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여자친구 용서가 안돼요
한겨레 | 입력 2009.06.13 15:30 | 수정 2009.06.13 16:30 | 누가 봤을까?
[한겨레] [매거진 esc] 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
솔직히 고백하고 '타협하는 연애'에서 과감히 탈출하세요
Q 얼마 전부터 연애를 시작한 20대 후반 남자입니다. 스스로도 키가 작고 외모도 그다지 볼품없어서 이성을 볼 때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렇게 저 자신을 철석같이 믿다가 한 여자를 만났습니다. 돈도 없고 차도 없고 빽도 없는 (물론 외모도 후진) 나를 좋게 봐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녀의 뚱뚱한 몸매가 부끄러워집니다. 우회적으로 "우리 같이 운동할래?" 했더니 싫다 하네요. 데이트하면 자꾸 다른 남자들의 여자친구와 무의식적으로 비교하게 되며 마음 아파합니다. 실은 예전에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는데 처음엔 좋아서 사귄다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니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사귄 거나 다름없더군요. 저 자신이 무척 한심했고 그녀에게도 미안했습니다. 똑같은 실수를 저지를 것 같아 지금 그녀와 스킨십도 자제하고 최대한 그녀의 좋은 면만 보려고 노력하지만 제 사진기에 찍힌 그녀의 모습을 혼자 보노라면…역겨움이 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조건도 가당치 않은 게 타인의 외모를 따지고 있는 스스로가 무척 한심하고 원망스럽구요. 참 착한 친구라서 정말 성격으로 따지면 이런 친구 만나기가 아주 어렵다는 걸 스스로 주입만 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연애, 이렇게 괴로울 줄은 몰랐습니다.
A 이 지면을 번갈아가며 채우는 김어준씨와 얼마 전에 한 티브이 프로그램에 더불어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방송이 나가고 그가 뜬금없이 문자메시지를 보냈지 뭐예요. 전 뭐, 그날 참 고생했지, 수고했다, 식의 오빠스러운 격려나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 분석 뭐 이런 거라 예상했는데, 다짜고짜 이럽디다. < 우리 둘 다 살 빼야겠더라. 딴거 다 필요엄써. 살을 빼야혀 살을 > .
남자들은 개념이 있건 없건, 늙었건 젊었건, 고자건 아니건 간에 참 이것 하나는 똑같은 것 같습니다.
예쁜 여자 좋아하고 뚱뚱한 여자 싫어합니다. 양식적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얄팍해 보이고 인간성 나빠 보이니까 대놓고 이런 말 못하지만 제 경험으론 이게 맞던데요? 체중이 들쑥날쑥 날씬-통통-뚱땡의 버뮤다 트라이앵글 속에서 이리저리 헤맸던 저의 개인사를 들춰봐도 '날씬' 시절엔 남자들이 붙었다가 '뚱뚱' 시절엔 죄다 차였습니다. 내가 왜 차였는지도, 내가 뚱뚱한지도 잘 몰랐던 시절이었습니다. 외모보다 성격이야. 통통해서 귀여워. 내 것도 먹을래? 이런 소리만 듣다보니 자가진단을 못했던 거지요. 요지는 그러니까 여자의 뚱뚱한 몸매를 싫어하는 자신을 너무 나쁜 놈이라고 몰아세우진 마십시오. 키 작고 돈 없는 남자 싫어라 하는 나쁜 여자들도 못지않게 많거든요.
말해 버리십시오. "난 네가 살찐 게 너무 싫다"라고. '난 살찐 여자가 싫은 남자다'라고 에누리 없이 인정부터 하고 상황을 움직여 봅시다.
괴로운 연애, 타협하는 연애는 이제 그만! '고마워서' 사귀었다니 시작부터 무리한 것이고, '착한 성격'이라고 이성적으로 더 매료되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넌지시 운동하자고 떠보는 걸로 (운동한다고 살 안 빠져요, 안 먹어야 살 빠지죠) 그녀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도 마세요. 살은 정말 본인이 절실히 빼야겠다 가슴에 사무치지 않는 이상 꿈쩍도 안 한답니다. 자, 그럼 직격탄에 그녀의 반응은 어떻게 나올까요?
첫째, 다행히 그녀는 당신의 요구를 수용해줄 수도 있습니다.
정면으로 그런 소리 들으니 자존심 상하겠지만 생각 좀 해보다가 "알았어, 살 뺄게"라고 화끈하게 나올 수 있죠. 이때 괜히 또 마음 약해져서 "내 주제에 이렇게 뻔뻔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이 착한 여자에게 상처를 입혔어…"라고 통 큰 남자인 척 잘난체하지 마십시오. 뚱뚱한 여자가 싫다는 건 당신의 권리요, 양심적으로 사회적으로 미안해할 것 없습니다. 게다가 작은 키는 억지로 잡아늘일 수도 없지만 찐 살은 노력하면 빠지긴 빠지잖아요? 그러나 그녀가 정말 독하게 살 빼고 예뻐져서 당신보다 키도 크고 잘생기고 좀 있는 남자한테 훌쩍 떠나갈 수 있다는 것 역시도 그녀의 권리로서 인정해줘야 합니다.
둘째, 흔히 예상할 수 있듯이, 여자친구는 버럭 화를 내며 '네 주제 파악부터 해라!' 하며 격하게 이별을 고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씁쓸하겠지만 이참에 '타협하는 연애'에서 과감히 탈출했다며 홀가분하겠죠. 그렇다면 이젠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여자가 짠 하고 나타나 줄까요? 쉽지 않죠. 왜냐하면 타협하는 연애는 대개 습관성이기 때문이죠.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죠. 그동안 여자친구가 살찐 게 싫었던 건 남자의 본능도 작용했지만 실은 나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반영되었던 겁니다.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그 사람에 대해 싫은 점을 발견할 때, 그것은 우리 자신들이 가진 싫은 점들이 역으로 투시된 거라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내 걸 고치긴 힘들고 어려우니 타인에게 공격적이 되는 거지요. 그럼 뭐하냐구요. 자신의 자격지심 콤플렉스 때문에 어차피 또 결정적인 순간에 약한 모습 보이며 불만족스런 상대로 타협하게 될 텐데! 스스로를 향한 시선이 변화되지 않는 한, 타협한 후, 이게 아니다 싶어 밀쳐내고, 타협한 후 또 밀쳐내고…의 악순환만 되풀이할 뿐이지요.
마지막으로, 그녀는 내심 당신이 그 얘기를 먼저 꺼내준 걸 감사해하며 그거 핑계 삼아 끝내자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은 그녀야말로 그간 당신으로 타협하고 있던 거니까. 당신 말마따나, 정말 착한 친구였던 거죠.
임경선 칼럼니스트
고민 상담은 gomin@hani.co.kr
솔직히 고백하고 '타협하는 연애'에서 과감히 탈출하세요
A 이 지면을 번갈아가며 채우는 김어준씨와 얼마 전에 한 티브이 프로그램에 더불어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방송이 나가고 그가 뜬금없이 문자메시지를 보냈지 뭐예요. 전 뭐, 그날 참 고생했지, 수고했다, 식의 오빠스러운 격려나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 분석 뭐 이런 거라 예상했는데, 다짜고짜 이럽디다. < 우리 둘 다 살 빼야겠더라. 딴거 다 필요엄써. 살을 빼야혀 살을 > .
남자들은 개념이 있건 없건, 늙었건 젊었건, 고자건 아니건 간에 참 이것 하나는 똑같은 것 같습니다.
예쁜 여자 좋아하고 뚱뚱한 여자 싫어합니다. 양식적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얄팍해 보이고 인간성 나빠 보이니까 대놓고 이런 말 못하지만 제 경험으론 이게 맞던데요? 체중이 들쑥날쑥 날씬-통통-뚱땡의 버뮤다 트라이앵글 속에서 이리저리 헤맸던 저의 개인사를 들춰봐도 '날씬' 시절엔 남자들이 붙었다가 '뚱뚱' 시절엔 죄다 차였습니다. 내가 왜 차였는지도, 내가 뚱뚱한지도 잘 몰랐던 시절이었습니다. 외모보다 성격이야. 통통해서 귀여워. 내 것도 먹을래? 이런 소리만 듣다보니 자가진단을 못했던 거지요. 요지는 그러니까 여자의 뚱뚱한 몸매를 싫어하는 자신을 너무 나쁜 놈이라고 몰아세우진 마십시오. 키 작고 돈 없는 남자 싫어라 하는 나쁜 여자들도 못지않게 많거든요.
말해 버리십시오. "난 네가 살찐 게 너무 싫다"라고. '난 살찐 여자가 싫은 남자다'라고 에누리 없이 인정부터 하고 상황을 움직여 봅시다.
괴로운 연애, 타협하는 연애는 이제 그만! '고마워서' 사귀었다니 시작부터 무리한 것이고, '착한 성격'이라고 이성적으로 더 매료되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넌지시 운동하자고 떠보는 걸로 (운동한다고 살 안 빠져요, 안 먹어야 살 빠지죠) 그녀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도 마세요. 살은 정말 본인이 절실히 빼야겠다 가슴에 사무치지 않는 이상 꿈쩍도 안 한답니다. 자, 그럼 직격탄에 그녀의 반응은 어떻게 나올까요?
첫째, 다행히 그녀는 당신의 요구를 수용해줄 수도 있습니다.
정면으로 그런 소리 들으니 자존심 상하겠지만 생각 좀 해보다가 "알았어, 살 뺄게"라고 화끈하게 나올 수 있죠. 이때 괜히 또 마음 약해져서 "내 주제에 이렇게 뻔뻔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이 착한 여자에게 상처를 입혔어…"라고 통 큰 남자인 척 잘난체하지 마십시오. 뚱뚱한 여자가 싫다는 건 당신의 권리요, 양심적으로 사회적으로 미안해할 것 없습니다. 게다가 작은 키는 억지로 잡아늘일 수도 없지만 찐 살은 노력하면 빠지긴 빠지잖아요? 그러나 그녀가 정말 독하게 살 빼고 예뻐져서 당신보다 키도 크고 잘생기고 좀 있는 남자한테 훌쩍 떠나갈 수 있다는 것 역시도 그녀의 권리로서 인정해줘야 합니다.
둘째, 흔히 예상할 수 있듯이, 여자친구는 버럭 화를 내며 '네 주제 파악부터 해라!' 하며 격하게 이별을 고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씁쓸하겠지만 이참에 '타협하는 연애'에서 과감히 탈출했다며 홀가분하겠죠. 그렇다면 이젠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여자가 짠 하고 나타나 줄까요? 쉽지 않죠. 왜냐하면 타협하는 연애는 대개 습관성이기 때문이죠.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죠. 그동안 여자친구가 살찐 게 싫었던 건 남자의 본능도 작용했지만 실은 나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반영되었던 겁니다.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그 사람에 대해 싫은 점을 발견할 때, 그것은 우리 자신들이 가진 싫은 점들이 역으로 투시된 거라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내 걸 고치긴 힘들고 어려우니 타인에게 공격적이 되는 거지요. 그럼 뭐하냐구요. 자신의 자격지심 콤플렉스 때문에 어차피 또 결정적인 순간에 약한 모습 보이며 불만족스런 상대로 타협하게 될 텐데! 스스로를 향한 시선이 변화되지 않는 한, 타협한 후, 이게 아니다 싶어 밀쳐내고, 타협한 후 또 밀쳐내고…의 악순환만 되풀이할 뿐이지요.
마지막으로, 그녀는 내심 당신이 그 얘기를 먼저 꺼내준 걸 감사해하며 그거 핑계 삼아 끝내자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은 그녀야말로 그간 당신으로 타협하고 있던 거니까. 당신 말마따나, 정말 착한 친구였던 거죠.
임경선 칼럼니스트
고민 상담은 go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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