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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하우스, Full Notch 통나무집은....."집" 이다

맑은샘77 2012. 1. 20. 20:07

로그하우스, Full Notch 통나무집은....."집" 이다 [2]

토지사랑 (loh0***)님 작성글 전체보기 추천 6 | 조회 3736 | 2012.01.19 08:42

“집”(원제 : 6000Years of Housing)이라는 다소 두꺼운 책이 있다.

인류 주거의 역사에 대한 “백과사전적인 대기록”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 책의 한국어판 발간 추천사중에 이런 글귀가 보인다.


“주거의 역사는 생명의 역사이고, 보금자리의 역사이며 진화의 역사이다”

과연 그렇다. 이점에 대해서 더 이상 무슨 긴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집” 의 역사는 유구하며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 발전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의 귀틀집과 유사한 모양을 하고 있는 이 집은 나이가 얼마나 되었을까?

비바람과 자외선에 노출된 채 외부는 몹시 상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불그스레한

나무 색깔과 손때로 반질반질한 나무의 질감이 아직도 살아있어 매우 안온하다.

이 집을 처음 지었을 때 나무 사이의 틈에는 석회를 섞은 흙으로 메웠을 것인데

수축과 풍화작용을 겪으면서 조금씩 갈라지고 틈이 벌어지면 다시 반죽하며

메우기를 수차례, 아니 수십 차례 했을지도 모르겠다. 큼지막한 벽난로가 있는

거실과 주방 바닥은 몇 번 수리를 했을 것이고 지붕재도 몇 차례 바꿨으리라.

그러나 벽체와 지붕 골격은 처음 그대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니

새로 바꾼 문틀의 고운 때깔은 더욱 빛나는구나.

다른 방식의 많은 집들이 그랬듯이 통나무집도 초기에는 한정된 도구와 그야말로

초보적인 기술로 지은 ‘오두막(cabin)' 규모였을 것이나 그 시대에는 썩 살만한

그런 수준의 집이었으리라. 이후 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도구와 기술, 축조방식이

개선되었고 여전히 주거방식의 한 형태로(북미에서는 저택 규모로 많이 지어진다)

계승 발전하고 있다. 통나무집, Log House 다시 말해 “집” 이라는 말이다.

지난주에는 먼 남쪽에서 전화가 왔다. 조만간 풀나치통나무집을 지을 계획이라며

작심한 듯 “또 한 가지” 를 외치면서 한참동안 이런 저런 궁금증을 물어오셨는데

주변에서 풀나치통나무집은 ‘가정집으로 적합하지 않다’ 고 태클을 거는가 하면

자신도 언젠가 통나무집에서 한번 자 봤는데 추워서 혼난 적이 있다는 말씀이시다.

왜들 이러시나.....? “대략 남감” 하니 “신고” 나 할까보다.


이거 참 거시기해서.....다시 한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는데

풀나치통나무집은 거주하기위한 주택, 즉 “집” 으로 발전되어 왔으며 현재도

그리고 미래에도 “집” 이다. 그밖에 집이 아닌 다른 건물들 즉 앞으로 내가 할 일의

범위로 삼고 있는 성당/교회 등 종교시설과 업무(사무)용 복합 공간, 교육시설 등

“다중이용건축물” 은 통나무집의 축조원리와 기술 및 법식을 응용하여 짓는 것이며

흔히 예로 드는 레스토랑이나 음식점 또는 펜션 따위는 당연히 "전원주택"의 범주에

포함될 뿐이다.

“집” 으로서 마땅히 기능하지 못하는 건축공법을 어디에 쓴단 말인가?

미국이나 캐나다 일본 북유럽 등 외국에서는 당연한 로그하우스가 왜 한국에서는

“집” 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졌을까?


우리에게는 통나무란 고유의 말이 있고 전통가옥 중 로그하우스의 칭크스타일과

비슷한 귀틀집이 있다. 이 바탕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백마의 화사랑을 필두로 한

전원카페, 음식점 붐은 토속적이고 자연적인 느낌을 준다고 ‘통나무집’ 을 전가의

보도처럼 마구 휘둘렀던 것인데 이후로 난립한 ‘이름만’ ‘무늬만’ 통나무집들은

박피도 하지 않은 채 고급 목공기술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소위 “꺽쇠 공법” 으로

마구 지어진 조잡한 형태로 유럽과 북미에서 수백년의 세월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해온 로그하우스와는 질적으로 비교의 대상이 아님에도 해당 업소의 주인들이나

그 ‘꺽쇠통나무집’ 을 맡아지은 사람들이 얼마나 미려한 화술로 현혹했으면

아직까지도 통나무집을 그런 오두막, 막집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이건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데

로그하우스의 기술을 배우기는 했지만 이후 충분한 경험을 통해 기술적인 능력과

안목을 갖추지 않아 아직 규모의 풀나치통나무집을, 그것도 남의 집을 지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지어진 집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자기 집을 지었을 뿐인 것을 통나무건축사업의 바탕으로 삼는 경우도 있었으니.....

한편 90년대 중반 국내에 축적된 로그빌더 층이 아주 얇았을 때는 캐나다 등지에서

기술자를 수입(?)해서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이런 현상은 어쩌면 새로운 기술의

도입초기에 발생하는 시행착오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완전 밀폐되어 건조하고 갑갑할 정도인 아파트에서 한겨울에도 빤쯔 차림으로

지냈던 기억에 익숙한 인식으로 보자면 전원주택, 그중에서도 생태적인 재료로

지어진 집들은 상쾌해서 오히려 선선한 느낌마저 있으며 정밀시공을 한다 해도

아주 미세한 틈이 생길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건강에는 좋아도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불편이 없는 정도만 허용되는 것이지 전화한 분의 말씀대로

바닥은 뜨거운데 추워서 덜덜 떨었다는 게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시공 오류이다.

잘못 지었다는 말이다.


가끔 한정된 지역의 건축조례 중에 “재료의 ‘물성’ 을 드러낼 것” 을 주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경기도 파주의 “해이리 예술인마을” 이 그렇다. 해서 그 마을의 집이나

여타 건물들은 거의 모두가 그냥 ‘노출철콘’ 이거나 아니면 ‘녹슬게 만든 철판’ 을 덧 댄

‘노출철콘건물들’ 이다. 게다가 평지붕조건이 포함되어 애초에 다른 종류의 건축물이

들어설 수 없는 조건이었는데 사실 이 ‘노출철콘공법’ 은 다수의 건축사들이 자신들의

“예술적 욕구” 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가장 폭넓게 활용한다.

건축재료 자체의 성질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물성” 을 드러내는 기법은 쉽지 않아서

철콘주택의 내력 골격이자 그 자체가 최종적인 외부마감이 되는 ‘노출철콘 벽면’ 을

얼마나 정확하고 매끄럽게 잘 뽑아내느냐에 따라서 (물론 이런 경우 설계자가 간여를

하겠지만) 속칭 ‘철콘 오야지’ 의 실력이 판가름 난다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흙집도 통나무토막을 섞어 둥글게 쌓는 방법이 가장 널리 알려진 ‘막흙집짓기’ 이고

그다음은 흙벽돌을 쌓는 방법, 그리고 옹벽 방식으로 흙벽을 다지는 “토담집짓기”가

품도 많이 들뿐만 아니라 가장 어렵다고 한다.



통나무집은 어떤가?

통나무집 중 통나무집이라 할 풀나치타입은 통나무를 차곡차곡 쌓은 벽이(Log Wall)

내력골격이자 그 자체가 외장 및 내장의 최종마감이니 재료의 물성이 건물 내 외부에

그대로 드러나는 수준 높은 공법이다. 이는 하중을 지지할 벽체의 구조적인 배치나

내 외장마감의 기능적, 미적측면 어느 것 하나도 결코 소홀이 할 수 없음을 의미하며

그리 간단치 않은 가공기술력과 안목이 필요하리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통나무건축게시판 3번에서 작업과정을 어느 정도 설명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Full Notch 통나무 골조를 한단(Round)씩 쌓아올릴 때마다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 정리해 보자.

먼저 필링과 센딩을 거친 원목 중에서 각각의 위치에 알맞은 나무를 고른 다음

나무의 휨이나 요철을 고려해서 면(Face)을 결정하고 정해진 위치에 가고정한다.

필요한 만큼 1차 Scribe와 Cutting을 한 후 다시 세팅을 하는데 면적 전체의

각(Square)이 틀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여러 가지 필요한 점검을 한다.


세팅이 끝나면 나무의 굵기와 전체높이를 고려해서 "내려 앉힐" 폭을 정한다음

정밀하게 Groove와 Notch Scribing을 하는데, 이 작업과정이 가장 중요한 만큼

실수가 없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여 재작업을 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진행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부재를 작업대로 옮겨 다시 한번 확인을 하고 가공해 나가는데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이 정확하게 가공이 되어야 완공 후 세틀링이 되는 과정에서

또 그 이후에도 수축과 압력으로 인해 빈틈없이 꽉 조여지는 것이다.

나치가 잘못 만들어지면 그루브 부위에 틈이 생기고 그루브가 불량하면 나치가

뜨는 현상이 생기는데, 풀나치통나무집의 하자발생여부는 이 작업과정에 달려있다.

(나치와 그루브는 물론 스카프(Scarf)가공도 보다 개선된 기술을 적용한다)


가공이 끝나면 다시 원래의 위치에 정확하게 세팅을 하여 오류여부를 진단하고

다음단계 진행을 위한 준비를 하는데 높아질수록 점점 더 어렵고 복잡해진다.

(나머지 과정은 역시 통나무건축게시판 3번을 참고 하시라) 이렇게 작업과정을

설명하는 이유는 풀나치통나무집의 축조에는 고도의 기술력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해서다.



전에도 한번 말씀드린 바 있듯이 통나무작업을 접하는 초기에는 이 풀나치타입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포스트&빔은 익숙하지 않은 복잡한 치수가 적힌

디테일을 보는 것도 두렵고 여러 가지 접합을 위한 작도와 가공작업이 쉽지 않다.

게다가 항상 직각과 직선을 예민하게 주시해야 하는 탓인지 피곤하기까지 한 반면에

나치스타일은 복잡한 디테일과 그에 따르는 작도가 필요 없고 컴퍼스같이 생긴

스크라이버로 그리는데 이게 자유곡선이라 틀려도 당장은 표시가 덜 나기 때문에

가공하는 긴장감도 훨씬 덜하지.....허나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 직선보다는 곡선이,

정형보다는 비정형 작업이 더 어려운 법, 이는 지켜야 할 규정이 많은 상황보다

최소의 규정으로 같은 성과를 이루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이치와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Full Notch 통나무집은 건조되지 않은 원목사용을 전제로 미래에 발생할

수축과 그로 인한 불균등침하(Settling)에 대처하는 차원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 데로 제작 전 과정에서 Builder나 Worker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포스트&빔 통나무작업이 시간이 흐를수록 쉬워지는 경우라면

풀나치통나무집은 경험이 쌓일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 이는 작업 자체가

비정형을 다루는 일이어서 완성도의 기준이 그만큼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풀나치통나무집은 누구나 시도해 볼 수는 있지만

아무나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전에 비해 빌더나 워커 층이

두터워졌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규모의 풀나치통나무집 작업을 제대로 이끌 수

있는 빌더는 그리 많지 않다.


오늘날 철콘집이 수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넓게 받아들지는 까닭은

왠지 ‘튼튼할 것 같은’ 반복 학습된 강력한 고정관념이 먹혀들어가 있고 거푸집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서 옥상을 만들 수 있는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는 점 말고

더 다른 장점은 없다. 이에 비하면 Full Notch통나무집은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이 가장 적은 건축방식임에도 가끔 만나게 되는 황당한 집들, “이건 아니잖아”

할만한 집들을 볼 때, 그리고 “풀나치 스타일은 가정집으로 좋지 않다고 주위에서들

그러는데 사실인가?" 하는 질문을 받을 경우 맥이 좀 풀린다. 하지만 나는야 전도사!


정리하자면 Log House 즉 풀나치통나무집은 거주하기위한 “집” 으로 고안되었고

개선을 통해 발전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통나무집의 “장점” 을 모두 가지고 있는

Full Notch통나무집이 ‘가정집’ 으로 적합하지 않을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풀나치통나무집은.....“집” 이다.

그리고 “집” 일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날 것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 살아나는.....

출처 행복한집짓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