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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유머 '잘쓰면 필살기, 못쓰면 살생부'

맑은샘77 2011. 6. 18. 10:30

직장 유머 '잘쓰면 필살기, 못쓰면 살생부'

  •  입력 : 2011.06.17 03:10 / 수정 : 2011.06.17 10:48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소통의 '윤활유' 되는 유머의 기술]
회의때 유머로 시작하면 '본론' 꺼내기 수월
유머는 때와 장소, 맺고 끊는 타이밍이 중요
자칫 '웃자고 한 얘기'로 곤욕 치를 수 있어…
웃길 자신 없으면 잘 웃어주는데서 시작을

"오늘따라 머리가 더 반짝거리는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그쪽은 오늘 유난히 셔츠가 꽉 끼어 보이는데요?"

얼마 전 한 외국계 금융회사의 회의시간. 발표자가 일어서자 친한 동료가 그의 벗겨진 이마를 두고 농담을 했다. 발표자는 상대의 육중한 체구를 가지고 능청스럽게 받아넘겼다. 한바탕 웃고 난 직원들은 유쾌한 분위기로 회의를 마쳤다. 이 회사에서 최근 국내 금융사로 이직한 이모(35)씨는 "외국인 직원들은 회의나 발표처럼 딱딱한 자리에서도 자연스러운 유머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곤 했다"며 "반면 공식적인 자리일수록 격식을 따지는 지금 회사에서는 이런 장면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유머 감각이 화제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실망했다"고 말한 배우 맷 데이먼에 대해 "나도 그의 새 영화 '컨트롤러'를 보고 실망했다"고 받아친 것. 비판을 웃음으로 피해간 사례다. 언성을 높여 상대를 몰아세우기 일쑤인 한국 정치인들에게서는 기대하기 힘든 광경이다. 웃음에 인색한 건 사람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도 마찬가지다. 잘 활용하면 의사소통의 윤활유이자 직장생활 성공의 '필살기'가 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상사·동료의 '살생부'에 오르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 유머. 가장 효과적인 유머의 기술은 과연 뭘까.

유머, 소통의 시작

대기업 부장 조모(45)씨는 얼마 전 팀 회식 때 너무 취해 인사불성이 됐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골목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의 배 위엔 이런 메모가 놓여 있었다. '밟지 마시오.' 알고 보니 새벽에 자신을 집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 몇 시간을 노력하다 포기한 부하 직원이 하는 수 없이 붙여 둔 것이었다. 조씨는 "무안했지만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대기업 부장 장모(43)씨는 얼마 전 판매 실적이 부진해 상사로부터 질책을 들었다. 화가 난 그는 팀원들을 모두 '집합'시켰다. "팀이 계속 지면 감독이 선수들을 퇴출시키는데, 이쯤 되면 당신들도 다 바꿔야 하는 것 아냐?" 침묵을 깨고 팀원 하나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런 경우엔 보통 감독을 경질하는데요." 장 부장은 "따끔하게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지는 바람에 그러질 못했다"면서 "괜히 팀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것보다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40여년간 '금융계 재담가'로 통했던 김진범 전 한아름종합금융 사장은 "유머는 소통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최근 두 번째 유머집을 펴낸 그는 "고객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도 우스갯소리를 몇 번 하고 나면 '본론'으로 들어가기가 훨씬 쉬웠다"며 "회사에서 회의할 때 분위기를 풀어주면 후배들이 자기 의견을 편하게 얘기하곤 했다"고 했다.

잘못 구사하면 오히려 역효과

유머는 소통을 원활하게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면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의류회사 정모(36) 팀장은 신참 시절 아찔한 기억이 있다. 오후에 사무실을 '순시'하며 "열심히들 하고 있나" 하고 묻는 임원 앞에서 "좋아, 가는 거예요!" 하고 외친 것. 당시 인기를 얻기 시작하던 방송인 노홍철을 흉내 낸 것이었다. 분위기를 띄워보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팀장의 질책이었다. "저분이 네 친구냐?"

맺고 끊는 타이밍을 못 잡는 경우도 있다. 패션회사 이모(32) 대리는 월요일 오전 회의 때마다 전날 본 '개그콘서트' 대사를 곧잘 흉내 낸다. 최근 회의에서 팀원들의 호응에 맞춰 계속 유머를 구사하던 그는 결국 팀장에게 한마디 들었다. "적당히 좀 하지, 회사가 무슨 놀이터야?"

'웃자고 한 얘기'로 곤혹스러워지기도 한다. 유통회사 조모(34) 과장은 최근 사무실에서 배가 고프다며 간식을 열심히 집어 먹던 여자 후배에게 "징하다 징해"라고 한마디 했다가 진땀을 뺐다. 얼굴색이 완전히 변한 후배를 겨우 달랜 그는 "평소 친했기 때문에 그 정도는 괜찮을 줄 알았다"며 "그 뒤로는 여자 동료 앞에선 어지간하면 농담을 안 한다"고 했다.

'액션'보다 '리액션'이 효과적

대기업 CEO, 정치인들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치는 스피치 강사 김미경씨는 "'액션(행동)'보다 '리액션(반응)'이 유머를 구사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했다. "재밌는 얘기 해줄게"라고 말해버리면 어지간히 웃긴 얘기가 아니고서는 상대를 실망시키기 십상이다. 그보다는 상대의 말을 적절히 받아넘겨 웃음을 끌어내라는 것이다.

김씨는 방송인 유재석을 예로 들었다. 연말 시상식 자리에서 "유재석씨는 대상은 못 탄다"고 빈정대는 박명수에 대해 "박명수씨의 수상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치켜세운 뒤 "'그 어느 때보다도'라는 건 지금까지는 후보에도 못 올랐기 때문"이라고 슬쩍 덧붙이는 유재석의 말에서 웃음이 나온다는 것이다.

김진범 전 사장은 "상대의 말을 잘 듣고 관심사를 파악해야 웃음의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며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을 웃길 자신이 없다면 잘 웃어주는 데서 시작하라"는 얘기다. 상대의 우스갯소리를 이미 들어본 적이 있다고 해서 "그거 다 아는 얘긴데…"라고 말해버리거나 '어디 한번 웃겨봐라. 내가 웃나' 하는 식의 딱딱한 태도를 취하는 건 0점짜리 유머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자료사진)/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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