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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일약국 갑시다2

맑은샘77 2011. 3. 31. 23:38

육일약국 갑시다|

 

남과 다르게, 어제와 다르게

 

베스트 셀러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몇 년 전 ‘육일약국 갑시다’

라는 희한한 제목의 책을 낸 김성오는 원래 약사였다.

지금은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메가스터디의 초.중등부 사장

으로 교육사업에서 새로운 신화를 쓰는 중이다.

 

그가 대학시절 가정교사 자리를 구하러 다니면서

웬만한 집 한 채만한 대문이 즐비하게 늘어선

서울의 성북동 골목을 지나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같은 나라에서 누구는 집도 없이 사는데 여기 사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돈을 벌어 이런 큰 집에서 사는 걸까?

이 정도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틀림없이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약대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600만원의 빚을 얻어

마산에서 가장 싼 변두리 동네에 약국을 냈다. 보증금도 없이

월세만 내는 조건으로 콘크리트 천장에 형광등만 달린 작은 가

게가 26살 청년약사가 제대 40일 만에 마련한 삶의 터전이다.

 

600만원 중 300만원은 약 구입비로, 200만원은 진열장을 짜고

나머지 100만원을 운영자금으로 ‘육일약국’이라는 간판을 걸었

이 이름은 신앙적인 이유로 6일만 영업하겠다는 의미에서

지은 것인데  1980년대 중반, 다른 약국들이 365일 문을 열 때

일요일에 문을 닫는 모험을 선택한 것이다.

 

처음엔 손님이 아무도 오지 않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어떤 손님이 한심하게 보였는지 ‘무슨 대학을 나왔느냐’고 묻

기에  서울대 약대를 졸업했다고 대답하니

‘서울 약대를 나와 이런 데서 개업했냐’며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가끔 모임에서 무슨 일을 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반드시

약국을 ‘경영’한다고 대답했다. 그냥 약국 주인이 되는 것보다

약국 경영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육일약국은 객관적으로 경쟁력이 전혀 없었다.

위치도 좋지 않았고 찾는 약이 없는 경우도 많았으며

갓 제대한 후라 약에 대한 지식도 다른 약국의 약사에 비해

나을 게 없었다. 그는 객관적인 경쟁력이 없으니 주관적인 경

쟁력이라도 갖춰야 했다. 돈을 들이지 않고 당장 실천할 수 있

는 경쟁력은 손님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었다.

손님이 고개를 15도로 숙이면 자신은 30도로 숙였고

60도로 인사하면 90도로 꺾었다.

약을 짓는 동안 손님의 이름을 4~50번은 외어 다음에 올 때는

꼭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줄 것을 다짐했다.

 

또 어렵게 사는 동네라 동네주민들이 수시로 전화를 빌려달라

고 약국에 들렀다. 그래서 일부러 전화선을 조제실에서 5m

도 길게 늘여 손님이 전화를 걸고 받기 쉽도록 만들었다.

 

남들이 하는 것보다 1.5배 친절하고 고객이 기대하는 것보다

1.5배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은 0.9 1.4 사이에 존재하는데 1.5배라는 것은

까치발로 손을 뻗으면 확실히 손에 잡히는 범위 안에 있다고

본 것이다. 1을 기대하고 들어온 사람에게 0.8을 하는 것과

1.5를 하는 것의 차이는 문을 꽝! 닫고 나가느냐, 다시 찾아오

느냐의 차이라고 설명한다.

 

육일약국은 버스에서 내려 언덕길을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

야 하는 오지에 있다. 혼자서 하는 약국을 오래 비울 수가 없어

시내에서 일을 보고 돌아오려면 택시를 타는 경우가 많았는데

문제는 동네에 특별한 랜드마크가 없으니 어디로 가자고 말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루는 용기를 내서 택시를 타자마자 느

닷없이 ‘교방동 육일약국 갑시다’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택시기사가 몰라서 물어보면 이리저리 가르쳐주면 되니까

처음부터 어디로 가자고 자세히 길을 가르쳐주나

일단 육일약국 가자고 큰소리치고 몰라서 물어보면

그 때 가르쳐주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서다.

 

마산 변두리의 4.5평 이름 없는 약국을 ‘경영’하려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생각에 그치면 ‘공상’에 불과하지

만 몸을 움직이면 행동이 된다는 신념으로 시작한 일이다.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 아는 사람들에게도 택시를 타면 그런

식으로 말해 달라고 부탁하고 3년을 그렇게 했다.

 

그는 어느 날 약국에서 가장 먼 창원의 상남동에서 택시를 타

  “육일약국 아세요?”라고 물었다.

그 때 젊은 택시기사가 뒷좌석으로 고개를 돌리며

“마산, 창원에서 택시기사 한 달 하고 육일약국 모르면 간첩입

니다”라고 대꾸하는 게 아닌가!

 

태운 승객이 육일약국 주인인지 모르는 택시기사는

“그 약국이 특별히 약을 잘 짓는지 왜 그렇게 유명한지 모르겠

다”며  실제로 많은 택시기사들이 그 동네에 가면 육일약국이

궁금해 일부러 찾아보곤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오는 약국을 경영하는 데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남과 다르게, 어제와 다르게’

 

사람들 중에는 망할 짓을 남과 다르게 하는 사람이 더 많지만

그는 흥할 짓을 남과 다르게 시작했다.

이왕 할 거면 조금만 더 하는 게 1.5.

그 미묘한 차이를 느끼는 임계점이 곧 ‘고객 감동’이고

그건 ‘이왕이면 그 사람을 찾아가라’ 거나 ‘이왕이면 그 회사에

서 사라’며 입소문을 내는 임계점이기도 하다.

 

‘어제와 다르게’의 어제는 가난했던 그의 어린시절을 뜻하기도

하지만  어제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오늘, 그리고 더 발전된

 내일을 위한 노력을 의미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하루나 사흘 만에는 변화가 없으나

3개월이나 1년이 지나면 조금 차이가 난다.

그의 경험으로는 10년이 지나니까 200배쯤 차이가 났다고 한

.

 

약국을 ‘경영’한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아무 생각 없이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마음 속으로 회사를

‘경영’한다고 다짐하면 훗날 반드시 그렇게 된다.

사장이 되든, 임원이 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