육 긴장감, 불면증 등의 증상이 지속될 때 불안 장애라고 진단할 수 있다. 사십 대 이후에 특히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중년기 특유의 정신적 위기감 때문이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 마치 죽을 것 같은 공포심을 느끼면서 두근거림, 땀 흘림, 몸 떨림이나 흔들림, 숨이 막히는 느낌, 질식감, 흉통, 오심 또는 복부 불쾌감, 현기증, 비현실감, 통제력을 잃거나 미칠 것 같은 두려움 등을 느낄 때는 공황 장애로 진단한다.

신체화 장애

정신적 갈등이 신체적 문제로 나타나는 경우로 여성이 남성보다 5~20배 더 많다. 의학적으로는 문제없으나 본인은 신체적으로 적어도 네 군데 다른 부위나 네 가지 기능에 통증을 느끼고 오심ㆍ구토ㆍ설사 같은 위장관계의 증상, 성적 증상, 신경 계통의 이상 통증을 느낄 때 신체화 장애로 진단한다.

망상 장애

성 학자들은 노년기까지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는 청년기보다 중년기에 극치감을 느낄 능력이 증가하고 젊었을 때보다 더 성생활을 즐기고 싶어 한다고 한다. 그러나 부부간의 불화, 외모의 변화나 신체적 변화로 인한 자존심 손상 등으로 성생활이 불만스러울 때 일시적으로 의부증 같은 망상 장애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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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


화병은 문화 관련 증후군으로 세계정신의학회에 등록된 우리나라 고유의 정신적 질환이다. 마음에 맺힌 울분이 흔히 열과 관련된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화병이라고 진단한다. 정신의학적으로는 우울증, 불안 장애, 신체화 장애 등이 혼합된 형태로 나타난다. 흔히 목과 가슴에 뜨거운 덩어리가 뭉쳐 있고 답답하며 정신없고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고, 더워서 못 견뎌 겨울에도 창문을 열고 지내야 한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시부모와의 갈등, 억압된 부부 문제, 경제적 문제 등으로 속상함, 억울함, 분함, 증오, 절망 등의 감정이 합쳐져서 나타난다. 흥미로운 것은 이 화병을 호소하는 중년기 여성이 과거보다 줄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과거보다는 자신의 힘든 것을 억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변화 때문이 아닌가 싶다.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많은 여성이 중년기에 접어들면 앞에서 말한 증상을 한두 가지씩은 경험한다. 하지만 대개는 그것을 잘 극복하고 이전보다 더 풍요롭게 보내고자 노력한다. 상담하면서도 중년의 위기를 오히려 더 높은 정신적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여성을 많이 보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진정한 자기애를 찾는다

이 세상에서 나라는 사람은 유일무이한 존재다. 그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성장,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도 나뿐이다. 따라서 그동안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노력했다면 그 결과를 토대로 이제부터는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아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발휘하지 못하고 묻어둔 잠재력이 무엇인지도 찾아보고 그것을 꽃피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이 시점에 충실한다

중년기에는 자신도 모르게 과거에 대한 회한이나 집착,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크게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잠재 능력을 발휘해 성취감을 이루기 어렵다.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관계에서 수용 능력을 향상시킨다

젊은 시절에는 아직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므로 누군가를 수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중년에 이르면 어느 정도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면 자녀나 주위 사람에 대해서도 지나친 기대를 갖지 않으므로 독립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스트레스를 이기는 힘을 기른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중년기에는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힘을 키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면에서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이겨 내기 위해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열심히 운동하자. 그게 쉬운 일이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어찌 됐든 스트레스에 지지 않으려면 이 네 가지만은 꼭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물론 정신적 위기로 힘들 때는 혼자서 억지로 삭이기보다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국 작가 마크 해먼은 "세상 그 어떤 일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문하는 태도, 그것이 사라지는 순간 사람들은 늙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기심과 열정을 잃지 않고 중년기를 잘 보내기 위해서는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에 자신을 가두지 말아야 한다. 마음에 활력을 유지하기만 한다면 어떤 일을 하든 나이가 문제 되진 않는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심리 학자들은 내 마음속 어린아이에게 비로소 자리를 내주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정신의학자 융은 "모든 어른의 인생에는 영원한 어린 아이가 숨어 있다. 성장이 늘 현재 진행형이며 그러면서도 결코 완성되지 않는. 끝없이 보살펴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교육시켜줄 것을 원하는 어린아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 어린아이에게 자리를 내줄 때 비로소 중년의 억압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게 융의 주장이다. 나아가 어린아이의 특성인 상상력과 호기심, 장난기와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스스로를 독려할 때 훨씬 풍성한 중년기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중년 이후의 삶에서 내 안의 어린아이를 홀대하지는 말자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허무와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생기발랄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더 이상 남의 시선에 마음 쓰지 않음으로써 자신만의 가치관대로 살아갈 힘을 기를 필요가 있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세상엔 많다. 그들이 행복해 보이는 건 단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란 말이 있다. 내 곁을 스쳐 지나간 누군가도 어쩌면 나의 어느 한때를 보고 나를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 과연 내가 진짜 행복했는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남의 시선, 남의 생각이 아니다.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많은 것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체성의 문제이고 올바른 정체성은 내가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데서 출발한다. 적어도 마흔이 시작되는 나이라면 그와 같은 정체성을 갖고 온전히 내 인생의 주인이 되고자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래야 훗날 진짜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어린 아이와 같은 호기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좀 더 당당하게 노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므로. 내게도 그런 축복이 찾아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자/에디터 : 최혜경, 신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