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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병 "괴롭다, 죽고 싶다"… 해병대 왕따 문화가 참사 불렀다

맑은샘77 2011. 7. 6. 15:43

김 상병 "괴롭다, 죽고 싶다"… 해병대 왕따 문화가 참사 불렀다

입력 : 2011.07.06 03:06

출처=조선일보DB

총기난사 낳은 악습
기수열외 병사에 “이제부터 해병대 아니니 선후배 대접 않겠다”, 후임이 “야!…” 반말

'X같은 놈들아, 장○○(소속대 이병) XX야, 기수 열외시켜봐. XX야, 다음 생애는 이런 X같은 데서 안 태어난다. XX들아. 엄마 미안.'

이번 해병대 총기 난사사건을 일으킨 김민찬 상병은 복무 중 작성한 메모에 이렇게 썼다. 그는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이른바 '기수 열외'의 피해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필담(筆談) 조사에서도 '너무 괴롭다. 죽고 싶다. 구타·왕따·기수 열외가 없어져야 한다'고 적었다. '기수 열외'는 특정 병사에 대해 "해병대가 아니니 선·후배 대접하지 않겠다"고 집단으로 따돌리는 것이다.

최근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해병대 소속이라 밝힌 ○○○ 일병의 하소연이 올라왔다. 그는 '부대에 전입해 선임병들에게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고 기수 열외인 선임병에게 반말을 하도록 강요받았다'고 했다. 이를 거부하자 선임병들은 그를 '기수 열외'시켰고, 그 결과 후임병들이 "야 너 전화 왔다", "너 밥 먹고 전산실로 오래"는 등 반말로 일관했다고 한다. 후임병이 관물함을 뒤지고, 마르지 않은 빨래를 멋대로 걷어다 던져놓았으며, 담배나 부식을 훔쳐가는 등 조직적으로 '왕따'를 당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월 해병대 가혹행위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수 열외'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해병대 관계자는 "혹시 병사들 사이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 그런 용어는 없다"고 말했다. 고(故) 권승혁 상병 유가족도 "기수 열외는 완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일부 해병 부대에는 '악기바리'라 해서 선임 기수와 조리 식단 메뉴를 외우지 못하면 빵 5개를 10분 내에 먹으라고 시키고, 못하면 손바닥과 주먹으로 뺨과 얼굴을 수차례 때리는 악습도 있었다. 군기가 빠졌다는 이유로 ▲이층 침상에 매달리게 한 뒤 배나 가슴을 때리고 ▲손바닥과 주먹, 슬리퍼 등으로 뺨을 때리기도 했다.

해병대 고유의 야간 점호를 뜻하는 '순검(巡檢)'도 도마에 올랐다. '순검'은 야간 점호와 비슷하지만 지적사항이 나오면 땅에 머리를 박게 하거나 완전 군장으로 연병장을 도는 등 강한 처벌을 내리는 게 특징이다.

스냅샷 [Snapshot] 김 상병 "괴롭다, 죽고 싶다"… 해병대 왕따 문화가 참사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