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01 03:07 | 수정 : 2012.06.01 10:06
토막살인 오원춘 "술이 웬수"
초등생 성폭행 김수철 범행 당시 소주·맥주 마셔
성폭행·살인 조두순·김길태 "술 마셔 기억 안난다"
가정폭력 44% 남편이 술 마셨을 때 발생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의 범인 오원춘 집 탁자 위에는 알코올 도수가 38도에 이르는 5L짜리 중국술(白酒)이 4분의 1 정도 마신 상태로 남아있었다. 오원춘은 경찰에게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여자 생각이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2010년 초등학생 A양을 학교에서 납치한 뒤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김수철도 범행 당시 캔맥주 1개와 소주 1병, 맥주 2병을 마신 상태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맥주를 마시면 성욕을 느낀다"며 "술에 취해 경황이 없었다. 술이 '웬수'"라고 말했다.
조두순과 김길태는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변명처럼 말해 공분(公憤)을 사기도 했다. 2008년 등교하던 나영(가명·당시 8세)이를 근처 교회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한 조두순은 조사과정에서 "술 때문에 전혀 기억이 없다"면서 술 탓만 했다. 2010년 부산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는 "평소 주량은 소주 1병인데 범행 당시에는 소주 3~4병을 마셨다"며 "술에 취해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피해자가 죽어 있었다"고 말했다.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 유형별 술 취한 범죄자 비율을 보면 흉악범죄나 폭력 범죄가 기타 및 전체 범죄의 비율보다 2~3배가량 높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술이 강력범죄를 유발한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술에 취해 돌아다니도록 허용하는 우리 사회의 관대한 술 문화가 음주 범죄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범인들뿐 아니라 평범한 가장들이 휘두르는 가정 폭력도 대부분 술에서 시작된다.
- 토하고… 26일 새벽 서울 강남역 인근 유흥가에서 술에 취한 한 여성이 길거리에 쪼그려 앉아 구토를 하고 있다. 이날 아침이 밝자 강남대로 골목은 구토 자국으로 가득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여성의 전화 송란희 사무처장은 "가정 폭력 문제를 일으키는 남편들은 대개 술을 마셨기 때문에 주먹을 휘두를 뿐만 아니라 폭력 행사에 대한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 또 술을 마신다"며 "술 마시고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잦아지면 결국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두르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폭력이 도를 넘어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며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도 있다.
- 싸우고… 26일 새벽 0시10분쯤 서울 강남대로의 한 클럽 앞에서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 2명이 술에 취해 길바닥에 뒤엉킨 채 싸우고 있다. 행인들 중 이들의 싸움을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이준우 기자 rainracer@chosun.com
고려대 사회학과 김문조 교수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사람들은 뒤집어 말하면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그런 일(범죄)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라며 "자제력을 잃을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상당수의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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