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러스트 헬스조선DB
Case 1 외출할 때 몇 번씩 집에 들락날락해요
외출길에 나선 주부 김모(38·대전광역시 유성구)씨는 몇 번이고 집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가스불은 껐는지, 화장실 물은 내렸는지, 문 단속은 제대로 했는지 가물가물하기 때문이다. 잘 챙겨서 나온다고 해도 막상 나와 보면 휴대전화, 지갑 등 챙기지 못한 물건이 하나둘이 아니다.
주부들의 건망증 상황은 이밖에도 부지기수다. 혹시 벌써 치매가 오는 건 아닌지, 남편의 잔소리에 시달리는 주부들은 우울하다. 건망증은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정도 차이다. 특히 주부들은 단순한 가사노동의 반복, 만성 스트레스와 피로, 출산과 폐경기 호르몬 변화 등으로 건망증 현상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병원을 찾는 주부들은 아이를 하나둘 낳을 때마다 건망증이 심해진다고 호소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기억장애와 관계 있기 때문이다.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호르몬 변화뿐 아니다. 출산 뒤에는 몸과 마음이 지쳐 있고, 또 폐경기 여성은 자신이 늙어 간다는 불안감, 여성성 상실에 대한 스트레스 등 중압감에 시달린다. 이런 심리적 요인들이 원인이 돼, 호르몬 변화로 건망증이 생기는 것이다. 건망증 현상은 감당하기 어려운 심리적 고통과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원인을 찾아 해결하면 건망증 회복에 도움이 된다.
건망증과 초기 치매 증상을 확실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기억력이 감퇴된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치매, 의식하는 것은 건망증이다. 건망증이 모두 치매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기억장애가 반복적이고, 다시 생각나지 않는 부분이 종종 생기면서 가족 구성원 간 또는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면 치매를 의심해 보고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Case 2 술만 마시면 ‘필름’이 끊겨요
출근하려고 일어났는데, 평소 보던 아침 풍경이 아니다. ‘여긴 어디지? 어제 어떻게 된 거지?’, 당황스럽다. ‘아 맞다, 어제 회식….’ 2차로 옮긴 이후 기억이 안 난다. 실수는 하지 않았는지 겁이 난다. 머리를 쥐어짜는 순간, ‘잘 잤어?’ 하는 회사 동료의 목소리가 들린다.
알코올은 위와 소장에서 흡수된 뒤 혈액을 타고 간으로 들어가 최종 처리되는 과정을 밟는다. 그러나 간의 처리 용량보다 많은 알코올이 몸속에 들어오면 알코올은 핏줄을 타고 뇌와 다른 장기로 파고든다. 특히 뇌에는 다른 신체기관보다 많은 혈액이 공급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영향을 끼친다.
알코올은 뇌세포를 직접 파괴하지는 않지만 신경세포 막을 무너뜨리며, 신경세포의 신호전달 시스템을 교란시킨다. 신경세포 간 정보전달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여러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 중 하나가 ‘블랙아웃’이다. 블랙아웃은 술을 마신 뒤 ‘필름이 끊기는 현상’을 지칭하는 의학용어다.
짧은 시간에 빨리 마실수록 잘 발생하는 현상으로 알코올이 대뇌의 해마를 마비시켜 단기기억이 저장되지 않는 증상이다. 뇌의 해마는 기억의 입력과 출력을 관장한다. 지나친 음주로 해마가 마비되면 저장된 정보가 없으니 출력할 정보도 없는 것이다. 블랙아웃은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 문제가 생긴 기억상실증이나 건망증과는 다르다.
20~30대 젊은층이라도 술 마신 뒤 블랙아웃 현상을 자주 경험한다면 50대 이후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블랙아웃이 6개월 안에 2회 이상 되풀이되거나, 10번 술을 마시면 2회 이상 나타난다면 ‘알코올성 치매’로 위험한 상태로 간주한다.
More Tip 건망증과 치매, 어떻게 구분하나?
깜빡 잊는 것은 단순한 건망증일까, 아니면 치매일까? 젊어서 건망증을 보이는 사람은 나이가 들면 치매로 바뀔까? 아니면, 건망증은 치매와 전혀 달라 걱정할 필요 없나? 결론부터 말하면 건망증은 뇌세포 손상에 의해 지적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치매와는 다르다. 뇌기능 영상사진을 찍어 봐도 치매환자의 뇌세포는 상당부분이 죽어 있는 반면, 건망증은 뇌 손상이 없는 정상으로 나타난다.
건망증은 단기기억장애 혹은 뇌의 일시적 검색능력장애로 정의할 수 있다. 시간·공간적인 맥락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고리인 기억현상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개선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치매는 단기기억뿐 아니라 기억력 전체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이다. 아울러 판단력, 언어능력, 작업능력 등도 현격히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