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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0명 전교생 폰번호 저장한 '학생주임'

맑은샘77 2010. 7. 22. 10:40

1,090명 전교생 폰번호 저장한 '학생주임'

노컷뉴스 | 입력 2010.07.22 06:21 | 수정 2010.07.22 07:15

 

[CBS사회부 최인수·김수영·조혜령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오는 2학기부터 모든 학교의 체벌을 전면 금지하기로 한 가운데 이미 '대체 벌'제도를 운영하는 학교들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학교들은 체벌 대신 교사와 함께 등산을 하는 상담제나 벌점을 부여해 봉사활동과 체력단력 등을 실시하고 있다.

◈체벌 대신 도시락 나눠먹으며 교사와 등산

서울 은광여자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윤미영(50.여) 교사는 지난해 동료교사 10명과 함께 청계산을 세 차례 올랐다.

산행에는 교칙을 위반하거나 흡연을 하다 적발돼 벌점이 10점 넘게 쌓인 학생 10여명이 동행했다.

학생들은 산을 오르는 동안 선생님과 1:1로 고민을 나누고, 정상에 오르면 선생님들이 준비한 도시락도 함께 나눠먹는 '혹독달콤한 벌'을 받고 있었다.

은광여고는 지난 2005년부터 '체벌과 폭언이 없는 학교, 아이들 하나하나를 보석같이 대하라'는 슬로건 아래 '체벌 없는 학교'를 만들어왔다.

학생과 교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윤 교사는 "체벌을 하면 아이들의 잘못이 순간적으로 바뀌긴 하겠지만 그 아픔이 가시면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체벌 대신 꾸준히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자기 잘못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하고 책임지게 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라고 평가했다.

2학년인 김영현(16)양은 "체벌은 반항심만 늘게 한다"며 "선생님들이 우리를 존중해주는 느낌 들어 좋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학생들은 "솔직히 수업분위기가 별로인 경우도 있다"며 "경고만 하고 그냥 놔둬버리면 수업시간에 심하게 떠드는 친구도 있다"며 체벌이 필요악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옐로카드 뒤 봉사활동이나 체력단련으로 학생지도

이른바, '학주(학생주임의 줄임말)'로 통하며 악명을 떨치던 교사들도 변신하고 있다.
서울 선정중학교 교사인 윤승재 생활지도부장은 학생들 사이에서 '심판'으로 통한다. 교복을 갖춰 입지 않거나 지각을 하는 등 교칙을 위반한 학생들을 곧바로 체벌하는 대신 옐로카드를 주기 때문이다.

그는 또 '윤 형사'로 불리기도 하는데 학생들로부터 문자메시지를 통해 하루 5~6건의 '고자질 신고'를 받고 있어서다.

윤 부장은 "휴대전화에 1천 90여명의 전교생 연락처가 저장돼 있다"며 "교칙 위반에 대한 메시지부터 학교폭력으로부터 도움을 청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인기일 때는 학생들의 치마 길이가 한꺼번에 짧아진 적이 있었다"면서 "자신이 제일 짧은 치마 입은 줄 알았는데 더 짧게 치마 줄여 입은 친구가 있으면 자존심이 상해 신고를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윤 부장은 제보를 확인한 뒤 교칙 위반 사항이 있으면 역시 1~3점까지 옐로카드를 준다.
이렇게 해서 윤 교사는 두 달에 한 번씩 카드를 합산해 많은 벌점을 받은 학생들을 '푸른교실'에 참여시킨다.

푸른교실에 속한 학생들은 아침 8시부터 20분 동안 교문 앞에서 규칙을 잘 지키자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방과 후에는 1시간동안 운동장에서 체력단련도 받는다.

이 학교는 '학생지도'와 '체력단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것이다.
푸른교실에 참여한 적 있다는 2학년 김모군은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운동을 하는 게 더 낫다"며 "체벌은 남는 것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체벌 없이도 행복한 학교가 가능하다는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appl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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