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상담/우울증

아내를 정신병원에 보낸 40대 남편의 눈물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

맑은샘77 2009. 3. 10. 16:30
어제 지인을 만나 40대 후반 부부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인에 의하면 40대 후반부터 부부 문제가 많다고 합니다. 주위에 보면, 40대 후반부터 다수의 가정이 우울증으로 인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남편이 우울증 걸린 아내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기도 한답니다.


지인으로부터 들었던 A씨 친구 부부의 실제 사연은 이렇습니다. 지인의 친구 A씨는 단란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가족을 위해 항상 직장 생활에 성실한 보통의 남편입니다. A씨는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잦은 야근과 늦은 귀가도 아이들과 가정을 위한 것이라 A씨는 생각했습니다. A씨 부부는 슬하에 아들 둘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A씨 아내는 결혼 후 직장을 그만 두고 가정에 충실한 전업 주부였습니다. 아내는 남편과 아이들의 뒷바라지에 온갖 정성을 쏟았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공부와 살림은 늘 아내의 몫이었습니다. A씨의 아내는 남편을 잘 내조하고 아이들 잘 키우는 현모양처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남편은 열심히 일하고 아내는 가정에 충실한 가정에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적어도 20여년간 A씨 부부는 단란한 가정을 일구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느새 중고등학교를 거쳐 모두 대학에 진학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A씨 부부가 원했던 대학에 들어갔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도 귀가가 늘 늦었습니다. A씨는 여전히 직장 일에 충실했고 자정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곤 했습니다. 술에 얼큰하게 취해서 들어와서는 아내에 잔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마다 A씨는 자식들이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 것을 아내 책임으로 돌리곤 했다고 합니다. 아내는 억울하고 슬펐습니다. 오직 남편과 아이들만을 위해 살았는데 자신은 가족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잠깐] 그리스 로마 신화 중 악녀 메데이아 이야기
그리스 로마 신화 속 메데이아는 자신의 친아들 둘을 살해한 희대의 악녀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흑해 연안 소도시의 왕녀였던 메데이아는 남편 이아손에게 버림받자 남편의 새 아내가 될 글라우케를 죽이는데 이어 자신의 자식들을 죽여버립니다. 이아손에게 가장 끔찍한 고통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다가 남편이 가장 아끼는 자식들을 복수의 대상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실제 우리 주변의 생활 속에서도 남편의 무관심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내가 자식들을 살해한 사건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그 때부터, 아내에게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항상 안절부절 못하고 감정 기복이 심해졌습니다. 사전에 아무 통보도 없이, 몇일 동안을 집을 비우고 가출한 일도 있었습니다. 가정 살림도 신경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집에 있어도 혼자서 창 밖을 응시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웃음도 사라졌습니다. 아내는 돌출행동도 많아졌습니다. 가정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남편 A씨는 아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아내는 심각한 우울증이었습니다. 의사는 가정을 위해서는 아내를 당장 병원에 입원시키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A씨는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A씨는 몇일동안 고민했지만 아내의 우울증이 더욱 심각해지는 것을 감지했습니다. 아내가 자살 충동까지 느끼는 것을 목격하고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정신병원에 아내를 강제 입원시켰습니다. 우선 아내의 치료가 중요했습니다.

A씨는 정신병원에 아내를 입원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어쩌다 자신의 가정과 아내가 이런 고통 속에 빠지게 됐는지 자책감이 밀려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갔습니다.

A씨는 직장 일을 끝마치면 아내가 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병원을 찾곤 했습니다. 아내는 치료받는 동안 점차 우울증이 호전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3개월 만에 아내는 퇴원을 했습니다. A씨도 그 사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20여년간 아내에게 모든 집안 일과 자식들 교육을 맡기고 가정에 등한시했던 자신을 반성했습니다.

아내와의 대화도 많아졌습니다. 함께 쇼핑도 하고 외식도 했습니다. 아내가 해달라고 하는 것은 모두 들어주고 있다고 합니다. 강북에 살고 있었는데 아내가 강남으로 이사가자고 하자 그냥 이사도 갔습니다. A씨 부부는 다시 행복한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지인은 A씨 부부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많다고 합니다. 40대 후반 부부들 중에 흔히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내의 우울증으로 인해 가정이 파탄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최근 자식들을 목졸라 살해한 주부나 생모를 살해한 여인도 그 원인은 우울증이었다고 합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40대 후반 나이가 되면 아이들이 부모 품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아내는 빈 자리를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그 빈자리를 남편이 채워주지 않으면 아내는 공허함에 빠지고 우울증으로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아내가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헌신해 온 가정일수록 아이들이 장성하면 아내의 우울증을 조심해야 합니다.

저도 40대 중반이다보니 A씨 부부의 이야기가 남의 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우울증은 결국 남편 책임이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아내와 영화도 자주 보고 취미생활도 같이 가져보고 대화도 많이 해야 겠습니다. 부부가 함께 아이들 교육도 챙기면서 아내에게만 일방적으로 책임을 강요하지도 말아야 겠습니다. 아내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배려하며 살아야 겠습니다.
 
[추가] 댓글을 보니 슈퍼맨을 원하는 사회문제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남자들, 특히 아버지들에게는 가족생계 부양을 비롯해 과도한 책임감이 자리잡고 있기도 합니다. 40대 후반 부부들 중에 아내가 우울증으로 힘든 경우도 있지만 남편이 반대로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부부 문제에 있어 남편과 아내가 함께 서로 대화와 배려가 필요할 듯 합니다.