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남는 게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은 순댓국밥집이지만 그는 ‘한 그릇을 팔면 벽돌 한 장이 생긴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기울인다.
# “서울 외곽에 위치한 2층에서 강이 내려다보이는 고깃집을 찾았다. 17억원에 내놓은 고깃집이지만 현재 주인이 8억원의 대출금액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배짱 좋게 10억원에 내놓으면 당장 사겠다고 말했다.
다만 항시 차가 다니는 도로가 아니고 일부러 찾아와서 식사해야 하는 입지란 점이 아쉽다. 이런 조건은 경기불황에는 취약점이 된다. 내가 만일 이 음식점을 싼 가격에 인수한다면 고깃집이 아닌 저렴한 한정식이나 보리밥집으로 운영할 것이다. 외곽에 있는 음식점은 특징을 절대적으로 살려야 한다.”
# “이 땅은 사거리에 접한 400평 규모의 농지로 평당 400만원으로 나온 물건이다. 땅 주인이 주유소 허가도 받아놓은 상태다. 땅에 접한 길은 2차로 도로인데 앞으로 4차로로 확장될 예정이어서 200평 정도가 도로로 편입된다.
만약 주유소로 건축하고 나면 인근 주유소의 시세가 평당 1000만원을 호가하니 최소한 두 배 이상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외식사업가이자 부동산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린 개그우먼 팽현숙(45)씨가 들려준 부동산 가치평가·개발 노하우다. 개그맨 최양락의 부인인 팽씨는 연예계에서 ‘재테크의 여왕’으로 통한다.
현재 경기도 남양주 덕소에서 ‘팽현숙의 옛날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그는 순댓국밥집 프랜차이즈를 계획하는 CEO이자 주택 10채를 보유한 성공한 임대사업가다.
그가 21년간 쌓아온 재테크 성공 스토리를 『팽현숙의 내조 재테크』라는 책에 담았다.
1988년 선배 개그맨 최양락과 결혼 후 은퇴한 그는 평범한 전셋집에서 출발했다. 월 출연료 150만원을 알뜰살뜰 모아 재테크를 시작한 그는 종자돈을 모으기 위한 방법으로 장사를 택했다.
올해로 장사를 시작한 지 21년째인 그는 처음에는 남에게 번듯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도자기 가게를 시작했다. 장사가 잘되지 않자 얼마 후 옷가게를 차렸지만 역시 수익이 나지 않았다.
두 번의 시행착오 끝에 구리에 연 레스토랑은 대성공이었다. “무엇을 하면 내가 남들보다 잘할 수 있을까 궁리했어요. 저는 음식 솜씨가 있는 편이어서 외식업을 하기로 결심했죠.”(웃음)
그는 더 이상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신중하게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발품을 판 끝에 구리 쪽에 괜찮은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장사가 잘돼 시작한 지 1년 만에 투자비를 뽑았다.
외식업에 자신감이 생긴 그는 레스토랑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1992년 양수리에 땅을 사 ‘꽃피는 산골’이라는 전원카페를 지었다. 외곽으로 드라이브 하는 유행을 타고 꽃피는 산골의 주말 하루 매상은 300만~400만원으로 올라갔다. 개업한 지 8개월 만에 땅값과 건물 값을 모두 건져냈다.
재테크 기본은 종자돈 모으기
그는 지금 경기도 남양주 덕소에서 ‘팽현숙의 옛날 순댓국밥집’을 운영한다. 그는 불황일수록 평범한 한 끼 음식이 잘 팔리며 외곽의 식당일수록 맛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순댓국밥집을 한다니까 주위에서 ‘팽현숙씨, 망했어요? ’ 이런 말도 들었어요. 우아하게 레스토랑이나 와인바 같은 걸 하지 촌스럽게 순댓국밥 장사가 웬말이냐는 거죠. 하지만 전 이미 연예인이라는 화려함을 벗고 평범한 아줌마로 돌아선 지 오래됐어요.”
그는 겉보기에 좋은 장사에 현혹되지 말고 실속 있는 장사를 해야 적은 투자액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체면을 생각해 도자기 가게를 낸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연애시절 즐겨 찾던 여의도의 순댓국밥집에서 비법을 전수 받은 그는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해 연구를 계속했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순댓국밥집은 대개 순대에 내장만 쓰지만 그는 머릿고기 등 부속을 추가해 새로운 맛을 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팽현숙의 옛날 순댓국밥집은 항상 문전성시를 이룬다.
최근에는 김치순대 등 직접 개발한 순대메뉴를 추가했다. 그는 부동산에서 수익이 나오는데도 장사를 계속하는 것은 자신의 노동으로 재산을 불리는 일이 정말 즐겁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순댓국밥 한 그릇 한 그릇이 정말 소중해요. 한 그릇을 팔면 제 건물의 벽돌 한 장이 되거든요. 그 돈을 몇 년이고 꾸준히 모으면 제 건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순댓국밥 장사로 자신의 건물 기공식을 하는 것이 소망인 그는 매일 자신이 테이프를 자르고 남편이 옆에서 박수 치는 꿈을 꾼다.
“남편이 술을 좋아해서 돈 모으긴 틀렸어요. 언니네 아저씨도 술을 좋아하시던데, 어떻게 해야 돈을 모을 수가 있어요?” 초보 주부들의 질문에 그는 “경제권부터 움켜쥐라”고 대답한다. 그는 “남편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버리면 어느새 가계의 재무구조가 바뀐다”고 설명했다.
데렐라 콤플렉스를 버려라
경제권을 쥔 뒤에는 남편 기를 살려주는 배려도 필요하다. 그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하지만 밤 12시가 넘어 끝나는 남편의 방송은 꼭 모니터한다.
“하나 아빠. 어젯밤 방송 보니까 아직도 20대 같더라. 어쩜 아직도 그렇게 멋있냐?”그는 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남편의 기를 살려 주기 위해 땅문서를 선물로 줬다”고 털어놓았다.
“이제는 옛날처럼 집에서 밥 잘 먹이고 빨래만 잘해주면 되는 게 내조가 아니에요. 남편이 힘들다고 소리칠 때 짠!~ 하고 부동산 등기권리증을 내밀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내조 재테크예요.”
그는 통장을 나눠서 관리하라고 주문한다. 팽씨는 고정지출용 통장·예비통장·투자통장으로 나눠 돈 관리를 한다.
대출 원리금·아파트 관리비·공과금·보험료 등은 고정지출용 통장에서 자동이체되도록 하고 예비통장에는 경조금이나 비상금을 예치한다. 투자통장에는 부동산 임대사업에서 나오는 수입을 모두 저축해 놓았다가 계획한 목돈이 마련되면 투자 구상을 실행에 옮긴다.
그는 또 제로베이스에서 기회를 발견하는 지혜를 가지라고 당부한다. 그 역시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당시 맡고 있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후 의기소침해 있던 남편이 불쑥 호주에 가자고 제안했다. 전원카페가 한참 잘될 때였지만 이때도 남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사업을 접고 가족들과 호주로 떠났다.
호주에서의 1년은 그에게 새로운 안목을 열어줬다. 호주에서 일반화된 주택 임대제도를 접한 그는 한국에 돌아와 주택임대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젠 10채를 보유한 임대주택사업자가 됐다. 그는 임대사업을 하려면 여유자금으로 투자하고 가급적 대출 의존도를 낮추라고 조언한다.
그는 “임대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임대수익과 양도차익인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어렵다”며 “임대수익이 목적이라면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고 역세권이나 사무실 등 임대수요가 많은 곳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또 양도차익이 목적이라면 가장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25평 정도의 주택이 좋고 재건축이 추진되는 곳이 좋다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